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만화가, 이현세 vs 허영만

2006년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 주연의 ‘타짜’에 이어, 얼마 전 빅뱅의 TOP(최승현), 신세경을 주연으로 한 ‘타짜-신의 손’이 개봉하여 많은 인기를 끌었죠?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타짜’는 사실 만화가 원작이라는 사실! 

검증된 인기와 탄탄한 구성으로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영화 등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주원, 심은경 주연의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일본 만화죠?^^)’와 금요일(10/17) 첫 방송된 시완, 이성민, 강소라 주연의 ‘미생’도 알고 보면 만화가 원작이랍니다.

오늘은 원작은 물론 드라마와 영화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만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가지려 하는데요, 그중에서도 국내 만화계의 쌍두마차! 만화가 ‘이현세’, ‘허영만’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보려고 하는데요, 꼬깃꼬깃 흑백 만화책을 보던 그때 그 추억 속으로의 만화 여행, 지금 출발합니다. ^^

경북 출신으로 친척 중 북한군이 있어서 '빨갱이'라 불리며 성장한 이현세! 그림 재주는 특출났으나 ‘선생 운’이 없어서 핍박 속에 수련기를 보냈던 그는 어떻게 선배만화가 허영만을 앞질러 한국만화계의 슈퍼스타가 됐을까요?

강하고 율동미 넘치는 펜선에 매력을 느꼈던 그는 평소 흠모했던 극화 분야의 만화가를 스승으로 모시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로 상경해 무작정 찾아갔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나이가 많아 보여서 부리기 힘들 것'이라는 이유때문에 모두에게서 거부당했다고 해요. 대신 원하지 않았던 순정만화가와 명랑만화가 아래서 수학했다는 사실! 이후 극화 만화가 밑에서 일을 돕기도 했지만 대부분 일본만화나 미국만화를 베끼는 일이었습니다. 만화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어 했던 이현세였지만, 막상 서울까지 와서 한 일은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남의 만화 그리기'에 고향으로 도망쳐 오기를 몇 차례… 그는 점차 남의 만화로 가득 채워졌던 생활을 '내 만화'에 대한 열망으로 키웠다고 합니다.

1978년 정식 데뷔작 [저 강은 알고 있다]를 발표하고 곧이어 1979년 자신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까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첫 작품 [시모노세끼의 까치머리]를 발표하게 되는데요, 이현세는 "내가 가장 잘 아는 사람인 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으려 했던 나의 의지를 까치에 담았다"며 만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1982년 이현세는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공포의 외인구단]이라는 작품을 발표했는데요, 실패와 소외, 그리고 사회에 대한 강한 반발심을 제 것처럼 쥐고 살았던 주인공 까치와 그 친구들을 모아 놓고 벌인 한 판 살풀이가 주 내용으로, 마동탁과 엄지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적 사고와 속물근성, 그리고 그 앞에 맨몸으로 맞섰던 까치의 맹목적 사랑이 그려졌습니다. 까치는 가부장 신화 속에서 급격한 산업화와 늘어난 빈부격차로 인해 힘겨워하는 당대 남성의 고민을 대표했는데요, [공포의 외인구단]의 인기로 이현세는 한국만화의 야성과 흥행을 대표하는 아이콘이자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

1965년 고교 졸업 후 상경한 그는 미술에 소질이 있었지만,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가세가 기울어 진학 대신 생업을 택했다고 해요, 잡학다식했던 박문윤 화실에서 기본기를 익혔고 당대 최고의 순정만화가였던 엄희자 문하와 다양한 장르 만화를 섭렵했던 이향원 문하에서 일을 도우며 만화엘리트로 수련을 받았다는 그!

1974년 소년한국도서 신인만화공모전에 당선됐고 같은 해 [각시탈]을 발표하며 데뷔작 흥행신화를 쏘아 올리며, '10년 안에 최고의 만화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지 10년 만에 원하던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당시 만화출판과 유통환경의 독과점 시스템은 유망한 스타작가의 앞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절치부심하며 애니메이션업계로 발을 돌리기도 했던 허영만은 1979년 어린이 교양지 '어깨동무'에 연재했던 [태양을 향해 달려라]가 히트하면서 다시 주목받는 만화가가 됐으며, 1981년부터 전작 단행본으로 발표한 [무당거미] 시리즈가 연달아 히트하면서 허영만은 한국 만화계의 흥행보증수표로 통하게 됩니다.

[카멜레온의 시], [퇴역전선]으로 성인 독자층을, [날아라슈퍼보드], [망치]로 어린이 독자층을, [비트]로 청소년 독자층을 사로잡으며 전 연령대의 만화독자와 호흡하는 유일한 만화가가 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허영만은 늘 2등 만화가였습니다. 

80년대에는 [독고탁]의 이상무가 1등이었고, 이상무의 힘이 빠지자 갑자기 등장한 이현세가 [까치]로 1등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인데요, 좌절도 있었을 법하지만, 허영만은 ‘8홉론’과 ‘2등 역할론’을 설파하며 창작자의 이성을 강조하여, 2등은 늘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고 만화 소재와 장르의 혁신을 주도하며 새로운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급기야 1999년 [타짜], 2003년 [식객]을 발표하며 Only One 만화가에서 Number One 만화가로 우뚝 서며, 허영만은 국내 만화계에 절대적인 강자가 되었답니다!

만화가라는 같은 길을 가고 있지만, 야성적인 만화와 이성적인 만화로 각자의 색이 확실한 이현세와 허영만! 대한민국 만화가 이만큼 성장한 것은 다 흥행과 혁신의 라이벌 이 두 만화가 덕분은 아니었을까요? 우리의 희노애락을 만화에 녹이는,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만화를 통해 대신 이야기 해주는 그들! 야성의 아이콘 이현세, 이성의 아이콘 허영만, 여러분이 생각하는 국내 최고의 만화가는 누구인가요? ^^

* 글 박석환 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 이 컨텐츠는 한화 사보 'What's Next' 내용을 각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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