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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의 인식을 바꾼 선댄스 영화제의 시작과 2017 현장 스케치






얼마 전에 미국 여행 중, 지난 1월 19일에 개막해, 28일 그 막을 내린 선댄스 필름 페스티벌 2017 현장에 다녀왔어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기를 원하는 선댄스 영화제(Sundance Film Festival). 매년 1월만 되면 저 멀리 미국의 작은 도시에서 열리는 이 영화제에 대한 기사가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끊이질 않고 쏟아지곤 하죠. 칸(깐느), 베니스 영화제는 참 많이 들어봤는데 선댄스 영화제는 다소 생소하시다고요? 오늘 선댄스 영화제의 이모저모를 함께 알아볼게요.









미국 독립영화계 최대의 축제라 칭해지는 선댄스 영화제의 시작은 지금과 달리 다소 소박했어요. 1970년대 중반 영화배우 겸 영화감독이었던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가 미국 유타 주의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리던 이름없는 영화제를 후원했던 것에서 출발했는데요. 이 때 로버트 레드포드는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자신이 맡았던 배역의 이름을 따 선댄스 협회를 설립하고, 이어서 1985년 미국영화제(The United States Film Festival)를 흡수하며 지금의 선댄스 영화제를 만들었답니다. 







매년 겨울 1월 하순이면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Park City)에서 열흘 동안 열리는 선댄스 영화제는 보다 건강한 영화 산업과 영화계를 꿈꾸는 로버트 레드포트의 바람을 담고 있는데요. 그는 오늘날 지극히 상업적이고 블록버스터화 되어 가는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영화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인간적인 측면에 주목하고자 했다고 해요. 다시 말해 할리우드 시스템 밖에서 제작되는 미국 독립영화의 영화계 신인들에게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할리우드에서 자리가 없었던 비주류인 흑인이나 동성애자, 히스패닉, 아시아인, 인디안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하는 바람에서 출발한 영화제라 할 수 있어요.




▲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출처 - www.sundance.org]




이후 1989년 발굴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가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면서 선댄스 영화제는 오늘날의 권위를 획득하며 세계적인 영화제로 떠오르게 돼요. 이 외에도 선댄스 영화제는 <바톤핑크 Barton Fink>의 코엔형제(Coen brothers), <저수지의 개들>의 쿠엔틴 타란티노 등 많은 젊은 감독들을 배출하였으며 1999년의 초저예산 영화 <블레어 위치>는 소수만이 즐기는 독립영화라는 편견을 깨며 수많은 관객을 모으기도 했답니다. 오늘날 선댄스 영화제는 국제적으로 미국 독립영화를 위한 최대의 견본임과 동시에 신인 감독들의 중요한 등용문으로 평가 받고 있어요.






그런데 선댄스 영화제에서 다루는 ‘독립영화’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요? 일반적으로 독립영화에 대해 많은 이들에게 물었을 때의 반응은 지극히 어렵고 지루한 다큐멘터리 타입의 영화, 또는 저예산으로 만들어져 다소 조약하거나 퀄리티가 떨어지는 영화가 아닐까 싶은데요. 물론 많은 독립영화가 다큐멘터리 형식을 띠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에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독립영화를 단순히 저예산, 혹은 다큐멘터리 영화라 단정짓기에는 어려울 것 같아요. 







독립영화의 ‘독립’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그리고 할리우드 영화를 주축으로 하는 기존 상업 영화의 지배적인 내러티브로의 독립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녀요. 이런 맥락에서 독립영화는 영화 흥행에 따라 수익을 창출하는 영화 자본과는 별도로 감독의 자체 제작 및 비상업적 자본에 의해 제작되거나 관객들의 모금활동, 공적 기관의 제작지원 등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아요. 또한 이익 창출을 위해 지극히 배급의 관점에서 전개되는 상업영화와 달리 독립영화는 그보다 제작자 및 감독의 주제 의식을 표출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곤 한답니다. 그렇기에 관습적인 상업 영화의 내러티브와 달리, 독립영화는 다소 익숙하지 않은 독립적이고 실험적인 성향이 강한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영화들 또한 그 안에서도 스릴러 다큐멘터리, 로맨스 다큐멘터리 등 다양하게 세분화 되기도 하며 소위 말하는 흥행영화 또한 분명하게 존재한답니다.




▲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다행이도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를 기점으로, 독립영화는 소수만이 즐기는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즐기는 하나의 문화생활로 자리잡기 시작했는데요. 독립영화의 격변기이자 부흥기라 해도 과언이 아닌 2009년, <워낭소리>는 입소문만으로 300만 관객 동원이라는 상업 영화에 필적할 성과를 내며 2009년 한국영화 흥행 8위라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죠. 이 외에도 김명준 감독의 <우리 학교>,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 진모영 감독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이 흥행에 성공하며 소수가 아닌 일반 관객들을 위한 독립영화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요. 덕분에 독립영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이는 우리 사회에서도 무척이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답니다. 







▲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출처 - www.sundance.org]




한국영화가 선댄스 영화제에 초청된 적도 여러 번 있었는데요. 1996년 박철수 감독의 <301·302>는 처음으로 월드섹션부문에 선정되었고요. 1997년 박철수 감독의 <학생부군신위> 또한 같은 부문에 초청되었어요. 이후 2000년에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초청되었답니다. 이지호 감독의 단편영화 <동화>는 국내 최초로 경쟁작 부문에 출품되기도 했어요. 이외에도 월드시네마 다큐멘터리 부문에 이윤기 감독의 <여자, 정혜>를 비롯해 앞서 소개했던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 또한 초청된 적이 있어요.




▲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최근 김탁호 작가와 함께 세월호 참사를 다룬 장편영화를 제작한다고 발표해 화제가 되었던 오멸 감독을 기억하시나요? 오멸 감독은 지난 2013년 29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제주 4.3사건을 다룬 영화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로 최고상에 해당하는 월드시네마 극영화(드라마틱) 부문 심사위원 대상(Grand Jury Prize)을 받은 바가 있어요. <지슬>의 심사위원 대상 수상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더욱이 이를 결정하는 데에는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요. 재미있는 점은 오멸 감독은 그의 작품이 수상을 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기에 시상식 전 날 귀국했다고 하네요. 오멸 감독의 수상은, <지슬> 이전에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이 2004년 김동원 감독의 <송환>이 유일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어요.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독립영화제로 평가 받는 만큼 그 문턱이 무척이나 높았던 선댄스 영화제. 오멸감독의 <지슬>에 이어 앞으로도 수상의 쾌거를 안겨주는 한국영화가 계속해서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사실 영화제라고 하면, 레드 카펫, 조명 등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화려한 풍경이 있죠. 하지만 선댄스 영화제는 이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어요. 유명 영화배우들이 대거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는 레드 카펫 행사나 수많은 기자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고요. 영화 상영과 함께 다양한 토론이 이뤄지는 패널 행사가 주를 이루고 있었어요. 







이번 선댄스 영화제에서는 유튜브나 캐논, 시애틀 관광청 등 영화제를 후원하는 곳의 부스에서 패널을 운영하고 작은 상영회를 열기도 했고요. 여성의 인권에 대한 주제, 가상현실 기술 발전에 따른 영화 산업의 미래 등에 대한 토론 등 영화 제작을 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답니다. 







그 중 선댄스 영화제의 공식 텔레비전 네트워크인 선댄스 TV과 시애틀 관광청 Visit Seattle이 다섯 명의 젊은 독립영화 감독들과 함께 재미있는 단편 영화 시리즈를 제작해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기도 했는데요. 오감을 주제로 각각의 감각에 대한 영상을 시리즈로 상영한 뒤 감독들과 함께 토론을 가졌어요.  기존에 생각했던 영화제의 이미지와는 달리 보다 캐주얼하고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분위기여서 인상적이었답니다. 올해는 한인 배우 저스틴 전씨가 감독, 제작, 주연을 맡은 영화 <국(Gook)>이 선댄스 영화제 넥스트 부문 관객상을 수상했는데요. 앞으로도 이런 세계적인 영화에서 한국 영화, 한국 배우를 더 많이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지금까지 선댄스 영화제에 대해 짧게나마 살펴보았는데요. 이번 주말에는 좋은 사람과 함께 독립영화 한 편을 관람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가 먼저 미래의 선댄스 영화제 수상작을 살펴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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