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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라이프/여행/맛집

머리를 비우는 까페 vs 머리를 채우는 까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때 머리를 비우는 카페와 머리를 채우는 카페

눈 앞에 시간은 째깍째깍 가는데 당장 이거다 싶은 스파클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커피 한 잔 하러 가자. 예로부터 카페는 예술가, 사상가들이 사랑하는 아지트였다. 베네치아의 플로리안이라는 카페는 괴테, 바이런, 바그너, 모네, 마네, 하이네, 니체, 릴케, 토마스만 들이 시대를 거쳐가며 즐겨 찾았다. 고흐, 사르트르, 나폴레옹 도 카페 없인 못살아 족이었다. (참고: 유럽카페산책/ 저자 이광주) 카페가 없었다면 그들의 어떤 문장은, 사상은 존재하지 못했을지 모른다…가 전혀 가능성 없는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적어도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는 말이다.

21세기 서울, 의도하지 않았으나 그 역사를 이어받아 기묘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두 카페가 있다. 두 여자가 각각의 카페에서 전혀 다른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탐했다. 결국, 아이디어는 누구에게 넘어갔을까.


카페가 작품이다. 테이크아웃드로잉
미다리씨는 머릿속을 비우다.
머리를 비워야 할 때 여행을 떠나는 건 익숙한 것으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키기 위함이다. 마땅해야 할 것들이 더 이상 마땅하지 않고, 보이던 것들이 어둠 속에 깜깜해 질 때, 나는 낯선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어진다. 성북초교 근처 성지사우나 옆 <테이크 아웃 드로잉>은 복잡한 머리 속을 게워내야 할 때 찾는 곳이다. 시럽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키위주스의 걸쭉함과, 창 밖 풍경의 비현실적인 느슨함,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놓여있는 함성호 시인의 시집 <56억 7천만년의 고독>은 잡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낯설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이 조용한 동네에서, 거리에 개가 어슬렁거리듯 카페에서 빈둥대다 보면 기분 좋게 머리가 텅 비어서,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나는 머리를 비우러 <테이크 아웃 드로잉>을 찾는다.




머리를 비워야 할 때 찾는 곳 테이크아웃드로잉, 기분 좋게 머리가 텅 비어서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아주레씨는 머릿속을 채우다.
손들었다. 고만고만한 생각들. 내 안에 아이디어 없다. 누군가 내 뒷통수를 쎄게 쳐주길 원한다. 덕분에 바닥에 가라앉은 기발함이 툭 튀어나오기를. 갤러리형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 은 카페안에서 매번 새로운 전시회가 열린다. 신선한 작품들이 나에게 영감이 되기를 바라며 문을 열자 작가 이승현의 ‘미확인 동물원’ 이 한창 전시 중이다. 채집자인 작가는 미지의 생명들을 벽을 따라 그려간다. 카페 창문부터 계단까지 모두 낯선 생명들이 즐비한 동물원으로 변해있다. “그들과 맞는 주파수를 찾으면 대화는 가능하다. 그 대화는 여러분 안에 저 넘어 어디에선가 숨어 지내고 있는 또 다른 미확인동물들과도 교감할 수 있는 생명의 에너지가 될 것이다” (작가노트 중)
‘유기농 허브들이 기운찬 하루를 응원한다는’ 선빔을 주문한다. 창이 넓은 까페는 햇살이든 빗물이든 가득할 수 있어 좋다. 카페 한 켠의 책장에서 ‘나의(빈칸) 책’ 을 뽑아 든다. ‘ 내가 오 분 안에 할 수 있는 일?’ 재기 발랄한 질문들로 시작되는 수많은 빈칸들이 나를 유혹한다. 빈칸을 채워가는 동안 생각지도 못한 생각들이 떠오른다. ‘아하!’ 내 안의 미확인 생물체가 주파수를 보낸다. 평소에 지각하지 못하던 나의 사소한 습관과 능력들이 채워진 칸들을 보니 잊혀진 섬의 팡파레 소리가 들린다. 말인 즉, 해볼만한 거리들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갤러리형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

테이크아웃드로잉



* 위치 :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간송미술관근처(홈페이지 약도 참조) 
*  전화 : 02-745-9731
* 시간 : 11:00~23:00
* 기타 : 주차가능, 무선인터넷가능, 각종 소설과 잡지 비치, 매달 기획전시 있음
* http://www.takeoutdrawing.com
 

허술함이 컨셉이다. 곰다방
미다리씨는 머릿속을 채우다.
아무리 고민해도 이거다, 싶은 아이디어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을 때는 과감히 딴 짓을 하고 놀아야 한다. 친구들과 시덥잖은 수다를 떨거나, 도저히 끝까지 읽을 것 같지 않은 책들을 뒤적이고, 추억의 음반을 꺼내 옛 감상에 취했다가, 아무데나 끄적끄적 낙서도 하고. 그러다 보면 퍼뜩, 갑자기 생각난 듯이 그 분이 오시기 마련이다.
홍대 골목 모퉁이 겸연쩍은 듯 들어서 있는 커피숍 ‘커피 볶는 곰다방’은 좁고 어두운 동굴 같은 곳이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불러다 줄 모든 것을 갖춘 곳이다. 우선, 부담 없는 대화를 구사하는 곰과 같은 주인장이 있고, 주인장이 일전에 몸담았다는 출판사로부터의 책들이 가득하고, 온갖 종류의 음반들이 가득하다. 카운터에 빼곡한 카세트테잎들을 보며 옛 추억에 잠겨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 하루에 12시간씩 앉아있다 가는 소설가 지망생도 있다 하니, 느긋한 마음으로 그 분이 오실 때까지 기다려보자. 주인장이 삘 꽂히면 무한리필 그 분이 덤으로 오실 수도 있다.
그분이 오실때까지 커피볶는 곰다방


아주레씨는 머릿속을 비우다.
마음이 복잡하다. 풀어보려고 하면 엉키고 또 엉켜버린다. 눈을 감고 아미타불. 잡생각아 물러가라. 가라. 안가니? 그래. 내가간다. 곰다방에 간다.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 는 문구가 인상적인 티셔츠가 걸린 벽을 보며, 커피 오늘은 뭐가 맛있어요? 했더니 ‘다 맛없는데 오늘은…이거 마셔요.’ 하면서 어제 시청앞에 들고 갔다 남겨온 커피를 부어주는 곰님의 애티듀드.. 단골손님들이 남긴 비상한 스케치들을 보며 낄낄대는 사이 나는 한없이 투명하게 가벼워진다.
말만 잘하면 커피 몇 잔은 리필해 주는데 맛없다던 그 커피들은 모두 직접 볶고 내리는 거라 터프하게 내린 그 맛도 제 맛이다. 커피랑 담배가 너를 죽일지도 모르지만 이라는 전제하에 커피랑 담배없인 안된다는 곳. 그러니까 비흡연자거나 담배냄새에 탈나는 사람들은 도망치라는 말. 짐 자무쉬 영화 커피와 담배는 여기서도 한 씬 찍고 가면 좋았겠다. 워낙 작은 공간이라 사교성만 평범하다면 고개를 돌리는 사이 다른 손님들과 인사도 할 수 있고 그 손님들 중 오늘의 피카소나 밥딜런, 오스카와일드가 앉아 있을지도 모를 일. 세상일은 정말 모를 일이니까.

커피 오늘은 뭐가 맛있어요? 커피 볶는 곰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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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치 : 홍대 놀이터 아트박스 골목
 * 전화 : 없음
 * 시간 : 정오~자정
 * 기타 : 100여 권의 책, 600여 장의 LP, 연중무휴
 * http://www.gomdabang.net/
 
까페! 빈스앤베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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