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보게 된 엽서 속 풍경에 온 마음을 빼앗겨버렸습니다. 하얀 골목, 새하얀 담장을 장식한 핑크빛의 꽃들, 선명한 파란 지붕을 가진 교회 그리고 노천 카페, 그 모든 것이 제가 그려온 천국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까요. 바쁜 일상 속에서 보게 된 그 풍경은 제가 그곳에 가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품게 했습니다. 수 많은 업무 전화, 쌓이는 이메일을 뒤로 하고 떠난 에게해를 품은 섬, 산토리니. 그 곳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수천 가지 이유 중 딱 다섯 가지 이유를 꼽아보았습니다.
화산폭발로 생긴 절벽 위에 옹기종기 모여선 하얀 건물들. 산토리니 이아마을에는 하얀 페인트를 뒤집어쓴 듯한 집, 교회, 상점, 호텔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세계 그 어디에서도 만나볼 수 없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아름답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진한 감동을 맛보았던 순간. 그곳에 처음 발을 디뎠던 순간 느꼈던 감정이 지금도 눈을 감으면 선명하게 뇌리에 되살아날 정도랍니다.
산토리니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이 섬의 모든 마을이 엽서나 CF 혹은 영화 속에 등장했던 그 모습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 풍경은 산토리니 북쪽 끝에 자리 잡은 ‘이아(Oia)’마을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풍경이랍니다. 그렇다고 산토리니에서 이아마을만 눈부시게 아름다운 건 결코 아니에요. 흰색과 파스텔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마을 풍경이 인상적인 ‘피라(Fira)’마을부터 까마귀처럼 검은 모래를 가진 ‘까마리 비치(Kamari Beach)’와 ‘페리사 비치(Perissa Beach)’ 그리고 붉은 매력의 ‘레드 비치(Red Beach)’까지, 곳곳에서 기대 이상의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섬이 바로 산토리니랍니다.
만약 산토리니에 이 짙고 푸르른 ‘에게해(Aegean Sea)’가 없었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명성을 누릴 수 있었을까요? 스페인에도 산토리니의 이아마을과 꼭 닮은 풍경의 ‘프리힐리아나(Frigiliana)’라는 마을이 있지만, 마을과 바다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프리힐리아나와 산토리니의 인기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즉 산토리니의 인기 비결에는 가슴 시리도록 짙고 푸른 에게해도 크게 한몫하고 있다는 이야기겠죠.
실제로 저 역시도 처음에는 하얀 마을 풍경에 압도당해 눈을 떼지 못했지만, 곧 엄마의 품과 같이 포근하게 섬을 안고 있는 에게해의 매력에 차츰차츰 눈을 돌리게 됐고, 이후 하얀 마을 풍경보다는 짙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평온함과 여유 그리고 마음의 치유를 경험했던 것 같아요. 드넓은 에게해의 풍광과 절벽을 수놓은 하이얀 이아마을의 전경, 이 둘이 상생의 관계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듯합니다.
매혹적인 산토리니의 풍광에 취한 듯 낮시간을 보낸 마을의 이방인이 이아마을로 모여드는 시간이 있습니다. 바로 해가 뉘엿뉘엿 져갈 무렵인데요. 해질녘 즈음 이아마을은 바다와 섬을 통째로 집어삼킬 듯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하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입니다. 차도 사람도 심지어 길가의 개들도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그 모습 또한 진풍경이라죠.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은 산토리니의 호텔들. 럭셔리하고 호화스러운 분위기는 아니지만,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른 매력으로 투숙객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특히 세계 여러 매체가 꼽은 <꼭 가봐야 할 세계 10대 여행지>,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세계 휴양지 1001>, <세계 최고의 귀족 호텔> 등등 수많은 목록에 이름을 올린 ‘Perivolas Hotel’의 매력은 상상 그 이상! 몸을 담근 채 천천히 그 끝을 향해 걸어 들어가면 에게해의 품으로 그대로 안겨버릴 듯한 아찔한 전망의 Perivolas 절벽풀은 메인 페이지를 장식한 매체의 숫자조차 세기 어려울 정도랍니다. 하지만 유명세만큼이나 높은 숙박 요금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합리적인 가격, 훌륭한 전망을 갖춘 알려지지 않은 산토리니의 보석 같은 호텔 찾기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평소 빡빡한 스케줄로 여행 일정을 짜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바삐 돌아다녀야만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고 여기던 저였지만, 산토리니에 머무는 동안은 달랐습니다. 아름다운 해변가로 나가 바닷물에 몸을 담그지도 않았고 섬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산토리니의 전망을 감상하지도 않았습니다. 넋이 나간 듯 바다를 바라보다가 그것이 지루해지면 골목길을 걸었고, 다리가 아프면 다시 호텔로 돌아와 풀장에 몸을 담근 채 다시 또 풍경을 감상했습니다. 그러다 배가 고파지면 그릭 샐러드와 함께 수블라키로 허기를 달랬고 근처 슈퍼마켓에서 사놓은 과일을 깎아 먹기도 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머문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했으며 매 순간 벅차오르는 감동의 크기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하루가 이토록 풍성하게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을 제게 가르쳐준 곳이 바로 산토리니였습니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 속에서 쉼표를 찍게 만들어준 섬, 산토리니. 그저 가만히 내 눈앞에 펼쳐진 세상을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해준 낭만 가득한 이 섬을 전 아직도 매일매일 그리워하고 있답니다. 삶에 작은 쉼표 하나 찍는 것만으로 내면이 얼마나 충만해지는지 느낄 수 있었던 그런 꿈같은 나날이었으니까요. 여러분도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이런 여유를 찾을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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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쟁이 | 한화프렌즈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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