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은 문화의 도시입니다. 예술의 고향이라 하여 예향(藝鄕)이라고도 하죠. 소설가 박경리, 작곡가 윤이상, 시인 김춘수 유치환, 화가 전혁림 등 걸출한 인물을 배출한 문화 예술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통영은 또한 이순신 장군이 한산대첩을 승리로 이끈 구국(救國)의 땅이기도 하고요. 통영(統營)이란 이름도 '수군통제영(水軍統制營)'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최고의 풍경을 자랑하는 미항 통영. 그래서 혹자는 '동양의 나폴리'라 부르기도 합니다.
▲통영시 전경[출처-통영시청]
통영에는 섬이 많습니다. 유∙무인도가 모두 526개로, 1004개의 섬을 거느린 전남 신안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곳이죠. 욕지도, 매물도, 연화도, 한산도, 비진도, 장사도 등 한두 번쯤은 들어본 유명 이름들이 즐비합니다. 통영 관광은 섬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섬 관광객이 급증하는 추세죠.
통영의 아름다운 섬 가운데, 자연 그대로의 멋과 자연에너지로 자급자족하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끕니다. 탄소 제로에 도전하는 국내 최초의 에코아일랜드로 통하는 '연대도'입니다. 연대도는 통영시 산양읍에서 배로 10분 거리에 있는 섬입니다. 80여명의 주민이 사는 이 작은 섬이 우리나라 최초의 ‘탄소 제로 섬’을 꿈꾸며 특별한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죠.
지금 이 섬의 전기는 태양으로부터 나옵니다. 마을 뒷산의 태양광 발전소가 주민들의 텔레비전을 켜고 세탁기를 돌리죠. 마을회관과 경로당은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첨단 단열공법을 이용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건축물)’입니다. 겨울이면 땅 속의 열로 목욕물을 데우고 난방도 하게 됩니다.
▲탄소 없는 섬인 에코아일랜드로 변신하고 있는 통영 연대도 전경(위)과 연대도의 태양광 발전소[출처-통영시청]
연대도 태양광 발전소의 경우, 한 집에 3킬로와트(㎾)씩 총 150㎾ 규모의 발전소가 동네 50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 태양광 발전소는 지역 단체인 푸른통영21과 통영시, 주민들이 2007년 5월부터 추진해온 ‘연대도 에코아일랜드 사업’의 성과물 중 하나입니다. 통영시는 2015년까지 예산 45억원을 확보해 연대도를 화석연료 제로, 생태관광을 통한 지속가능발전 모델의 모범 사례로 추진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태양광 발전소가 마을 전력 100%를 공급하면서 주민들의 평균 전기요금은 1000원이 됐습니다. 전기 사용으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없는 셈인거죠.
2011년 8월 남해안 도서 지역으로는 처음으로 쓰레기 분리수거 시설이 설치됩니다. 여느 섬 지역처럼 연대도도 쓰레기를 개별적으로 소각해 왔지만, 앞으로는 종류별로 분류해 배에 실어 통영시로 가져가 처리하며, 마을공동지열센터 건설로 난방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도 ‘0’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평균 15~18도인 땅속의 열을 응축해 태양광 전기로 45도까지 데워 지열 보일러로 난방과 급탕을 공급합니다. 연대도의 독특한 모델이 알려지면서 이곳을 찾는 공무원, 환경단체, 교사, 학생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네요. 에코아일랜드 프로젝트를 총괄한 윤미숙 푸른통영21 사무국장은 “연대도 사례를 단지 실험적 모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지역 공동체의 변화와 발전을 보여주는 모범사례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통영의 동피랑 벽화마을은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습니다. 동피랑이라는 말의 어원은 '동쪽의 벼랑'이라는 데서 왔는데요. 통영의 대표적 달동네였던 동피랑은 원래 재개발 계획이 추진돼 왔으나 서민들의 삶이 녹아 있는 독특한 골목문화로 재조명하자는 시민단체의 의견이 모아져 지금의 벽화마을이 재탄생한 것입니다. 골목마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벽화가 그려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필자가 보기에 통영 동피랑 마을의 컨셉은 자연 그대로의 삶을 그대로 유지하고 여기에 문화와 예술과 재미를 접목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동피랑 마을의 '재생(再生)'에는 돈과 에너지가 많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기존의 삶의 양식을 존중하고 공존하고 의지하면서 새로운 삶의 공간을 만들어 냈죠. 이 마을에는 규모있는 재생에너지 시설을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자연 그대로의 소중함을 알게 하고 그 속에 우리의 소중한 삶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동피랑 마을 전경
동피랑 마을에서 내려다 보면, 오른편에 통영시의 구도심인 '강구안' 지역이 있습니다. 바로 이 김밥거리 뒷골목길이 통영지역 시민단체의 노력에 힘입어 새롭게 변하고 있습니다. 2013년 4월초부터 통영시 중앙동 강구안 문화마당 한편에서는 프랑스 환경조각팀의 작업이 한창입니다. 이들은 천재 화가 이중섭(1916~1956)의 은지화에 등장하는 물고기를 높이 4m의 조형물로 만드는 등 통영 지역 문화 아이콘을 환경조각을 통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이 조각팀의 이름은 '아트 북 콜렉티브'. 이들이 첫 번째로 만든 것은 통영 출신의 고 윤이상 선생이 작곡한 '달무리' 악보의 음표를 확대해서 자전거로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동피랑에서 바라 본 강구안 지역(위)[출처-통영시청 블로그], 악보 작품과 프랑스 작가들(아래)[출처-푸른통영21]
강구안 골목길을 되살리는 일은 지역 사회운동단체인 '푸른통영 21'이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기획한 '강구안 푸른골목 만들기' 프로젝트가 경남도의 녹색성장위원회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진행이 본격화됐습니다. 신도심에 상권을 뺏기면서 활기를 잃은 구도심 골목길을 이전처럼 되살리자는 취지였죠.
▲강구안 푸른골목 만들기 거리 모습[출처-푸른통영21]
'푸른통영 21'은 조형물 설치에 이어 1.4㎞에 달하는 강구안 골목길을 오는 연말까지 대대적으로 정비할 계획입니다. 골목과 건축물의 역사, 유명인 등 재미있는 사연을 담은 안내판을 주요 골목길마다 설치하고, 각 가게의 간판도 친환경 간판으로 교체한다고 합니다. 골목 홍보전시장과 북카페를 배치하는 한편 골목길 스토리북도 발간할 예정이라네요.
강구안 푸른 골목 만들기 계획 가운데 눈에 띄는 프로그램 중 하나는 어두웠던 골목길에 자연에너지인 태양광 가로등을 설치하는 것입니다. 현재 1차 조사를 마치고, 강구안 골목 가운데 6곳에 태양광 가로등 설치를 앞두고 있답니다.
▲강구안 마을 태양광 가로등 설치 계획[출처-강구안푸른골목마을만들기사무국]
태양광 발전으로 가로동을 밝히기 위해서는 별도의 축전기가 필요합니다. 특히 가로등의 경우는 다른 전원과 달리 위급 상황에서도 전원 공급이 중지되어서는 안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100% 축전기를 활용하도록 설계할 경우 비용 효율의 문제, 발전 용량의 문제를 사전에 점검해야 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태양광 발전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더라도 일반 전력 계통을 연결하여 전력 공급 안전망을 이중으로 설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구안 마을이 거듭나면서 밤길을 밝히는 가로등이(아직은 일부지만) 태양광 에너지로 작동한다니 다시 한번 더 눈길이 갈 것 같습니다.
▲강구안 마을 골목을 밝히게 될 태양광 가로등[강구안푸른마을만들기사무국]
지역사회에서 재생가능에너지를 널리 보급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통영시의 경우, 문화 예술의 도시, 천혜 관광도시로서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지자체 관계자들의 이해와 참여와 협력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통영시청 주차장 태양광발전시설[출처-통영시청]
2010년 6월 이미 경남 통영시는 청사 주차장 내에 설치한 태양광발전시설을 본격 가동했습니다. 당시 통영시에 따르면, 3억9700만 원을 들여 시청사 삼각주차장 내에 태양광발전시설 설치공사를 완료하여 가동을 시작한 것입니다. 이 태양광발전시설은 50kw급 발전 규모로 태양광전지 모듈 300w급 168개로 구성되었습니다. 발전용량은 시간당 최대 38㎾, 일일최대 255㎾의 전력을 생산한 것으로 나타나 연간 5만4000kwh의 전력을 생산하였습니다.
시청사 전력사용량이 연간 약 160만kwh인 점을 감안하면 태양광발전시설 가동으로 연간 3.4%의 전력 절감 효과가 있습니다. 통영시 관계자는 '앞으로도 태양광발전시설을 확대해 통영시 전체에 친환경적인 신·재생에너지를 지속적으로 확대 공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마을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착한 예를 살펴보고자 할 때는 여행 배낭을 둘러매고 통영이 있는 남쪽 바다로 떠나보세요. 오늘도 푸른 통영을 만들기 위해 통영시와 시민단체들은 서로 소통하며 지역사회 통영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지혜를 모으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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