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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라이프/직장생활

장마철 출근길에는 반바지가 최고?

 

 

 

 

 

얼마 전 한 대기업 직원이 당당하게 반바지로 출근하는 사진이 실린 기사( 대기업도 `절전경영` 팔 걷었다. )를 보았습니다. 전력 수급이 우려되는 시기인 만큼 최악의 사태인 블랙아웃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움직임 이었습니다. 이 기사를 보면서 불연 듯 반바지 때문에 망신을 당했던 저의 사회 초년병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05년. 요즘처럼 비가 오는 장마철이면 꼭 생각나는 최악의 사건을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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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사회생활 초년생의 잊지 못할 추억이랄까?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를 다니기 직전 대학원을 다니며, 모 경제지에서 1년간 인턴으로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순간의 실수로 하루 종일 직장에서 피가 마르도록 좌불안석을 경험했던 일이죠.

 

7월의 어느 날. 장마철이라 비가 엄청 쏟아지던 출근길이었습니다. 집 앞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전철역으로 가야 하는데,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길에 몰아치는 비바람 때문에 바지와 신발이 흠뻑 젖어버렸습니다. 이대로는 너무 찝찝해서 안되겠다 싶어 다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반바지와 샌들로 갈아 신고, 쇼핑백에 긴 바지와 운동화를 챙겼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평소 30-40분 일찍 출근했기 때문에 ‘빨리 가서 옷을 갈아입으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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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출처 -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비바람을 무사히 뚫고 전철에 올라 편안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반바지의 편안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귓가에 울려 퍼지는 신나는 음악을 가슴으로 만끽했습니다.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한참을 자다 눈을 떠보니 지하철의 문이 열려있고, “서울역”이라는 글씨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시청에서 내려야 하는데, 이미 지나쳐버린 것입니다. 깜짝 놀라 얼른 뛰어 내렸습니다. 내리고 문이 닫히는 순간 선반 위에서 홀로 자고 있을 저의 쇼핑백이 생각났습니다. 전철은 무심하게 떠나고 반바지에 샌들을 신은 초라한 한 남자만이 서울역에 남았습니다. 지하철 역을 나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도 조용해 졌습니다. 심지어 화창하기까지 했습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비가 안 오니 제 모습이 더욱 한심해 보였습니다.

 

 

 

 

정말 큰 고민을 했지만 이른 아침,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일단 회사로 출근을 했습니다. 책상에 살며시 앉았습니다. 마음 속으로 '오늘 하루는 책상에 꼼짝 말고 앉아 있어야지…' 생각 했습니다. 한 30-40분이 지났을 무렵. 말 많은 우리 팀장님이 KOOLUC씨를 찾습니다. 식은땀이 배어 나왔습니다. 할 수 없이 “네에……” 라는 가벼운 대답과 함께 저의 더욱 가벼운 옷차림을 ‘짜잔~’ 드러냈습니다.

 

팀장님) 너 뭐냐?

KOOLUC) 저기.. 팀장님.. 제가.. (주저리 주저리)

팀장님) 그래도 그렇지 회사에 누가 반바지를 입고오냐?
KOOLUC) ... (얼굴이 화끈화끈)

 

팀장님 덕분에 사무실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저에게로 집중! 간만에 얼굴이 화끈하게 제대로 달아올랐습니다. 이후부터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됐고, 점심시간에 마주칠 수많은 사람들이 신경 쓰여서 점심을 먹지 않기로  마음먹고 자리에 앉아있었습니다. 그런데 눈치도 없는 우리 팀장님은 저를 그냥 무작정 데리고 나갑니다. 아니다 다를까 여기저기서 의아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는 사람들,  한마디씩 하는 사람들, (비)웃는 사람들까지.. 저의 실수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나중에는 짜증까지 밀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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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출처 - MBC '무한도전']

 

 


그렇게 여느 때 보다 길고 길었던 하루가 지났습니다. 하루 종일 마주칠 때 마다 한 마디씩 하는 팀장님도, 언제 물벼락을 쏟았냐는 듯 유난히 멀쩡한 하늘도 원망스러웠습니다. 평소 퇴근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와 집으로 향했습니다. 하루 종일 신경을 곤두세워서 그런지 더욱 힘이 들었던 하루였습니다. 유실물 센터에 확인 할 힘도 찾아 갈 힘도 없어 그냥 집으로 향했습니다. 지하철 차창에 비친 저의 모습이 더욱 초라해 보였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많이 일어 납니다. 당시에는 너무나 당황스러워 마치 세상이 끝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 신입 시절에는 더욱 그렇죠.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 순간의 당혹스러움은 ‘내일이면 소중한 추억이 될 아름다운 지금 이 순간’이었을 뿐입니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직장생활의 연륜도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어려움에 봉착한 직장인들. 조금만 참으시길 바랍니다. 분명히 나중에 웃으며 얘기 할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이 될 테니까요. 보수적인 신문사에 반바지를 입고 출근했던 간 큰 저의 이야기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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