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를 일컬어, 예술의 도시, 로맨스의 도시라 합니다. 지구촌 곳곳엔 아름답고 독특한 도시들이 무수히 많지만 아마 '파리'만큼 다양한 매력을 뽐내는 곳도 드물테지요. 수 많은 수식어로 묘사되는 아티스트들의 집합소, 이곳 파리는 감각적인 뮤지엄, 맛있는 음식, 다양한 볼거리로 전 세계 여행자들을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루브르, 오르세, 개선문과 같은 가장 유명한 여행지 뿐 아니라 현대 미술의 보고 퐁피두 센터, 색다른 체험이 있는 몽마르뜨까지. 사실 '파리의 볼거리'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는 스토리가 될 것 같은데요. 오늘은 그 많은 볼거리들 중에서도 이 매력적인 도시 파리를 진정한 '예술의 도시'로 만들어 준 독특한 미술관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처음으로 찾아온 이곳은 오랑주리 미술관 입니다. 튈르리 정원 한쪽에 자리잡아 오르세 미술관과 세느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지요. 이 미술관의 베스트 작품은 뭐니뭐니 해도 모네의 거대한 '수련 연작' 입니다. 본래 튈르리 정원 안의 식물원이었던 이 건물은 모네의 수련을 전시할 목적으로 1999년부터 2006년까지 6년 동안의 건물 개조공사를 한 뒤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1층에는 수련 연작 '해질녘'과 '해뜰녘' 8점을 2개의 타원형 방 둥근 벽에 전시하고 있는데, 길게 펼쳐진 대작을 자연 채광 속에서 시간에 따라 각각 다른 모습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노년에 백내장을 앓으며 물에 둥둥 뜬 수련들이 마치 회오리 치듯 표현한 모네의 수련연작은 한 전시실을 오롯이 차지하며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1층 전시실이 모네의 파티장과 같았다면 지하 1층은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세잔, 마티스, 모딜리아니, 피카소, 르누아르, 루소 등의 작품도 전시하고 있는데, 그 규모가 가히 어마어마하여 자칫하면 길을 잃을 수도 있는 루브르나 오르세에 비해 전시 작품의 수는 적은 편이지만, 조용하고 깔끔한 분위기의 파리 미술관에서 만나는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은 여행자들의 휴식이 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꼽으라면 바로 이 장면 일것입니다. 소풍나온 초등학생들이 루소와 르누와르 작품 앞에 삼삼오오 모여서 선생님의 도슨트 레슨에 귀를 기울이던 모습이었죠. 갈길이 바쁜 여행자는 그저 대단한 화가들의 작품을 잠시나마 눈에 담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스치듯 지나가지만 이렇게 오랜시간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것이야 말로 파리지앵들이 누리고 있는 가장 큰 특권이 아닐까 합니다.
파리의 상징 에펠탑이 우뚝 솟은 공원을 지나다보면 오른쪽으로 통유리창으로 된 현대식 건물이 눈에 띕니다. 오늘의 두번째 목적지 케브랑리 박물관 이지요. 이 건물을 설계한 장 누벨이 '숲과 강의 상징, 그리고 죽음과 망각에 대한 강박'을 중심으로 조직된 공간이라 묘사했을 정도로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고, 유리판, 자연목, 콘크리트가 자연과 식물을 통하여 하나로 융합되어 있는 건축물입니다. 박물관으로 들어서면 시원하게 툭 트인 높은 천정과 드문드문 서 있는 전시 작품들이 마치 하나의 완성된 '건축 전시'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지요.
파리의 대부분 미술관과 박물관들이 유럽에서 활동하던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내세워 전시하는거에 반해, 이곳 캐브랑리 박물관은 '비유럽'권에서 온 작품들이 이 박물관의 메인 테마가 됩니다. 그로 인해, 박물관이 개관되자 비유럽권의 토착 예술만을 따로 모아 전시하는 것이 서구와 비서구를 분리하여 특정 문명에 대해 평가 절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도 했습니다. 특히 소장품의 많은 양이 식민지시대에 수집된 것들이어서 제국주의적이라는 비판도 받았지요. 그러나 개관 이후 많은 관람객이 몰리며 에펠탑과 함께 파리의 또 다른 명소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트로카데로에 있던 인류박물관과 포르트도레에 있던 아프리카 · 오세아니아 문명사박물관이 합쳐져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비유럽에서 수집된 30만여 점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세계적인 문화유산 3,500여 점이 영구 전시되어 있기도 하지요. 19∼20세기 초에 수집된 한국의 전통 의복을 비롯한 민속유물 600여 점과 거문고, 장구 등 전통 악기 23점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에 가면 '유럽 예술' 만을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여행자들에게 오히려 신선하고 개성있는 박물관이 바로 이곳 케브랑리가 아닐까 합니다.
오늘 마지막으로 찾아온 곳은 파리의 '장식 예술 박물관' 입니다. 패션의 도시라는 명성 답게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탑 모델들을 배출해낸 프랑스의 장식 예술 박물관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루브르 박물관 옆에 위치한 파리 장식 예술 박물관은 가구 · 염직 · 도자기 등 일상생활과 관계 깊은 공예품이 주를 이루며, 특정 주제에 의한 미술전람회도 자주 열립니다.
1864년 응용예술 진흥을 위해 설립한 산업응용미술협회에 의해 1877년 루브르 궁내에 설립된 이 미술관은 파리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만나볼 수 있는 전시관 입니다.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인 브랜드, 루이비통과 샤넬을 주제로한 상설전시에선 미술관 전시가 아닌 백화점 쇼윈도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하지요.
약 5만점에 이르는 소장 작품들은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공업미술의 귀중한 컬렉션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 여행자들이 좋아할 만한 아기자기한 금속 공예, 쥬얼리, 가구, 현대공예 등이 많아서 루브르 박물관을 관람한 후 잠시 쉬어가며 둘러보기에도 안성맞춤인 공간 입니다.
예술의 도시 파리로 떠나본 미술관 여행, 어떻게 보셨나요? 미술관, 박물관 이라하면 어쩐지 고리타분하고 지루할거라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죠? 모네의 수련연작은 전시실 자체가 '힐링 여행지'와 같았고, 에펠탑 옆에서 만난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등에서 온 컬렉션은 신선한 활력을 주었습니다. 쇼핑욕구를 자극하는 장식 미술관에선 박물관이 그저 어렵고 딱딱한 공간만은 아님을 알게해 주었지요. 사전 지식이 없이는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난해한 그림들만 가득할 거라 생각했던 파리의 개성있는 미술관에서 의외의 재미를 찾아보는 것. 파리가 여행자들에게 선사하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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