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자취 일기 1, 진짜 나 혼자 산다?

국민 MC가 되기까지 오랜 기간 무명의 시간을 보낸 무한도전/런닝맨의 유재석, 무명은 잊어라! 호로록 호로록~ 식탐송으로 대세녀에 등극한 이국주까지, 간절히 바라면 정말 꿈은 이루어지는 걸까요?

뭐… 저는 자취에 대한 로망은 있었지만 큰 꿈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근무지 이동으로 서른 살 이 다 되어 부모님의 집에서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던 직장인에서 한순간 자취하는 직장인이 되어 버렸는데요, 처음에는 독립한다는, 그리고 자취를 한다는 생각에 들떠 신이 났지만, 대부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저 역시 집안일을 배울 기회도 관심도 전혀 없었고 보통 인간이기에… 큰 시련이 닥쳤는데요. ㅜ_ㅜ

자취에 대한 로망은 있었으나, 준비가 안 된 직장인 자취생의 이야기… 지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친구를 자주 불러도 되겠구나."

"밤새도록 놀아야지. "

"부모님 잔소리 없이 편하게 지내지 않을까?"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게 되었으니 나도 이제 자기개발이라는걸 해봐야겠다. "

처음에는 친구도 부르고, 부모님의 잔소리에서도 해방이라는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요, 아직 자취를 시작한 지 2주밖에 안 된 집은 사진으로 보시다시피 썩 멀쩡한 모습은 아닙니다. 아직 집안 일에 익숙하지 않기에 어디를 청소해야 하는지, 청소라는 건 며칠 간격으로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지요. 회사동료가 선물로 준 진공청소기를 아직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조금씩 방바닥에 보이는 먼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

나~름 무난했던(?) 청소상태에 비해 식생활은 처참해지기 시작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퇴근하면 어머니께서 따뜻하고 맛있는 밥을 차려 주셨는데… 자취를 시작하고 나니 내가 먹을 것은 내가 스스로 준비하고 챙겨야 합니다. 

"나는 입맛이 까다롭지도 않고, 시리얼이나 라면도 좋아하니까 먹는 문제 정도야 뭐~"

이런 굉장히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2주쯤 지나자 현실은 생각과는 너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매 끼니를 간편한 시리얼로 대충 때우기 시작했는데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닌 듯… 대충 먹으니 기운도 없고 금방 허기져 버렸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회사식당은 단지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해주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 어느샌가 회사식당은 저에게 희망의 젖줄과도 같은 소중한 곳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였을까 특별히 야근하는 날이 아니었음에도 종종 회사식당을 이용하게 되었어요! (회사 식당 최~~~~~~고♡)

가끔 어머니가 부를 때만 짐꾼으로만 활약하던 장보기를 처음 해보게 되는 시기도 이때였습니다. 혼자 카트를 끌고 마트 안을 다니면서 생각보다 생필품의 가격이 비싸다는 걸 인지하고, 마트에서 잘 보는 것도 생각보다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아 버렸지요! 

자취를 시작하고 나니 가끔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 것 외에는 대부분 저축하거나 취미용품을 구입하는데 사용했던 월급의 사용처가 다양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부모님과 살 때보다 지출이 늘어난다는 점.. 사실 이게 제일 큰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ㅜ_ㅜ

그리고 자취를 하면 또 한가지 안 사실!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빨래 그 자체는 생각보다 쉽지만 문제는 빨래가 끝난 후 세탁물을 널고, 다시 마른 세탁물을 개어서 옷장에 넣는 과정이 생각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손이 많이 간다는 사실! 휴~ 갑자기 어머니가 보고싶네요…

자취를 꿈꾸는 분들에게 제가 너무 안 좋은 말들만 한 건 아닌지… (그렇지만 진짜 집이 최고입니다!) 그래서 좋은 점을 찾아보았는데요, 일단 자취방을 회사 근처로 얻었기 때문에 대폭적으로 가까워진 통근거리 덕분에 자전거 출퇴근이라는 것을 시도해 볼 수 있었는데요, 하루에 40분 내외의 짧은 자전거 시간이었지만 기대이상으로 생활의 활력을 안겨주더라고요!

덕분에 통근시간이 대폭적으로 줄어들게 되어서 하루에 2시간정도는 여유가 생겼는데요, 처음 시작한 자취생활의 긴장이 이때야 조금씩 풀린 것인지 그 2시간은 잠자는 시간이 고대로 2시간 늘었습니다. 하하하 ^^;뭐.. 충분한 취침시간도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니까요…

자취의 로망을 가슴에 품고 자취를 시작한 지 이제 2주차 직장인, 처음 계획한 대로 퇴근 후 남는 시간에 책을 본다거나, 공부한다거나, 취미생활에 매진하지도 못했고, 예상했던 것 이상의 지출과 집안일들 만나게 되었지만, 덕분에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알아가는 과정들이 좋았습니다. 

어찌 보면 힘들고 귀찮을 수 있지만 저는 이 자취 생활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습니다. 살림은 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겠지요…? 혹시 자취하려고, 독립하려고 생각하는 직장인들이 있다면 저를 믿고 팔로팔로미! 자취하는 헬게이트에 함께 빠져 보아요. ^^ 나름 자취 선배(?)로서 자취에 관한 정보와 노하우를 전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에는 먹는 것이 힘! ‘자취생의 요리’를 소개해 드릴 테니 기대 많이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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