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통보 언제 하지? ‘연인과의 이별’ 같은 퇴사

 

"암에 걸렸대."

 

2010년, 오만두 이력서 상에 기재된 두 번째 회사를 다닐 때였습니다. 사수가 "암에 걸렸다는 검진 결과가 나왔고, 그래서 치료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당장 오늘부터 출근할 수 없다"고 대표님이 말씀하셨죠. 지금까지 4곳의 회사를 다니며 수 없이 많은 퇴사자를 보고, 누군가의 퇴사 이야기들을 들었지만 암이라는 불행한 이유로 누군가가 퇴사한 사례는 또다시 듣지 못 했습니다.

 

 

즉, 하루 아침에 당장 회사를 관두었단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는 말이죠. 다시말해, 우리가 생의 끝을 마주했을 때 퇴사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빨리 회사에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 <오만두 이직 연구소>의 경험 결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퇴사 통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명함이 4장이니까 3번을 이직해보았다.

몇 번을 더 했다간 내 명함으로 카드게임도 할 수 있겠다 싶어 이 곳에서 뼈를 묻고자 한다!

(부장님 보고 계시죠?)

 

 

 

 

 

연인과 어떻게 잘 이별하는가에 관해 정해진 법이 없듯이 퇴사를 언제 통보하느냐. 그리고 어떻게 통보하느냐에 대해 노동법 혹은 민법에 정해진 바는 없습니다. 괴롭지 않은 연인과의 결별이 없듯 퇴사 역시 괴로운 과정일 것이 뻔하기에 누구나 최대한 늦게 퇴사를 통보하고 싶어 하죠. 하지만 이직을 해서 동종업계에서 계속해 일을 할 예정이라면 우리는 악마의 유혹을 매몰차게 거절하고 4주 전에는 회사에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 회사에서 퇴사 당일(금요일이었다)의 모습.

‘오만두 퇴사 연출썰’은 매번 퇴사할 때마다 나돈다.

퇴사하고 이민 가는 것이 아니라면 4주전에 말해도 퇴사 때까지 정리해야 할 일들은 많다.

이것은 '덜 질척이는' 이별의 방법에 대한 수많은 남녀들이 쌓아 올린 노하우만큼이나 '상대적으로 깔끔한' 퇴사에 대해 수 많은 직딩들이 온몸으로 겪어 낸 소중한 경험의 소산이라고 생각합니다. 

 

 

■ 오만두 이직 연구소 퇴사 통보 Tip

 

1. 카톡? 문자? 메일? 노! 힘들어도 얼굴을 맞대고 직접 말하는 것이 좋다.  
2. 깔끔한 퇴사는 없다. 늦게 말할수록 퇴사의 길은 더 복잡하다. 꼭 4주 전에 퇴사를 통보하자. (퇴사가 너무 깔끔했다면 자신의 회사생활을 한 번 의심해보자...)
3. 퇴사 날짜는 애매하지 않게, 정확하게 날짜를 지정한다.

 

 

 

 

직접 겪어 보니 퇴사나 연인과의 이별이나 매한가지입니다. '우리는 헤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사람처럼 회사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인데요. 많은 고민 후에 이별을 통보한 쪽도 하루아침에 온전히 혼자가 되진 않죠. 어딘가 헛헛해진 마음을 추스르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퇴사 통보 후라면 우리는 보통 그 시간을 '업무 인수인계'에 필요한 시간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훌쩍 여행을 떠나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남은 연차를 끌어모아 마지막 한 주를 ‘여행’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실 겁니다.

 

 

 

  

2013년 한국 힙합신에서 유례없는 사건, '컨트롤 디스 대란'이 벌어졌던 그 해 디스랩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래퍼 데프콘은 경험의 소산을 통해 명언을 남기고 위대한 힙합 비둘기로 재탄생 하죠. "땅 덩어리 넓은 미국은 디스 하고 안 마주치면 그만이에요. 그런데 여기(한국)는, 여기저기서 다 만나게 돼요." <황금어장 - 무릎팍도사>

 

 

 

이직에 대한 소문은 마법처럼 빠르다.

퇴사 당일을 전후해서 타회사 지인들에게서까지 연락이 온다.

업계를 완전히 떠나는 것이 아니라면 퇴사 때의 모습도 나의 일부분이 된다.

 

 

그렇습니다. 여기는 전국이 일일생활권, 전국민의 절반이 수도권에 모여 사는 한국입니다. 이민을 가기 위한 퇴사, 완전한 업계 은퇴와 같은 퇴사가 아니라면 퇴사하는 모습도 깔끔한 것이 자신에게 좋습니다. 그렇지 않고 긴박한 속도감으로 퇴사했다면 해리포터 속 부엉이들의 편지 배달 속도만큼으로 긴박하게 번진 자신에 대한 나쁜 소문을 듣게 될 수 있죠. 나쁜 소문은 마법처럼 겁나 빨리 퍼지잖아요?  

 

 

 

전 회사를 다니던 2011년에 다닐 때 받은

전전 직장 시절 알게 된 당시 클라이언트 이 모 차장님의 카드와 박모 대리님과의 카톡

나는 이분들 다시 만날 일 없을 거라 생각하고

저 당시 보광동에서 술 먹고 저 두 분께 ‘헤드락’ 제대로 걸고 튀었다.

현재, 이 모 차장님(현 부장)은 나의 파트장님. 박모 대리님(현 차장)은 내 옆자리…

 

 

 

글로벌 경제 위기, 그리고 때로는 '좋은 기회'들이 닿으며 짧은 커리어 중에 3번의 이직을 겪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분명하게 깨달은 것은 사회 고위층만 평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인정하기 싫든 좋든 우리는 '레퍼런스 체크'라는 외래어가 익숙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평판의 보급형 단어가 '레퍼런스 체크'임을 이해한다면 4주의 시간. 그것은 비인격체인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위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별이 그랬듯 퇴사도 결국 새로운 인연(회사)을 만나는 출발점이고 우리는 언제 어디서 누구를 다시 만날지 모르니까요. (기억 안 난다고 우겼던 그 헤드락.. 용서해주세요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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