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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인사이트/한화 스포츠

한화이글스의 주장 정근우! 그가 보여준 주장의 품격




* 이 컨텐츠는 한화이글스 팬 '윤군'님의 개인적인 관점에서 작성되었습니다.

한화이글스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6월 21일 마산구장. 지난주의 탈꼴찌에 실패한 한화이글스는 분위기 반전을 위한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상대는 무려 15연승을 기록하며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던 NC 다이노스. 순위 도약을 위해선 3연전 중 첫번째 경기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었지요. 이 경기에서 한화이글스는 기대이상으로 선전했습니다. 선발 송은범은 지난 등판의 부진을 딛고 안정적인 피칭을 했고, 타자들도 뜨거웠던 공격력이 살아나고 있었습니다. 박빙의 승부 중, 6경기 연속 타점을 기록하고 있던 송광민의 투런포가 터지며 한화가 경기를 앞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사건은 이후 벌어집니다.




 


6회말 NC의 공격, 6회에도 두 타자를 연속으로 삼진을 잡아낸 송은범은 다음타자 박석민과 승부하기 위해 투구동작에 들어가고 있었어요. 하지만 박석민은 갑자기 타석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러나 타임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이엇죠. 하지만 송은범은 박석민이 타석에서 벗어났기에 타임요청이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했는지 포수에게 토스하듯 공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볼데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송은범의 투구는 정상투구로 인정되여 초구가 볼로 판정되었어요. 투수에겐 꽤 불리했던 상황인 것이죠. 문제는 다음 투구였습니다. 송은범은 두번째 투구를 박석민의 등뒤로 던졌습니다. 이후 자신을 맞추려고 했다 생각한 박석민은 송은범에게 달려들었고, 양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에 나오며 벤치클리어링 상황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양팀 선수들이 다시 덕아웃으로 돌아가며 상황은 정리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회에 양팀은 또 한번의 마찰을 겪게 됩니다. NC투수 최금강이 한화의 주장 정근우의 허리에 140km/h가 넘는 직구를 맞춘 것입니다. 이는 정황상 보복구였어요. 최금강의 투구당시 포수 용덕한의 미트도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이구요. 양팀 선수들은 다시 덕아웃을 향해 달려갈 준비를 했습니다. 하지만 주장 정근우는 한화이글스의 덕아웃에 손짓을 하며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며 1루로 출루하였고,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사실 빈볼은 없어져야 할 문화라는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야구에 사용되는 도구들은 사실 경우에 따라서는 굉장히 위험한 흉기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실제 벤치클리어링 중에 도구를 사용하는 것. 예컨데 방망이나 공을 선수를 향해 던지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도구를 사용하는 선수들은 특별히 엄벌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위험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이런 도구 중 하나를 사용하여 상대선수의 몸을 맞추는 행위가 암묵적으로 실행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최금강 선수는 말할 것도 없고, 송은범 선수가 박석민 선수를 향해 던진 공이 고의였다고 한다면 이는 잘못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건의 원인 제공자가 누구인지 따진다면 이야기는 좀 달라지는데요. 빈볼성 투구가 발생하기 직전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 때문입니다. 박석민의 타석이탈이 그것입니다. 통상 투구동작 중에 타자가 타석을 벗어나는 행위는 규칙에서 금하는 행위입니다. 야구규칙 6.02 (b)항은 "투수가 세트포지션으로 들어가거나 와인드업을 시작하였을 경우 타자석에서 벗어나면 안된다"고 되어있으며 원주에서는 "타자가 이유없이 타자석을 벗어나면 퇴장시켜야 한다"고까지 언급이 되어있어요. 작년에 신설된 스피드업 규정에서도 타자의 타석이탈을 금하고 있습니다. 6회말 당시 박석민은 투수가 투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타임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인데도 타석을 벗어났기 때문에 룰을 위반한 상태였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당시 투수의 상황인데요. 이미 투구동작에 들어간 투수가 투구를 멈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때로는 부상의 위험이 있을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송은범은 투구를 멈추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완전히 타석을 이탈한 박석민을 보고 타임이 인정된 것으로 혼돈했거나 혹은 투구리듬이 깨져 바깥으로 완전히 빠지는 느린공을 던지게 되었고, 초구를 볼로 판정받게 되었지요. 투수로서는 상당히 불쾌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던 것이죠.


이번 사건의 발단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사건의 원인제공은 불필요한 타석이탈로 투수의 정상적인 행위를 방해한 박석민이었으며 이에 따라 투수는 불쾌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는 것입니다. 만일 그때 박석민이 송은범을 향해 손을 드는 등의 사과 제스쳐를 취했다면 어땠을까요? 하지만 사과대신 돌아온 것은 한화이글스 주장을 향한 보복구 였습니다. 송은범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박석민의 뒤를 향한 투구가 고의는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맞추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제구가 잘못되어 투구가 그쪽을 향했다는 것이었죠.





빈볼을 근거로 한 벤치 클리어링은 서로 주고 받으면서 일이 커집니다. 빈볼은 또다른 빈볼을 부르고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낳는 것이죠. 누군가가 끊지 않으면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됩니다. 만일 이날 사건이 주거니 받거니 계속 되었다면 상당히 낯부끄러운 경기로 기록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정근우 주장의 순간적인 결단은 훌륭했습니다. 보복성이 명백한 상황에서 정근우는 순간적으로 감정을 추스르고 괜찮다는 제스처 하나로 팀 동료들을 진정시켰습니다. 이후 송은범에게 다시 보복은 하지마 라는 의도로 말하는 것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고요. 이후 경기는 아무일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정근우로 인해 사건은 확산되지 않았고, 외려 상대팀 주장에게 빈볼을 지시한 NC는 부끄럽게 되어버렸죠. 싸우지 않고 싸움에서 승리한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같은 날 다른구장에서 타팀의 주장들이 주먹이 오고가는 싸움을 펼쳤기에 정근우의 모습은 더 돋보이게 되었죠. 사건의 확산을 막은 것을 넘어 이날 정근우의 행동은 팀의 품격까지 높여주는 행위였습니다.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지만 프로야구는 선수들만의 것은 아닙니다. 선수들은 팬들에게 멋지고 아름다운 경기를 보여줄 책임과 의무가 있는 것이죠. 어린이를 비롯 아주 다양한 팬들이 야구장을 찾습니다. 이런 팬들에게 선수들끼리의 감정싸움으로 변질된 경기를 보여주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닐까요? 앞으로도 순간의 감정으로 안좋은 모습이 벌어지는 것보다 정근우처럼 침착한 모습이 더 많이 보여지길 바랍니다. 순간의 선택으로 선수들을 하나로 만들고 팬들에게 품격있는 경기를 보여준 정근우 주장의 앞으로의 활약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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