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좋은 음식, 초간단 꿀배찜 만들기

감기 병균들의 전성시대. 바로 이맘때가 아닌가 싶어요. 환절기 중에서도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바로 지금! 요즘 지하철, 버스, 회사, 어느 하나 할 것 없이 다들 콜록콜록 기침 삼매경에 괴로운 날들입니다. 

감기에 걸리면 누구나 아프고 서럽지만 그중에서도 혼자 사는 우리 자취족의 서러움이 당연 우주 최고. 자취방에서 혼자 이불을 덮어쓰고 끙끙 앓았을 때의 기억은 참 서글펐답니다. (간호해줄 여자친구도 없…ㅠ_ㅠ) 그 후로는 감기 기운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큰 위기의식이 들곤 했다는 슬픈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르르)

이날도 그랬습니다. 일교차 큰 날씨 때문일까요? 사무실에 앉아있는데 몸도 으슬으슬하고, 밥맛도 없어지기 시작(정말이에요) 아무래도 반갑지 않은 손님(감기)이 찾아오는 거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감기와 타협할 순 없겠죠? 자취인의 환절기 감기 극복 스토리!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업무를 마치고 퇴근길에 약국에 들렀습니다. 그리고 종합감기약을 들고 생각했죠 "이대로 감기에 걸릴 순 없다! 무언가 해야 한다!" 감기 따위와는 절대로 타협할 수 없다는 불굴의 의지로 발견한 곳! 바로 과일가게였습니다. 

약국 바로 옆에 거짓말처럼 자리 잡고 있던 과일가게, 이때 불현듯 감기에 좋은 음식이 뭐가 있을까 찾아보다 발견한 꿀배찜 레시피가 떠오르게 됩니다. ‘그래 해보자 꿀배찜’ 한치의 고민도 없이 이미 두발은 당차게 과일가게로 향했습니다! 

"배 2개만 주세요~ 그런데 배 한 개에 얼마예요?"

"한 개에 5,000원 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한 개만 주세요..."

결국, 한 개만 구입했습니다. 배라는 과일은 생각보다 꽤 비싼 과일이었습니다. (추석에 어머니가 싸가라던 배 두 개가 머릿속에 아른아른 ㅠ_ㅠ)

감기에 걸려 밥맛이 없었기에 바나나도 한 다발 구입하고… 왜 이리 입맛이 없지 하면서 걷던 중 이번에는 닭꼬치 집을 발견해 종류별로 한 개씩, 딱~ 한 개씩만 구입하였습니다. (입맛 없는 거 맞습니다!) 아프다 입맛 없다고 하면서 어느새 손에는 바나나, 배, 감기약, 소금꼬치, 양념꼬치, 바베큐꼬치가 들려있었는데요, 지금 생각해 보니 차라리 배를 2개 살걸 그랬어요.

퇴근길에 보이는 음식점들! 아파서 밥맛이 참 없었는데... ‘밥맛’만 없어졌나 봅니다. 왜 그렇게 먹고 싶은 게 많던지요. 자~ 먹는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본격적으로 ‘감기 타파 프로젝트’ 꿀배찜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막상 자취방에 도착하니 머리도 띵하고 몸도 무거워 꿀배찜이고 뭐고 그냥 약 먹고 누워서 자고 싶었지만 이미 (비싼)배도 구입했고~ 꿀배찜이 감기에 그렇게 좋다고 하니 힘을 내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아자아자 힘을 내소서 용사여!)

본격적인 꿀배찜을 만들기 위해서 인터넷에서 꿀배찜의 레시피를 검색해 보았는데요, 실제로 만들어보면 난이도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일단 레시피는 꽤 간단해 보였기에 레시피를 호로록~ 읽고 본격적인 꿀배찜 만들기에 도전! 일단, 찜기가 필요해 싱크대 아래 서랍에서 찜기를 꺼내고~ 이렇게 ‘냄비에 찜기를 넣은 후 1-2시간 찌면 완성이라니 진짜 쉽네?’라고 생각한 순간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두둥… 냄비가 작아서 뚜껑이 닫히질 않… 이렇게 되면 당연하게도 찜이 되지 않겠지요?

후… 진정해… 이성을 찾아야해! 잠시 후 냉정을 되찾고, 다른 요리도구들을 찾아봤는데요, 배는 생각보다 큰 과일이기에 배가 통째로 들어가는 냄비를 찾기 어렵더군요.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은 주전자뿐! 다행히 주전자에는 들어갑니다. ‘그까짓 꺼 주전자로 만들어보겠다!’ 뭐...주전자로도 괜찮겠죠. 어느새 자취생활 3년 차, 그동안 혼자 살아오면서 만난 수많은 지옥…들을 생각해보면 하면 이 정도 시련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점~

이제 배를 손질할 차례! 먼저 배를 씻고, 배의 윗부분을 잘라 뚜껑을 만들어줍니다! 

그 후에는 이렇게 수저를 이용해서 속을 파줍니다. 배 한 개에 5,000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신중하게 배의 바닥에 구멍이 나지 않도록 조심조심 파내야 합니다. 작은 수저로 파다 보면 성격파탄자가 될 수 있으니 집에서 먹는 밥숟갈, 아빠 숟갈로 파는 센스! 가운데에 있는 심과 씨 부분만 빼주면 그 이후에는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다. 다만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갑니다. 머리는 띵하고 기침도 나고 콧물도 줄줄. 그냥 약 먹고 잘 걸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구시렁거리면서 파낸 속은 다시 배에 집에 넣고~ 꿀을 2-3수저 넣어주면 준비 단계 끝! 제가 만든 것치고는 제법 비쥬얼이 괜찮습니다. 배 뚜껑이 잘 안 닫히지만, 뭐 어떻게 되겠죠! ^^

그렇게 주전자 안에 재료를 넣고, 가스 불을 켜고 한 시간 반 정도만 기다리면 되겠습니다! 사실 말이 한 시간 반이지... 아픈 사람에는 생각보다 긴~시간입니다! 

이제 한 시간 반 동안 자지 말고 깨어있어야 합니다. 그동안 아까 구입한 닭꼬치도 먹고, 바나나도 먹고, 감기약도 먹고… 먹고 먹고 또 먹으면서 중간중간 찜기(주전자) 속에 물이 다 증발해서 물도 조금 채워 넣었어요~ 거기에 배 뚜껑이 자꾸 옆으로 떨어지길래 급하게 이쑤시개로 봉인하는 작업까지 추가되었습니다.

그렇게 퇴근 후 2시간이 지나서 꿀배찜이 완성될 수 있었는데요, 정말 힘든 과정이었는데 막상 완성해보니 보기에도 예쁘고 뿌듯하더군요! 한 숟가락 떠서 먹어봅니다. 뭐랄까요? 정말 몸이 따듯해지는 그런 느낌? 맛있다는 표현보다는 정말 몸속에 온기를 전해주는 그런 맛이었습니다. 목도 한결 나아지는 거 같았고요!

힘들게 만든 요리인 만큼 남은 국물은 아까워서 버리지 않고 이렇게 빨대를 이용해서 끝까지 호로록~ 마셨습니다. (배 한 개 5,000원! 잊지 않으셨겠죠?) 그렇게 꿀배찜을 만들어 먹은 후 혼자 자취방에서 보일러를 틀고 거위털 침낭을 꺼내 덮고 가습기도 틀고 살기 위해 정말 노력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다음날 무사히 출근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처음으로 꿀배찜을 만들어봤는데요. 재료나 조리법은 단순했습니다만 만들기 쉬운 요리는 아니었습니다. 특히 이건 감기 걸린 사람이 자기가 만들어 먹는 요리는 아닌 거 같아요. 주위에 소중한 사람이 감기에 걸리면 그 사람을 위해 만들어주면 좋을.. 그런 요리라고 생각됩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요, (특히 혼자 사는 사람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가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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