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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라이프/문화/취미

성우 배한성이 매일 축제처럼 사는 비결은?




"나와라, 가제트 만능팔!"


독특한 그 목소리 기억나시죠? TV 속 그의 목소리에 아이들은 환호했고 어른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어렸습니다. <맥가이버>, <가제트 형사>, <형사 콜롬보>등의 유명한 외화를 비롯해 2만여 편이 넘는 라디오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에서 각양각색 목소리 연기를 선보인 성우 배한성, 여기까지가 우리가 아는 성우 배한성의 모습이죠. 그렇다면 인간 배한성의 삶은 어떨까요? 고가구가 적재적소에 딱 맞게 들어찬 안양의 자택에서 만난 그의 모습은 이제 막 축제에 당도한 이처럼 즐거워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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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출처-영화 '형사 가제트']





일상은 일상입니다. 누구에게나 일상은 거대한 흐름처럼 고고해서 참으로 한결같죠. 가끔 어디선가 날아오는 돌덩이에 파문이 일 때도 있지만 이 역시 순간적인 출렁임일 뿐, 시간이란 어마어마한 힘에 실려 흘러가는 일상은 그 자체로 참 단단합니다. 하지만 눈 밝은 누군가는 그 일상에 자신만의 무늬를 새기기도 합니다. 묵묵하게 그리고 즐겁게 새긴 그 무늬는 어느 순간 장독의 김치처럼 세월에 발효되어 맛이 들고 맛이 듭니다. 성우 배한성에게, 고가구와 고미술품은 인생을 종단하는 묵직한 무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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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를 세 번이나 봤어요. 참 어릴 때인데, 영화 속에서 배경으로 등장하는 여러 가구, 인테리어 소품 등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참 별난 꼬마아이였죠." 


그 시절, 가난하고 척박했던 그 시절, 소년 배한성은 영화 속 세상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배한성에게 영화는 신세계요, 단순했던 일상에 마법처럼 시작된 축제와도 같았거든요. 


"그러다 중학교 때는 마음 맞는 친구 한 명과 아예 성북동의 집들을 보러 다녔어요. 저 집은 기와가 어떻다, 이 집은 대문이 이렇게 생겼구나 하면서 나름 품평을 하고 다닌 거죠. 당시 성북동 초입엔 하얀 타일을 바른 신식집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전 신식집보다는 오래된 집이 좋았습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힘겨운 생활이었지만 배한성은 지치지 않았습니다. 그의 눈은 언제나 높은 곳을 보고 그의 마음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에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첫 수집품은 어떤 거였냐고 물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엿장수 아저씨에게 산 화류장이라고 대답합니다. 우연히 엿장수 아저씨가 리어카에 싣고 가는 걸 봤는데,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그 화류장이 예쁘게만 보였다고 합니다. 당시 집에 변변한 가구가 하나도 없었기에 화류장 하나 들여 놓을 공간은 되었노라 웃음 짓는 그, 아직도 그때의 기쁨이 생생한 듯 가구 닦는 흉내를 내며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값이 비싸 먹기도 힘들었던 잣으로 기름을 짜 화류장을 닦았습니다. 제 손길이 닿을 때마다 거뭇거뭇했던 때가 벗겨지고 빛깔과 무늬가 살아났어요. 정말 어찌나 기쁘던지! 비록 여러 번의 이사를 거치며 잃어버리고 말았지만, 그 순간의 기쁨은 무엇과도 비할 바가 없었죠. 그 후 대학교 2학녀 때 동양 방송 성우가 됐는데, 그때부터 매일 인사동 등지를 다녔어요. 여유가 없으니 사지는 못했지만 구두 굽이 닳도록 걸으며 여러 고가구를 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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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에 작은 집을 마련한 후론 차츰 고가구와 앤티크 소품을 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생긴 별명이 '정릉 박물관장', 당시 그의 집에 놀러온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라고 하네요.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그의 집엔 천 년된 신라시대 석등도 있고, 미국과 프랑스의 고가구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가구를 '모셔두고' 사는 건 아닙니다. 평소 세간으로 사용하며 책도 보관하고 탁자와 식탁으로도 이용합니다. 명절 땐 석등에 초를 밝혀 운치를 즐기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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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의 예지와 맛이 얼마나 품격 있는지 모릅니다. 소박해보이면서도 참 당당한 멋도 있고요. 그런데 정말 놀라운 건, 우리 고가구엔 '과시'의 개념이 없어요. 그 자리에 있음으로 해서 공간은 장악하거나 다른 가구의 기를 눌리게 하는 게 없다는 거죠. 그래서 이렇게 다른 나라 고가구도, 앤틱 소품도 모두 품어 냅니다. 여유와 위엄을 함께 갖춘 우리 고가구처럼, 그렇게 살고 연기하고 싶은 게 제 오랜 꿈이기도 합니다."



*배한성의 애장품 Best 3

 Best 1 신라시대 석등

 우리의 소박하면서도 은은한 멋을 품고 있는 석등. 2001년 인사동에서 직접 구입했다.


 Best 2 서안

 양반들이 공부할 떄 책상으로 사용한 서안. 서안 위에 가족사진과 작은 장식품을 올려두고 안방의 미니 탁자로 사용   

 한다. 대단한 장식 없이도 절로 담담한 품격이 느껴지는 서안이다.


 Best 3 구스타프 스티클리의 의자&테이블

 미국 고가구의 명인인 구스타프 스티클리의 의자와 테이블. 나무라는 물성 자체의 특성을 잘 살려 무뚝뚝하면서도 간

 결 한 멋을 자아낸다.



발품 팔아 힘들게 마련한 고가구와 이렇게 함께 생활 할 수 있으니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냐는 성우 배한성. 오래된 품격을 누리고, 그 안에 자리한 멋을 즐기니 그의 일상은 매일매일 축제가 됩니다. 그는 말합니다.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은 '호학(好學)의 즐거움'이라고요. 모르는 것을 알아간다는 그 희열이 얼마나 값진지 그는 매 순간 감탄합니다. 게다가 배움은 끝이 없으니 즐거움 역시 한계도 끝도 없다면서요. 한때 '배한성 대본'이란 말이 방송가에 돌 정도로 대본 공부를 열심히 해 목소리 연기를 했던 성우 배한성. 그 열정을 그대로 고가구와 고미술로 옮겨 애정을 이어오고 있는 그를 보니 삶이 즐거울 수 밖에 없단 생각이 드네요~



* 이 컨텐츠는 한화건설 꿈에그린 웹진 '일상축제'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