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시작하기에 앞서 한 가지 여쭤볼게요. 혹시 ‘태양의 서커스’를 아시나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수준의 서커스를 뛰어넘어 예술로 승화시킨 태양의 서커스는 1984년 캐나다 퀘백에서 시작이 되었는데, 이들이 처음 자리를 잡은 곳은 석회석 채석장과 쓰레기 매립장. 악취와 가스뿐만 아니라 4,000톤 이상의 독성 화학 쓰레기로 물까지 오염된 곳이었다고 해요. 모두가 버려진 땅으로 여겼던 이곳에서 어떻게 태양의 서커스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요?
그들은 지하에 오염된 침출수는 파이프를 연결해 빼내고, 메탄가스는 화력발전 연료로 재활용했습니다. 그리고 '태양의 서커스' 본부와 서커스 공연장을 지었죠. 현재 이들은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상설 공연장과 순회공연 등으로 벌어들인 돈만 작년 한 해 1조 원에 달합니다. 태양의 서커스, 이들이 가진 마음이 마치 태양광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려는 한화의 마음 같습니다. ^^
오늘은 여러분들과 버려진 공간에서 화려한 공간으로 변신에 성공한 여행지를 소개해드릴까 해요. 여러분은 새로운 도시에서 여행을 시작할 때 어떤 것에 가장 먼저 주목하시나요? 분주하게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아니면 도시 골목길의 생경한 풍경...? 사실 그 도시를 깊숙이 들여다보고자 오랜 시간을 머무는 여행자가 아니라면 그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나 주요한 여행지만을 돌아보기에도 시간은 언제나 벅차기만 합니다.
이런 여행자들의 마음을 아는지, 이름이 알려진 도시들은 대부분 새로운 건축양식, 멋진 디자인으로 단장한 도시의 랜드마크들을 앞다투어 세우곤 하지요. 하지만 그거 아시나요? 삐까번적한 디자인이 아니어도, 현대식 건물의 대단한 위엄이 아니어도 지구촌 곳곳엔 오래 전에 사용되었던 공간의 용도를 탈바꿈시켜 여행자들로부터 더욱 주목받고 있는 여행지들이 있습니다. 예전의 기능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해 사랑 받는 여행지. 버려진 공간의 화려한 변신, 그 이색적인 모습을 만나러 지금 길을 나서봅니다.
▲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 되었습니다. 오르세미술관 [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클릭)]
파리 세느강변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길쭉한 형태의 오래된 건물을 만나게 됩니다. 1804년 최고재판소로 지어진 이 건물은 오르세궁이라 불렸으나 궁전 건물이 불타 버렸습니다. 그 이후 1900년 개최된 ‘파리만국박람회’를 계기로 파리국립미술학교 교수였던 빅토르 랄로에 의하여 오르세 기차역으로 다시 지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 이후 현대적으로 지은 기차역 임에도 불구하고 1939년 문을 닫게 된 이후 방치되었죠. 세 번의 탈바꿈 끝에 1979년에 현재의 미술관 형태로 실내 건축과 박물관 내부가 변경되어 1986년 12월 ‘오르세미술관’으로 개관되었습니다.
▲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 되었습니다. 오르세미술관 [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클릭)]
미술관 내부로 입장하면 유럽 여행 중 자주 만날 수 있는 돔형 기차역의 모습 그대로를 만날 수 있습니다. 기차가 달리던 철로만 사라졌을 뿐, 역으로 사용되던 당시의 유리 천정과 마치 샹들리에보다 더 화려한 대형 시계가 마치 금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지요. 파리의 북역, 생라자르역 등 현재에도 수많은 기차가 오가는 역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차역이 변신한 미술관이라 하여, 시시한 (?) 상설전시 들만 이루어질 거라는 오산은 금물! 인상주의를 대변하는 많은 그림을 소장하고 있어 일명 ‘인상주의 미술관’으로 불립니다. 현대 미술학의 살아 있는 교과서로서 사실주의에서 인상주의, 상징주의 등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가장 중요한 작품들이 소장된 전시공간이지요. 특히 한국에 순회 전시를 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던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 밀레의 '이삭줍기' 등과 같은 걸작은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을 이 미술관으로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미술관이 된 기차역을 만나봤다면 이번엔 공원이 된 기찻길을 만나러 가보겠습니다. 하이 라인(High Line)은 뉴욕시에 있는 길이 1.6km에 이르는 공원입니다. 웨스트 사이드 노선으로 맨해튼의 로어 웨스트 사이드에서 운행되었던 2.33km의 고가 화물 노선이 제 기능을 다 하자 꽃과 나무를 심고 벤치를 설치해서 공원으로 재이용한 장소이지요.
▲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 되었습니다. 하이 라인 [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클릭)]
공원은 12번가에서 남쪽으로 한 블록 떨어진 곳에서,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에서 30번가까지 뻗어나가, 첼시 지구를 지나고, 쟈비츠 컨벤션 센터 근처의 웨스트 사이드 야드까지 달합니다. 1930년대 뉴욕의 화물 수송 열차노선이었던 하이라인은 비행기의 발명으로 인해 열차 화물 운송이 점차 줄어들면서 도시의 검은 흉물로 남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만든 비영리단체인 ‘하이라인 친구들’에 의해 보존돼 지금의 하이라인 공원이 재탄생하게 되었지요.
▲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 되었습니다. 하이 라인 [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클릭)]
특히 이 하이라인 파크가 있는 '첼시 지역'은 예로부터 '뉴욕의 거리 미술관'이라 불릴 만큼 많은 아티스트들의 집합소여서 철로 공원을 걸어가다 보면 주위의 건물들은 마치 거대한 길거리 갤러리를 연상케 합니다. 인구밀도가 높고 그만큼 집값도 높기로 유명한 뉴욕에선 이처럼 버려진 철로도 허투루 사용되는 법이 없네요. 시민들이 만들어낸 하이라인 파크는 마치 뉴욕의 현재와 과거의 모습을 이어주는 좋은 매개체 같습니다.
하이라인 파크와 함께 더불어 뉴욕 첼시 지역의 명물이 있다면 바로 그곳은 '첼시마켓' 입니다. 옛날 과자 공장 자리에 들어선 대형 식품판매장으로 작은 빌딩의 1층, 동굴 같은 통로 양쪽으로 가게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지요.
과거에 과자 공장으로 사용되다 그 기능을 잃어, 폐허가 될 뻔했던 애물단지였지만 지금은 아무 가게나 입점할 수 없는 콧대 높은 지역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나인 스트리트 에스프레소, 사라베스 베이커리, 랍스터 플레이스 등 뉴욕 전역에서 사랑받고 있는 레스토랑들의 체인이 이곳 첼시 마켓에 많이 입점해 있어- 식사, 디저트, 커피에 이르기까지 한 장소에서 모든 맛집을 섭렵할 수 있는 '최고의 푸드코트' 이기도 합니다.
▲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 되었습니다. 첼시마켓 [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클릭)]
특히 이곳의 내부는 예전 과자 공장으로 사용될 당시 건물을 구성하고 있던 천정 판넬과 오래된 갈색 벽돌, 검은색의 바닥까지 남아있어- 그야말로 영화 속 액션신 촬영지로 어울릴 법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마켓으로 변신하면서 밝은 조명을 설치하고 가게들이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으로 디자인되어 지금은 액션 느와르보다 로맨틱한 데이트 장면의 촬영지로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인상주의 화가들의 대 경연장이 된 파리의 기차역, 빼곡한 빌딩 숲에 자리한 철로 위의 산책 공원, 그리고 과자 공장이 변신한 '맛집 대 백과사전'과 같은 마켓까지. 원래의 용도와는 전혀 다르지만, 이색적이고 획기적인 변신으로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끄는 여행지를 만나봤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공간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곳이 서울역입니다. 오래된 기차역을 철거하는 것이 아니라 원형을 그대로 유지해 미술관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또한 수많은 민주화 인사들이 수감됐던 영등포교도소도 65년 역사를 끝으로 새롭게 변신을 꾀하고 있는데요. 영등포교도소가 철거 된 자리에는 아파트와 상업 시설을 갖춘 복합단지가 들어선다고 하는데요. 추가로 영등포교도소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기념관을 만들고 역사 자료를 전시할 계획이라고 하니, 기념관이 완공되면 꼭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 되었습니다. 서울역 미술관 [이미지 출처 - 서울 메트로 미술관 (클릭)]
지금까지 예술의 중심 혹은 도심의 랜드마크로 변신한 버려진 공간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우리 주변에도 철거된 모습 그대로 자리하고 있는 건물과 아무도 찾지 않는 공터 등이 숨어있는데요. 앞서 소개해 드린 하이 라인과 오르세미술관처럼 공간의 변신을 통해 새로운 숨결을 얻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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