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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아티스트 '마리오 난니'의 조명 소통법!



잠깐 영화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을 떠올려봅니다. 이탈리아의 시골 마을. 소년 토토는 영사기사인 알프레도 할아버지 덕분에 이 작은 영화관을 자신의 천국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훗날 세계적인 영화감독이 되죠. 우리 이야기에 등장할 소년 마리오의 꿈이 시작되는 곳 역시 이탈리아의 시골 영화관입니다. 그는 할아버지 덕분에 자주 이곳을 찾았고, 새까만 어둠 속에서 영사기의 불빛이 만들어내는 마법에 매료되었습니다. 소년은 자신의 손을 들어 그 위에 비치는 불빛을 희롱했죠. 먼 훗날 빛의 시인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는 위대한 조명 아티스트 마리오 난니(Mario Nanni)입니다.



회색 세상을 위로해줄 빛과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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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난니는 이탈리아 로마냐 지방의 작은 마을 비주노(Bizzuno)에서 태어났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얼마 뒤, 그는 창으로 새어 들어오는 태양 빛이 칠판 앞을 지나는 선생님의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모습에 현혹됐죠. 그것은 영화관의 불빛만큼이나 매혹적이었습니다. 그 후 그 형체를 하얀 연습장에 그리며 빛과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할아버지는 영화를 본 뒤에 손자 마리오에게 말하곤 했습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단다. 말하는(talk) 사람과 행동(act)하는 사람. 너도 언젠가 어느 쪽을 택할지 정해야 한단다.” 마리오는 행동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경제적으로 곤궁했던 그는 가장 학비가 적은 직업학교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얻게 된 첫 직업은 전기기술자였죠. 태양이나 달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내는 빛을 다룰 수 있는 숙련공이 되었습니다.


이탈리아는 기술자이자 발명가이자 예술가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땅입니다. 에스프레소 머신, 베스파 스쿠터 등 이곳의 엔지니어들은 공학과 미적 감각이 결합한 탁월한 작품들을 만들어냈습니다. 마리오 역시 전구를 다루는 자신의 솜씨를 실용적인 기술 이상의 것으로 만들어가기 시작합니다. 그는 자신이 매일 걸어가는 거리, 커피를 마시는 카페, 연극을 보는 극장 등 어느 공간에나 이 빛을 덧씌우고 그곳에서 새로운 기쁨을 얻어낼 수 있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그리고는 노트를 꺼내 그 공간을 새로운 빛으로 변신시킬 구상을 그려나갔죠. 드디어 빛을 설계하는 조명 디자이너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도시와 사람을 위로하는 힐링 라이트


오랜 노력으로 갈고 닦은 탁월한 성과들은 전 유럽의 주목을 이끌어냈습니다. 스페인의 레우스에 있는 가우디 센터의 귀엘 돔, 빌바오 자발부루 광장의 ‘빛의 온도계’ 프로젝트 등에서 그의 놀라운 기술적, 예술적 완성도를 확인할 수 있었죠.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업은 밀라노의 빛의 축제의 일환으로 벌어진 스칼라 극장의 ‘음악의 빛(La Luce Della Musica)’ 프로젝트입니다. 그는 이 도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오페라 극장의 외벽에 놀라운 빛의 옷을 입혔죠. 극장은 조명의 움직임에 따라 거대한 도서관의 서가, 하늘을 날아가는 하얀 새, 붉은 휘장으로 덮인 무대로 변신했습니다. 그리고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앉아 있는 사람들까지 올려놓아 탄성을 자아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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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색을 다룬다면, 그는 색 본연의 빛을 만집니다. 그것은 세계에 존재하는 어떤 공간이든 그의 빛에 따라 새로운 이미지의 조형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 그것은 마술이 아니라 기술의 힘입니다. 마리오는 자신이 직접 만든 LIV 이미지 램프와 복잡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의 연동 기술로 이 모든 과정을 창조해냅니다. 원대한 꿈을 가진 건축주, 혹은 건축가들이 그와 함께하고자 안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몇 해 전 그의 방한 소식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서울의 한 스파&피트니스 센트가 그에게 작업을 의뢰했고, 건축가 클라우디오 실베스트린이 만든 공간에 그가 빛을 입혔죠. 그는 자신이 작업하는 공간을 수없이 오고 갔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사람들이 어떤 기분을 느끼고, 무슨 생각을 하게 될지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 피트니스 센터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신비로운 빛의 계단을 제공했습니다. 그들로 하여금 계단을 오르며 이미 운동을 시작할 뿐만 아니라,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의식을 행하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 것이죠. 은은한 반투명의 창과 배후의 빛이 어우러지는 욕탕, 저녁 석양이 내리면서 다층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야외 수영장 등 깊이 빠져들어야 맛을 알 수 있는 여러 장치가 숨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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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루카 모리나리(Luca Molinari)는 마리오 난니의 여덟 가지 규칙을 말합니다. ‘빛이 나타나면 빛을 내는 물체는 사라진다.’ ‘필요한 곳에만 빛을 주라. 빛은 하나, 오직 하나다.’ ‘빛이 만들어내는 두께를 생각하라. 빛은 그림자를 창조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다음의 말입니다. 


    ‘새벽에서 황혼까지, 빛은 리듬을 가지고 움직인다. 움직이는 빛은 이야기를 하고 시를 읊는다.’


마리오가 스스로 움직이고 접촉하는 표면을 변화시키는 LIV 전구를 통해 스칼라 극장처럼 정적인 공간을 변화시키고 움직이게 한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그의 조명은 그저 켜져 있거나, 가끔 반짝하며 색을 바꾸거나 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습니다. 엄격한 계획에 따라 움직이며 주변의 건축물, 자연의 빛과 교류하죠. 많은 예술품이 정교한 복제물이나 공들인 촬영물로 전시되곤 합니다. 그러나 그의 작품만큼은 현장에 가보지 않고서는 그 진면목을 알아내기 어렵다고 하죠. 

 


교감과 소통의 미학. 밝게 빛나되 나를 위한 치장이 아닌 상대에게 보내는 진심 어린 찬사이자 사랑의 빛, 마리오 난니. 별이 사라진 세상. 도시가 차가운 체온을 덥힐 수 있는 것은 그가 만들어내는 빛의 온도 덕분은 아닐까요.



글 / 이명석 문화비평가


*이 컨텐츠는 한화그룹 사보 한화한화인 '컬처라운지' 내용을 재구성 했습니다. 

* 이 컨텐츠의 모든 저작권은 한화그룹 공식 블로그 한화데이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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