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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라이프/여행/맛집

지구상 마지막 남은 파라다이스 갈라파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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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린다. 긴 여행 기간 동안 다양한 국적의 비행기를 타봤는데 이처럼 심하게 흔들린 적은 처음이다. 파라다이스로 들어가기 위한 기체의 몸살이 심하다. 이 지역은 난기류가 많아 자주 있는 일이라지만 두 번 겪다가는 쪼그라든 심장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다. 본토인 에콰도르에서 뚝 떨어져서 태평양 한가운데 옹기 종기 모여있는 섬들이 갈라파고스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만들어 주었던 이 외딴 섬들은 섬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바다에 조금이라도 맛을 들인 스쿠버 다이버라면 그 이름만 들어도 설레게 만드는 곳이 바로 야생 동물의 천국인 갈라파고스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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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제도에서 가장 큰 타운인 푸에르토 아요라에 짐을 풀었다. 갈라파고스의 주 섬들을 모두 도는 7박 8일짜리 크루즈 배를 타기 전에 푸에르토 아요라에 자리를 잡고 스쿠버 다이빙을 하면서 한 일주일 살아보기로 한다. 장기여행의 매력은 이렇게 맘에 드는 곳에서 스케쥴에 쫓기지 않고 맘껏 늘어질 수 있는 데 있다. 다이빙 샵을 가기 위해 매일 지나는 길에서 이 섬에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는 야생의 동물들을 본다. 철창 없는 동물원이다. 길을 걷다가 잠시 한쪽으로 눈을 돌려 물개 가족이 일광욕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 머리 위에는 날개가 3미터는 족히 넘어 보이는 거대한 브라운 펠리칸이 생선 쪼가리를 들고 날고 있다. 마을 어귀의 돌담에서는 못생긴 마린 이구아나 떼들이 진을 치고 앉아서 따뜻한 햇볕을 즐긴다. 한 무리의 섬 아이들이 깊고 푸른 에메랄드 빛 바다에서 물개들과 함께 수영을 하며 놀고 있다. 사람과 자연이 그대로 어우러져 있는 삶이다. 야생의 동물들은 사람들을 인식하지 않고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함께 살아 간다. 회색건물들 속에서 사는 도시형 인간에게는 별천지인 곳이다. 한낮의 푸에르토 아요라의 햇빛은 따가울 정도로 드세다. 시원한 망그로브 그늘에 앉아서 해적새라 불리는 프리가트가 파란발부비가 잡은 먹이를 빼앗는 모습을 본다. 물 속에서 스쿠바 다이빙을 하다가 10여 미터 위에서부터 내리 꽂기 시작하는 부비의 총알 잠수를 보는 것만큼이나 재미있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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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다이빙의 하이라이트는 아름다운 유영을 하는 물개다. 물속에서 해머헤드샥이나 거대한 잭피쉬떼 웅장한 바라쿠다떼, 돌고래떼를 보았을 때보다 더 큰 감동을 받는다. 스쿠바 다이빙 포인트로 유명한 바다를 들어가면 오히려 바다 생물들이 인간을 피한다. 인간으로부터 철저하게 보호되고 있는 갈라파고스의 어린 물개들은 인간을 경계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해를 주는 천적으로 인식된 기억이 없기 때문에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호기심 강한 이 녀석들은 호의적이고 때로는 다이버에게 큰 관심을 보이며 다가오기도 한다. 내가 내보내는 공기 방울들 속에서 놀기도 하고 나의 오리발을 가지고 장난을 치기도 한다. 마치 물 속에서 자기들의 영역에 들어온 낯선 물고기의 정체를 살피려는 것마냥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내 주위를 맴돈다. 바다 속에서 강아지마냥 내 주위를 맴돌며 나를 따르는 새끼 물개를 만났을 때의 경이로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외계인과의 조우가 이만큼 떨리고 흥분되는 일일지 모르겠다. 육지에서 그 육중한 몸을 질질 끌며 애처롭게 모랫바닥을 끌고 다니는 녀석들이 아니다. 바다 속에서 녀석들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몸짓으로 유영한다. 이런 만남은 동물원에서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보는 만남이 아니다. 녀석들이 숨쉬고 있는 바다에서 아무런 장벽 없이 살이 닿는 만남이다.

갈라파고스의 바다는 현실을 벗어나 이상을 꿈꾸게 하는 바다다. 인간의 손때가 없는 자연 그 자체를 경험하게 해준다. 갈라파고스의 동물들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며 사는 사라 할머니는 이 섬이 너무 좋아 떠날 수가 없다고 한다. 에어컨이 필요 없는 망그로브 그늘과 씨에스타(낮잠)의 달콤함을 함께할 수 있는 새끼 물개와 짝짓기 댄스왕 파란발의 부비와 못난이 이구아나가 나를 잡고 있다. 놓아주질 않으니 여행다이어리의 일정이 하루하루 또 늘어난다. 영국에서의 삶을 뒤로 하고 갈라파고스에서 매일 이곳의 동물들과 함께 꿈을 꾸듯 살고 있는 사라 할머니가 부럽다. 그녀의 갈라파고스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엽서 한 장과 이 곳을 담은 수 백장의 내 사진을 들고서야 겨우 발걸음을 다음 여행지로 옮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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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라파고스는 대부분의 스쿠바 다이빙 포인트가 초보 다이버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수온이 비교적 낮고 조류가 있는 곳도 많다. 이곳을 여행지로 택하기 전에 다이빙 자격증을 따고 오면 지상은 물론 바다 속 여행까지 두 배의 즐거운 경험을 얻을 수 있다.

- 다이빙을 배우고 싶다면 동남아가 최적의 장소다. 가깝고 싸고 수온도 높고 초보가 뛰어들기에 좋은 포인트가 많다. 태국의 꼬따오나 푸켓, 필리핀의 보홀이나 세부 등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다이빙 샵이 많아서 스쿠바 다이빙 교육을 받는 데 큰 불편함 없다.

- 스쿠바 다이빙을 배우기 전에 전세계 어느 곳에서나 통용되는 공인된 것인지 확인한다. PADI나 NAUI가 가장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만 쓰이는 협회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을 경우 해외에서 인정을 해주지 않는 난감한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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