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다가와 어느새 사라져간 봄이 야속합니다. 아름답고 향기로은 꽃내음은 벌써 저만치 멀어지고 장마와 곧 다가올 무더위를 걱정해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계절은 흘러흘러 곧 여름휴가가 다가오니 마음 속 설렘은 가득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내 몸이 집에서 쉬기만을 원한다면 이보다 더 가혹할 때가 있을까요? 일상 속 쌓인 피로를 집에서 휴식으로 풀기보다 심신을 위로해 줄 국도에서의 휴식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한 해의 반을 달려온 만큼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지친 심신을 회복시켜줄 여행말이죠. 자 이제 떠나봅니다. 어디로? 초여름, 그 한적한 쉼터로~
▲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출처 - MBC '7급 공무원']
떠나간 님보다 야속한 짧은 봄이라지만, 그 안의 향연이 여전히 마음을 간지럽힙니다. 이내 초여름 내음이 성큼 다가와 마음 속을 두드려 43번 국도를 따라가봅니다. 무덥지도 매섭지도 않은 화창한 날씨에 마음이 흡족해지죠. 국도를 따라 쭈-욱 오르다 87번 국도를 잠깐 빌려 허브아일랜드에서 그 향연을 만끽하며 라벤더, 한련화 등 갖가지 풍성한 허브향 속에서 자연의 숨결을 느껴봅니다. 아기자기한 허브카페에 들러 마시는 허브 차의 향 또한 향기롭습니다.아이들의 재잘거림과 가족들의 따뜻한 마음에도 살짝 귀를 기울여보기도 하고 그 속에서의 휴식은 편안하면서도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해맑음 속 푸르른 녹음을 가로질러 도착한 곳은, 고석정(孤石亭)입니다. 임꺽정의 기백이 서려 있는 곳이라 하여 의연한 마음을 앞세워봤지만, 천혜의 자연과 어우러진 한탄강의 맑은 자연 앞에 오히려 마음이 사로잡힙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고운 모래밭에 털썩 주저 앉아 다리를 쭉 펴고 기지개도 한껏 늘어뜨려 봅니다. 옥구슬 굴러가듯 찰랑거리는 맑은 물 소리와 한적한 시원함을 안겨주는 바람 소리, 나무와 숲이 한데 어우러지는 소리까지 이 안에 깊은 쉼을 담아봅니다.
어렸을 때 이곳에 아버지랑 와본 적이 있어요. 그때 아무 말씀 없이 강을 바라보시던 아버지의 뒷 모습이 아직도 생각나요. 아버님께서는 그때 무슨 생각을 하셨던 걸까요? 손을 꼭 맞잡은 노년의 부부가 서로 건네는 이야기마저 마음을 울리는 곳. 고석정에서의 쉼은 마침표로 마무리 지어지기 보다 우리네 삶의 의미를 되새겨주는 이음표가 되어 지친 삶을 이끌어주고 말없이 감싸주죠.
마음을 조금 더 달래러 국도를 또 올라가보면 한화리조트/산정호수 안시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비둘기낭 폭포를 맞이하게 됩니다. 여러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 곳의 반달 모양 동굴과 흰여울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깎아 내리 듯 펼쳐진 절벽과 옥빛 못의 비경이 마음을 또 다시 채웁니다.
바위 틈에서 쉴 새 없이 흐르는 맑은 물은 바라보기만 해도 좋죠. ‘비둘기낭 폭포는 과거에 멧비둘기가 많이 살았다고 해서붙여진 이름’ 이라는 안내 글귀를 보고 다시금 폭포를 바라보면 자연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쉼터에 또 한번 감탄을 하게되죠.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었지만 멀리서 듣는 자연의 소리만으로도 행복합니다. 멀지 않은 곳에 비춰지는 자연의 숨결을 느껴보며 휴(休),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바람 따라 물 따라 다시금 느리게 걸어봅니다.
산정호수에서의 고즈넉한 밤을 뒤로하고 이튿날, 쉼의 마침표를 찍으려 다시 길에 오릅니다. 둘째 날의 화창함이 더욱 마음을 설레게 하죠. 돌아가는 길에는 이번 쉼의 마침표. 한화의 수목원 제이드가든과도 인연이 있는 국립수목원으로 향합니다. 가는 길 마디마디 이번 여행의 아쉬움을 떨쳐보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두어야 입장이 가능해서 그런지 국립수목원은 한적하고 고요합니다. 이른 아침에 맞이하는 나무와 꽃의 향연 역시 매력적이죠. 전문전시원, 산림박물관, 산림생물표본관, 산림동물원을 둘러보고 조금 더 느리게 걸어봅니다. 습지식물원의 낙우송이, 관상식물원의 산사나무가, 수생식물원의 각시수련이, 울창하게 펼쳐진 전나무가 정겹기까지 하네요. 5월부터 11월까지 한시적으로 개방하는 산림동물원은 더욱 반갑습니다.
비워진 마음 사이로 하나 둘 맑은 기운이 채워집니다. 나를 채워준 멋스러운 만남을 뒤로하고 돌아가는 길이 아쉽기만 합니다. 그래도 43번 국도와 함께한 쉼의 여행은 오롯이 나를 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바쁘고 거칠고 치열한 삶의 언저리에서 고단해질 때, 쉼을 한번 만끽해보세요. 휴(休), 그것은 분명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멋진 만남입니다.
*느리게 걷기
한화그룹 사보 한화·한화인의 코너 '느리게 걷기'에서는 매월 우리나라 국도를 따라가는 여행기를 싣습니다.
한달에 한 번,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나를 치유하는 평화로운 여행을 즐겨보세요.
▶38번 국도 따라 홀로 떠나는 겨울 감성 여행
▶7번 국도따라 떠나는 일상정리 바다 여행
* 사진 / 이원재 Bomb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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