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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라이프/문화/취미

지친 영혼을 치유해주는 힐링 무비 2편




인도 영화 <세 얼간이> 보셨어요? 제 지인 중 한 명은 업무가 너무 많아 힘들 때 등 안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속으로 이 영화의 대사를 계속 되뇐다고 합니다. '알 이즈 웰', '알 이즈 웰'이라고요.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다 괜찮을거야'라는 말이 너무나 간절하기 때문이겠죠. 소년같은 순수한 감성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란초 같은 녀석이 해주는 말이기에 더 큰 위로가 되는게 아닐까 합니다. 때로 영화 한 편이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기도 하죠. 이렇게 영혼을 치유해 주는 '힐링 무비' 두 편, 추천해드립니다. 소년이 주인공인 영화로 골라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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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네이버 영화/공식 사이트]





    라이프 오브 파이     


한동안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이 ‘힐링 영화’로 사랑받더니, 벵골 호랑이 한 마리가 ‘힐링 아이콘’의 바통을 이어받았죠.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본 관객이라면 미소를 지으며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안 감독의 생애 첫 3D 영화라니, 사실 걱정이 앞섰습니다. ‘이안’이라는 이름과 ‘3D’라는 기술의 조합은 뭔가 어색했거든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지만 ‘히어로 영화’ 팬들에겐 뭇매를 맞았던 이안 감독의 <헐크>(2003)가 떠오를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제 걱정은 아주 건방진 기우였습니다. 이안 감독의 첫 3D 영화는 영화를 보는 내내, 제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기술은 거들 뿐이란다.” 보통의 3D 영화가 “나의 기술력에 감탄하라!”를 외치며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는 롤러코스터 효과를 과시한다면, 이안 감독의 3D는 이야기 안으로 깊숙이 파고듭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장사꾼의 3D와 예술가의 3D’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영화 상영 내내 3D 안경 아래로 펑펑 쏟아지는 눈물을 닦아야 했습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한 소년에게 들이닥친 엄청난 비극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소년 파이(수라즈 샤르마)에게 세상은 자비로워 보였습니다. 세상은 동물원을 운영하는 부유한 사업가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착한 형을 주었고, 아리따운 첫사랑도 선물했으니까요. 물론 ‘피신’이라는 이름 때문에 친구들에게 ‘오줌싸개(pissing)’이라고 놀림받긴 했지만, 그는 놀림과 싸워 ‘파이’라는 새 이름을 얻어냈습니다. 소년의 고난이란 열심히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는 정도의 것이었죠. 그래서 가족 모두 캐나다로 이민을 가기로 결정했을 때도, 파이는 첫사랑 소녀에게 “금방 다시 만날 거야”라는 약속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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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라이프 오브 파이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그건 파이의 착각일 뿐이었죠. 캐나다로 출발한 배는 거대한 폭풍우를 만나 좌초됐습니다. 가족 모두를 잃은 소년은 겨우 구명보트에 몸을 실어 목숨을 부지합니다. 소년과 함께 구명보트에 오른 건, 다리가 부러진 얼룩말 한 마리와 굶주린 하이에나 한 마리, 바나나 더미를 타고 온 순한 오랑우탄 한 마리 그리고 원치 않았지만 차마 바다 속으로 밀어 넣을 수 없었던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 뿐. 불안한 동거는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에 의해 곧 정리됩니다. 하이에나가 얼룩말과 오랑우탄을 물어 죽였고, 호랑이가 하이에나를 죽였습니다. 이제 망망대해 위엔 소년 파이와 호랑이 리처드 파커 둘뿐. 악에 바친 소년은 하늘을 향해 소리친다. “내게 왜 이러시냐!”고. 하지만 어떠한 대답도 들을 수 없었죠.

 

자연은 그저 섭리대로 맑고 흐린 날을 반복하고, 바다는 시시때때로 아름다움과 흉포함을 번갈아 보여주는 동안 소년은 굶어죽지 않기 위해, 호랑이에게 물려죽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무려 277일 동안, 소년은 리처드 파커와 함께 살아냅니다. 영화는 파이와 리처드 파커가 결국 ‘친구’가 되는 동화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실망하지 마세요. 종족을 초월한 우정 따위보다 더 큰 기적은, 그들이 모든 것을 함께 겪고 살아남아 남은 생을 이어간다는 사실이니까요.

 

 



    자전거를 탄 소년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며 자연스럽게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 형제 감독의 <자전거를 탄 소년>(2011)이 떠올랐습니다. 이 영화도 쌀쌀 맞은 세상에 덩그라니 남겨진 한 소년이 주인공입니다. 보육원에 사는 열한 살 소년 시릴은 분노에 가득 차 있습니다. 그가 화를 내는 이유는 아빠가 선물한 자전거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릴은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 어린 아들을 키울 자신이 없는 아빠가 소년을 보육원에 내팽개치면서 자전거도 팔아버렸다는 사실을요. 


시릴은 그 현실을 믿을 수가 없죠. 인정할 수 없으니 화를 낼 수밖에요. 시릴은 우여곡절 끝에 보육원에서 나와 아빠를 찾아가지만, 아빠는 눈앞에 나타난 아들을 반기기보다는 불편해 어쩔 줄 몰라합니다. 그 순간, 시릴은 제 힘으로 바꿀 수 없는 현실을 깨달아버립니다. 소년의 눈망울 속엔 이글이글 솟구치던 분노가 사라지고 서글픈 체념이 자리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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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네이버 영화/공식 사이트]




하지만 <라이프 오브 파이>와 마찬가지로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소년에겐 또 내일의 삶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아버지의 빈자리를 대신할 순 없지만 시릴을 진심으로 아끼는 사만다(세실 드 프랑스)를 만나고, 그녀와 새 자전거를 타며 시원한 바람을 즐길 내일을 기대하며 소년은 한 뼘씩 자랍니다. 혹자는 ‘힐링’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들 합니다. 원효대사의 ‘해골바가지’처럼, 마음먹기에 따라 지금의 고통을 ‘고통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행복해진다는 것이죠.


정말 그럴까요? 우리가 오랜 수행을 거친 현자도 아닌데, 그런 마인드컨트롤이 가능할까요? <라이프 오브 파이>와 <자전거를 탄 소년>은 우리에게 그 반대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고통은 우리를 다치게 하고 상처를 입힐 것입니다. 그에 맞서 힘껏 분노하든 악다구니를 쓰든, 현재의 고통을 인정해야 하죠. 그러면 오늘을 살아낼 수 있습니다. 위안 삼을 수 있는 건, 살아남은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내게만 특별히 자비로운 세상 같은 건 없기에, 그 내일이 반드시 고통스럽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지만 오늘과 다른 날임엔 분명하죠. 이 ‘내일’의 다른 이름은 희망입니다. 희망은 오늘을 견딘 사람에게만 유효합니다. 오늘의 밤을 견디면 반드시 내일의 아침이 찾아오듯이요.

  

 


글 / 박혜은 <무비위크> 편집장 

 

* 이 컨텐츠는 한화그룹 사보 한화한화인 '힐링씨어터' 내용을 재구성 했습니다.

* 이 컨텐츠의 모든 저작권은 한화그룹 공식 블로그 한화데이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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