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시티 여행기 #11 뉴욕 벼룩시장에서 절제된 소비를 배우다

50년 된 할머니의 돋보기안경, 큰아버지가 물러려신 20년을 훌쩍 넘긴 카메라. 예전 같았으면 그저 ‘고물’로 취급될 빈티지 아이템들이 최근 ‘벼룩시장’ 열풍에 맞춰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오래된 것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씩 쏟아져 나오는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도 우리의 삶의 속도를 한 템포 늦추어주는 것이 아날로그 시장의 매력이 아닐까요? ^^

주말이면 TV와 베개와 짝꿍이 되어 늦잠만 즐기던 직장인들도 엉덩이 들썩일 바로 그곳! 벼룩시장의 메카이자 우리보다 훨씬 더 주말의 시장 문화가 자리 잡은 뉴욕의 모습은 어떨까요? 주말이면 열리는 볼거리, 먹을거리 충만한 뉴욕의 벼룩시장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볼까요?

전 세계인이 공유하는 SNS 덕분에 지구 반대편 소식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요즘! 이 SNS 덕분에 화제가 되고 이젠 뉴욕 주말여행의 필수코스가 되어버린 곳이 있었으니, 바로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의 스모가스버그 입니다.

푸드트럭의 천국이라 불리는 뉴욕. 한 끼 밥으로도 충분한 식사류부터 달콤한 마카롱, 아이스크림 디저트까지. 종류 불문, 국적 불문! 뉴욕의 닉네임답게 그야말로 ‘코스모폴리탄’스러운 다채로운 먹거리들이 이 푸드트럭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데요, 푸드트럭을 홍보하기 위해 많은 사장님이 선택하는 방법의 하나가 바로 SNS입니다. 그날그날 새로워진 메뉴와 트럭의 위치이동까지 손님들에게 실시간으로 알리곤 하는데요. 스모가스버그는 이런 뉴욕의 핫한 푸드트럭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곳입니다.

윌리엄스버그의 강변에서 열리는 푸드마켓인 스모가스버그는 매주 토-일요일에만 열리는 주말 푸드 시장으로 소규모로 운영되던 ‘라멘버거’를 시장의 시그니쳐 메뉴로 탈바꿈시키기도 했고, 한때 홈리스로 구걸을 하며 살았던 소상인들을 멋진 푸드트럭 사장님으로 변모시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 한 맨하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부르클린의 강변에 위치하고 있어 여행 중 사진 촬영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주말의 브루클린에서 맛보는 라멘버거. 뉴욕 여행 중 경험할 수 있는 이색 맛집 중 단연 1순위가 되지 않을까요?

앞서 만나본 스모가스버그가 뉴욕의 핫한 푸드트럭을 한자리로 모은 곳이라면, 맨하탄의 헬스키친 벼룩시장은 그야말로 집안의 창고 구석에 숨어 있던 할머니의 유품을 가지고 나온 듯 오리지널 빈티지 마켓을 지향합니다.

수십 년은 더 되어 보이는 전화기, 카메라, 액자, 거울장식 등 등장하는 물건들도 굉장히 다양하고 흥미로운데요,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정한 10대 쇼핑가 이기도 한 이곳 플리마켓은 꼭 무언가를 구매할 목적이 아니더라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활기가 넘치는 시장입니다. 

헬스키친 플리마켓 역시 주말에만 운영되며 특히 프라다, 디올 등 세계적인 명풍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마치 구제 상점의 오래된 빈티지 옷 마냥 걸려있기도 해서 매의 눈으로 뒤진다면 그야말로 대박 ‘득템’이 이루어질 수도 있는 마켓입니다. 뉴욕 패션 위크에 참가하는 디자이너들이 이곳에 들러 오래된 장신구, 소품을 보고 영감을 받고 실제 쇼에 사용될 소품을 구입하기도 한다고 하는데요, 뉴요커들이 사랑하는 리얼 빈티지 마켓의 진가. 헬스키친에서 만나보세요!

오늘 마지막으로 찾아온 곳은 앞서 만나본 스모가스버그와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부르클린의 아트 마켓 입니다. 홍대의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터줏대감 아티스트들이 상수, 합정, 망원, 연남동 등 주변의 지역으로 그 세력을 넓혀간 것처럼 맨하탄 첼시지역 등에서 활동하던 아티스트들이 또 하나의 아지트로 삼은 곳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윌리엄스버그 일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핫한 카페엔 근사한 그래피티가 장식되어 있는데요, 새로 지은 번듯한 아파트보단 다 무너져가는 100년 전통의 집에 걸린 빈티지한 액자가 더 어울리는 동네이기도 하답니다.

이곳에서 열리는 아트 시장 역시 지역의 특색에 맞게 독특하고 흥미로운 볼거리가 가득합니다. 부르클린 지역의 풍경을 $2 짜리 종이지도에 흑백으로 그려내는가 하면, 구매자가 담고 싶은 메시지를 현장에서 직접 새겨주는 악세서리 상점까지~ 맨하탄 5번가의 명품 백화점이 즐비한 거리에선 절대 볼 수 없던 핸디 크래프트의 아름다움을 100% 느낄 수 있다는 사실!  

오래되고 낡았다고 하여 괄시하거나 내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물건을 현대로 도입하여 사용하는 것은 실용주의를 사는 뉴요커들의 삶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 보이는데요, 한때 인테리어계에 유행처럼 번지던 ‘억지스러운 빈티지’가 아닌 시간이 낳고 세월이 길러낸 ‘리얼 빈티지’의 세계. 뉴욕 브루클린에서 만나보면 어떨까요?

뉴욕의 주말을 즐기는 가장 즐거운 방법. 뉴욕의 핫한 푸드트럭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윌리엄스버그의 푸드 마켓, 수십년된 할머니의 보석상자를 열어본 듯한 헬스키친, 그리고 뉴욕의 아트 시장을 짊어질 차세대 아티스트들의 경연장, 브루클린 아트마켓 까지! 이불 돌돌 말고 그저 ‘방, 콕’ 만 외치는 그대의 엉덩이도 들썩이게 할 주말의 뉴욕 시장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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