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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와 예술이 만나면? 콜라보레이션에 주목하다!

 

                                                                                                                              출처 / LOUIS VUITTON


프라다, 구찌, 루이비통… 알 만한 패션 브랜드의 기자회견장에서 뜨거운 마이크 쟁탈전이 벌어집니다. 누군가 냉큼 낚아챈 마이크로 이렇게 외칩니다. 


   “다음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대상자는 누구인가요?”


패션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패션 브랜드의 다음 시즌 테마보다 그들이 어떤 아티스트와 콜라보레이션(협업)을 통해 기존의 관념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어내는지를 더 궁금합니다. 아티스트의 영감과 브랜드가 하나로 만나는 콜라보레이션이 감이 잘 오지 않는다구요? 얼마 전 한화증권 갤러리아점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을듯 해요. 애플과 함께 디자인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IDEO의 영감을 통해 단순한 사무실 인테리어가 아니라 고객 중심의 철학을 실현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는 곳이죠.

 

   ☞ 직접 확인하는 IDEO의 콜라보레이션! 한화증권 갤러리아점

 


자, 지금부터 브랜드와 아티스트가 만나 신세계를 창출해냈다고 칭송받는 세계적인 콜라보레이션 성공 사례와 작품들을 감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통의 루이비통 디자인, 팝아트를 만나다!


올해 초 루이비통의 헤드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에게 콜라보레이션을 향한 기대가 집중되었습니다. 지난 20년간 아트 콜라보레이션에서 루이비통 브랜드만큼 이슈를 불러일으킨 경우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스테판 스프라우즈, 리처드 프린스 등 쟁쟁한 작가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고, 특히 무라카미 다카시와의 콜라보레이션은 ‘루이비통 150년 역사를 다시 썼다’고 평가받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고상하지만 답답해 보이는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하지만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팝아티스트의 원색에 의해 새롭게 깨어났고, 특유의 캐릭터가 가미된 제품들은 수집 대상이 되어 완판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물론 루이비통에게만 혜택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무라카미 다카시 역시 다른 레벨의 아티스트로 도약했고 새로운 팬들을 거느리게 되었죠.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그 뒤를 이어 루이비통은 새로운 콜라보레이션 아티스트로 일본의 괴짜 작가 쿠사마 야요이를 선택했고, 미술과 패션 양쪽에서 커다란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좌 : 마크 제이콥스는 루이비통의 고상한 이미지에 파격을 선사했다.

우 : 마크 제이콥스의 ‘너스백(Nurse Bag)’을 든 간호사 마네킹 / 출처 / LOUIS VUITTON

 

사실 기업들이 예술가에게 손을 내민 게 최근의 일만은 아닙니다. 기업과 제품의 이미지를 차별화하기 위해 로고, 광고 작업을 스타 예술가에 의뢰한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었는데요. 스페인의 사탕 브랜드인 ‘추파춥스’의 로고를 살바토레 달리가 디자인해준 것은 아주 유명한 일화죠. 스웨덴의 앱솔루트 보드카가 만든 전설적인 광고 시리즈 ‘앱솔루트 블랭크(Absolut Blank)’도 마찬가지구요. 보드카의 외형만을 던져준 채 전 세계의 아티스트들에게 특정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게 한 작업은 이 보드카를 다른 차원의 예술품으로 등극시켰습니다.


앱솔루트 보드카는 예술가들과의 작업을 아트 프로젝트로 발전시켰습니다 / 출처 / ABSOLUT

 

허나, 요즘의 분위기는 이전과 확실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콜라보레이션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마케팅에 등장하면서 다른 종류의 협업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스포츠 브랜드 푸마는 나이키, 아디다스라는 양강 체제에 짓눌려 맥을 못 추고 있었는데요. 그 위기를 돌파한 것이 바로 질 샌더, 미하라 야스히로 등 최고 수준의 디자이너들과 함께한 스니커즈 콜라보레이션입니다. 전통적으로 기능과 품질, 스타 플레이어와 함께하는 브랜드 파워가 중요했던 스포츠 시장에 ‘한정판의 예술적인 패션 아이템’이라는 개념을 들여온 것이죠. 푸마는 국내에서도 디자이너 최범석, 가수 구준엽, 연기자 윤은혜 등과 작업하며 꾸준히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패션계의 핫 키워드, 아트 콜라보레이션


패션은 콜라보레이션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입니다. 현재 명동에는 유니클로, H&M, 자라 등 패스트 패션 매장들이 치열한 혈투를 벌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비슷한 영역의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얻기 위해서는 확실한 독창성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이들이 여러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다투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최근 H&M은 마돈나와 함께한 ‘M by Madonna’ 등 콜라보레이션에 적극적이었는데, 여기에 질 샌더와 협업한 유니클로가 대항하는 추세입니다. 여기에 국내 브랜드가 외국 아티스트를 초빙해 협력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여성 의류 브랜드 오즈세컨은 스페인의 ‘달콤한 작가’ 에바 알머슨과 협업하여 새로운 아트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바닐라비는 일러스트레이터 쿠엔티 존스와 손잡고 고양이를 테마로 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죠.


이러한 협업을 보며 <디자인 디스트릭트>의 던칸 퀸은 말합니다. 


“예술, 디자인, 패션은 같은 것의 다른 얼굴이다. 이 모든 장르는 창의성을 활용하는 일이다. 콜라보레이션은 브랜드들에게 시류를 선도하게 한다. 그것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프로젝트이고, 관객들을 끌어안는 일이다.”


전통적으로는 패션 브랜드가 다른 아티스트들을 초빙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반대의 일도 벌어지기도 합니다. 에비앙 생수는 1992년부터 콜라보레이션 디자인 보틀을 매년 출시하고 있는데요. 그 안에 든 물은 같지만 장 폴 고티에, 폴 스미스 등 아티스트 급의 패션 디자이너들이 만든 독창적인 병은 팬들의 수집욕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2011년에는 이세이 미야케가 함께했는데, 꽃을 모티프로 한 동양적인 이미지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콜라보레이션, 아티스트에게 날개를 달다

콜라보레이션이 활발해지면서 여기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화가나 일러스트레이터를 제품의 디자인에 동원한 단발적인 디자인 아웃소싱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죠. 연예인, 혹은 연예인 급의 아티스트를 동원한 스타 마케팅과도 달라야 하구요. 진정한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브랜드가 아티스트의 창작 작업에 도움을 주고, 자신의 유통망을 통해 아티스트를 널리 알리고, 그와 더불어 새로운 차원의 예술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죠.


새로운 차원의 예술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프라다입니다. 프라다는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와 손잡고 뉴욕 프라다 센터의 디자인을 의뢰했는데요. 그 결과는 자신의 매장을 새로운 개념의 갤러리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 자체가 하나의 프로젝트 예술로 수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원천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서울 경희궁에서 복합설치프로젝트 ‘프라다 트랜스포머’를 벌이기도 했어요. 패션 브랜드, 건축가, 그리고 고궁이 함께 콜라보레이션한 것이지요.


우리나라 경희궁에 설치된 건축가 렘 쿨하스의 ‘프라다 트랜스포머'

 

브랜드와 아티스트가 일대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콘셉트를 가지고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앱솔루트 보드카는 제레미 피시 등 10여 명의 신진 작가와 작업한 결과를 상품화했는데, 그 과정 자체를 거대한 아트 프로젝트로 만들었어요. 실크 스크린을 활용한 복제 아트, 거대한 벽면 광고, 조명을 이용한 설치 미술, 고전 건축물 사이에 투사한 영상 작업, 거기에 뮤지션, DJ, 푸드 스타일리스트, 패셔니스타와 함께하는 론칭 파티는 웬만한 지방정부도 하기 어려운 대규모의 아트 프로젝트입니다.

 


진정한 아트 콜라보레이션의 조건

진정한 콜라보레이션은 예술가에게 디자인을 의뢰해 그럴싸한 신상품을 만들어내고 홍보자료를 돌리는 것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것은 누구도 하지 못하는 일을 브랜드의 파워로 이룩하는 것이고, 그것을 이슈화시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아는 셀러브리티 아티스트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신인들에게 기회를 주고, 그들이 꿈만 꾸었던 프로젝트를 실현하면서 사회적 의미도 만들어내는 쪽의 전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루이비통은 올해 쿠사마 야요이와 손잡고 런던에서 대규모의 전시회를 열며 본격적인 콜라보레이션에 들어갔습니다. 쿠사마는 정신질환으로 인해 편집증적인 작품들만 꾸준히 만들어온 작가입니다. 반복적인 땡땡이 무늬로 가득한 벽, 알록달록한 색깔의 점박이 강아지, 그물망 패턴으로 채워진 거대한 캔버스…. 그녀가 핸디캡을 통해 발견한 세상의 또 다른 아름다움은 고풍스러운 명품 브랜드와 만나 새로운 의미를 얻을 수 있겠죠? 예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서도 손을 잡는 것은 참으로 위대한 행동인 듯 합니다.

 

글 / 이명석 / 문화비평가



*이 컨텐츠는 한화그룹 사보 한화한화인 '컬쳐 라운지' 내용을 재구성 했습니다. 

*이 컨텐츠의 모든 저작권은 한화그룹 공식 블로그 한화데이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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