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태양의 도시'를 찾아서

여름휴가 계획은 세우셨나요? 저도 이번 휴가를 어디서 보낼지 정하려고 지난 주말에 친구를 만났습니다.

   “경주 갈까? 불국사도 보고, 석굴암에도 가보고…. 자전거 도로가 잘 돼 있어서 자전거 타고 돌면 된대.”

친구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죠. 그 말을 듣고 저는 바로 “야, 경주는 안 돼!”하고 대답했습니다. 제 외가가 경주라서 그곳이 여름에 ‘뙤약볕’으로 변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거든요. 

이제 곧 휴가철이네요. 시원한 바다를 상상하며, 조금만 더. 화이팅! / 출처 / 여행박사>

 

하지만 친구는 제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경상도에 태양 빛이 많이 들어올 리 없다”며 반박했죠. 산이 많아서 나무가 태양 빛을 가려준다는 이유였습니다. 저도 “그건 말도 안 된다”며 다시 친구의 말을 막았습니다.

 

   “내기할래?”

 

티격태격 하던 중 친구가 제안했고, 승리를 확신한 저는 바로 ‘콜’을 불렀죠. 그리고 우리는 바로 태양 빛이 가장 많이 비치는 도시를 찾으려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와, ‘태양광 지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인터넷에서 지도를 하나 찾아냈습니다. 지난 2009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만든 ‘신재생에너지 자원지도’인데요, 태양광을 비롯해 태양열, 풍력, 수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가 국내 어느 지역에 얼마나 모이는지 표시돼 있죠. 지도는 NASA의 위성 데이터를 이용해 만들었다고 합니다.(신재생에너지 자원지도는 신재생에너지 지도 데이터센터 홈페이지(kredc.kier.re.kr)에서 회원가입 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만든 ‘신재생에너지 자원지도’ 중 하나로, 하루에 비치는

                                   햇빛의 양을 표시했습니다. 태양 빛이 가장 많이 비치는 곳은 전라남도 해안지역이네요.

                                   / 출처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를 진행한 강용혁 박사는 “자원지도 구축 사업을 통해 국내 신재생에너지 총 가용 잠재량이 39억 TOE(석유환산톤)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었다”며 “이 재생에너지의 1%만 활용하더라도 국내 총에너지 소비의 20% 정도를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내에 이렇게 많은 에너지가 있다는 소식에 반가웠습니다. 우리는 초등학생 때부터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라는 말을 늘 들어왔잖아요.  

이어 지도에서 태양 빛이 가장 많이 비치는 지역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전라남도’였죠.  “맞아, 광주!” 왜 그곳을 잊고 있었던 걸까요. 처음 광주를 방문했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지난 2010년 12월, 취재차 GIST(광주과학기술원)에 간 적이 있습니다. 이곳 캠퍼스를 보고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죠. 따사로운 햇살 때문일까요, 한겨울에도 캠퍼스는 초록빛을 잃지 않았습니다. 이 초록빛 캠퍼스를 가로지르는 학생들의 자전거 행렬은 싱그러움을 더했죠. 첨단 장비를 갖춘 깨끗한 실험실과 커피 향 가득한 교수 연구실에도 눈부신 햇살은 계속 따라 들어왔습니다. 저도 모르게 “아, 그래서 ‘광(光)주’구나”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곳의 햇살이 얼마나 인상 깊었던지, 그 달 편집후기에 소개했답니다.

 

GIST는 지난 2005년 앨런 히거 교수(가운데)와 공동연구 협약을 맺었습니다. / 출처 / GIST

 

GIST 내 연구소를 소개하는 연재기사를 쓰느라, 그 후 1년 동안 GIST를 출입했습니다. 이곳의 모든 연구소가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지만 특히 ‘히거신소재연구센터(HCAM)’라는 곳이 유명합니다. 전기를 통하는 플라스틱인 ‘폴리아세틸렌’을 발견한 공로로 지난 200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앨런 히거 UC산타바바라 교수의 이름을 딴 연구소로, 히거 교수가 실제로 이곳의 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마치 잉크젯 프린터로 종이에 인쇄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가볍고, 잘 구부러지며 효율이 높은 플라스틱 태양전지를 만드는 연구를 하는데, 그 기술력은 거의 독보적 수준입니다. 히거 교수는 기자에게 e메일로 “이곳에 매우 뛰어난 태양전지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고 설명했죠.

 

 

                                         휘어지는 플라스틱 태양전지로 전자시계를 작동시키는 모습입니다.

                                         이 전지는 GIST 히거신소재연구센터의 이광희 교수팀이 제작했습니다. 
                                         / 출처 / GIST

 

 

 

태양전지 연구가 활발한 이 태양의 도시를 가장 먼저 찾은 기업이 있습니다. 모두 눈치 채셨나요? 네, ‘한화’입니다. 한화는 최근 광주 광산구 송치동에 있는 산수배수펌프장에 태양광발전소를 세우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 5일 준공식을 가졌죠. 이 태양광발전소의 면적은 6만 8449㎡고, 무려 2MW 규모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670가구에 전력을 나눠 줄 수 있는 규모죠. 일 년에는 약 2,750MWh나 되는 전력을 생산하는 셈인데, 이 정도면 1년에 나오는 탄소의 배출량을 1160톤이나 줄일 수 있고 탄소를 처리하는 비용 역시 6700만 원이나 아낄 수 있다고 합니다.

 

   ▶ 매년 865그루 소나무 심는 태양광 배수펌프장 

한화솔라에너지가 산수배수펌프장에 준공한 태양광발전소. <출처 / 한화>

 

이번에 한화가 짓는 태양광발전소는 ‘배수펌프장’이라는 유휴공간에 건설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국내 태양광발전소는 그동안 산이나 숲 같은 자연을 개발해 지었거든요. 한화의 새로운 아이디어 덕분에 앞으로는 태양광발전소를 짓기 위해 더 이상 자연을 훼손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신개념 태양광발전소는 앞으로 어떤 멋진 효과를 더 불러오게 될까요? 벌써 부터 기대됩니다.

 

* 이 컨텐츠의 모든 저작권은 한화그룹 공식 블로그 한화데이즈에 있습니다.

  

신선미 ㅣ 동아사이언스 기자 대학에서 생물학과 생명공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환경미생물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 동아사이언스에서 일반 생활 속 '과학' 이야기를 주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vami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