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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라이프/여행/맛집

'청춘여행'과 어울리는 음악과 함께한 10박 11일 훗카이도(북해도) 여행기​




누구나 마음 속에 '청춘'이라는 단어에 저마다의 의미를 담고 있을 거예요. 저는 22살 때부터 그 청춘이라는 단어만 생각하면 떨리고 흥분되었답니다. 하루라도 젊을 때, 1분이라도 젊을 때, 나의 아까운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였죠. 그 때부터 저는 여행을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벌고 한국에 돌아오면 빈털 털이가 되는 하루살이의 삶을 살게 된 것 같아요. 친구들이 토익 공부를 하고 졸업작품을 준비하고 취업준비를 하고 있을 때 저는 늘 그랬듯 여행을 다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졸업을 앞둔 이번 10박 11일 북해도 여행은 '사회에 뛰어들기 전, 이 순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여행'이었어요. 형편상 한달 살이는 힘들었지만, '여행'보다 '삶'을 즐기고 오자는 생각으로 2017년 6월 24일부터 7월 3일까지, 총 10박 11일을 계획하게 되었고요. 우리나라에서 그리 멀지 않으면서 지리상 러시아 쪽에 위치해있어 한여름의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북해도로 여행지를 선정하게 되었답니다.






사회에 뛰어들어 내 의지와 상관없는 업무를 하며 매일 같은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제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불꽃이 자꾸만 생각나고 그리워질 것 같더라고요. 제 삶의 원동력이었던 여행을 한동안 떠나지 못해도 하루하루를 힘내서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10박 11일 북해도 여행을 오랫동안 추억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요. 제가 생각해낸 방법은 바로 음악! ‘여행지에서 그곳과 어울리는 음악을 들으며 여행을 하다 보면 한국에 돌아와서도 음악을 듣고 그곳이 떠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약간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우선 삿포로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되었답니다.



# 김동률 - 출발




대구공항에서 신치토세공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들은 노래인데요. 해외여행뿐만 아니라 제가 국내여행을 다닐 때에도 집을 나서며 종종 듣는 노래랍니다. 김동률의 출발에서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라는 후렴구는 여행을 떠나는 저의 마음을 더욱 두근거리게 해요. 이 노래를 듣고 있자면 당장이라도 어딘가로 떠나는 버스표, 기차표, 혹은 비행기표를 끊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10박 11일 북해도 여행 중 삿포로에서 7박 8일, 오타루에서 2박 3일을 머물렀고 하루는 당일치기 투어를 신청하여 후라노와 비에이에 다녀왔어요. 일정이 여유롭다면 아사히카와, 하코다테, 노보리베츠에 다녀오시는 것도 추천해요. 


삿포로의 메인 스트리트인 삿포로역, 오도리역, 스스키노역은 일렬로 이어져있으며 지하보도가 잘 되어 있어서 걸어서 3,40분이면 이 세 군데의 역을 전부 둘러볼 수 있답니다. 하지만 저는 최대한 삿포로 본연의 매력을 느끼고 싶어서 일부러 메인 스트리트가 아닌 조금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았기 때문에 매일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어요. 





#  언제나 몇 번이라도

7박 8일 동안 삿포로를 돌아다니면서 기차를 탈 때마다 생각나는 노래가 있었는데요. 바로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OST인 ‘언제나 몇 번이라도’예요. 이 영화를 본 사람은 없어도 이 노래를 안 들어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생겨났을 만큼 유명한 곡이죠. 가사는 없지만 잔잔하고 맑은 멜로디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었답니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SNS에서 많이 봤던 일본 감성을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제 마음으로 직접 느꼈던 그 순간이 어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르곤 해요.





# James Blunt - You're Beautiful

여행 중에는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거의 하루를 당일치기 투어로 후라노와 비에이에 다녀온 일정도 있었어요. 후라노에 간 이유는 당연히 팜도미타에서 보랏빛 라벤더 축제를 즐기기 위해서였는데요. 6월 말이었어서 그런지 라벤더가 전혀 피지 않아서 아쉬웠답니다. 날이 점점 따뜻하게 풀리고 있었을 때라 일주일만 더 늦게 왔어도 활짝 폈었을 것 같았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가지각색의 알록달록한 다른 꽃들이 저를 반겨주어 라벤더를 보지 못해 아쉬운 제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 같았어요. 이곳에서는 James Blunt - You're Beautiful 을 들었습니다. James Blunt는 톡톡 튀는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넌 아름다워' 라고 끊임없이 외치고 있는데요. 낭만적인 분위기의 멜로디와 후라노의 풍경이 어우러져서 참 좋더라고요. 





# 이상은 - 비밀의 화원

이어서 비에이로 넘어가보니 청의 호수, 흰 수염폭포, 마일드세븐 언덕, 세븐스타나무, 오야꼬 나무 등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었어요. 저는 그 중에서 마에다 신조의 탁신관 바로 옆에 있는 자작나무길이 가장 좋더라고요. 자작나무 길에 들어가자마자 재생리스트에서 나온 곡은 ‘비밀의 화원’. 왠지 모르게 비밀의 화원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 Jessie J - Flashlight

7박 8일 길었지만 짧았던 삿포로 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마지막 여행지인 오타루로 넘어왔어요. 오타루는 관광지가 많지 않아서 당일치기 여행객들이 많이 다녀가는 곳이에요. 저녁이면 오타루 운하의 야경을 감상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모든 상점들의 불이 꺼지고 거리가 깜깜해진답니다. 오타루 명소인 오타루 운하의 야경 역시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제겐 10박 11일의 마지막 여정이라 생각하니 그마저도 특별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이 곳에서는 영화 ‘Pitch Perfect’의 OST를 들었어요. '너는 나의 불빛이다'라며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있어서 큰 존재임에 감사하는 가사의 노래인데요. 여행의 마지막 밤을 앞두고 오타루 운하의 야경을 보며 이 노래를 들으니, 제가 사랑하는 사람인 부모님, 언니, 동생, 남자친구 그리고 지인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떠오르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도 울컥할 만큼 아름다운 밤이었던 것 같아요.





사진을 찍는 것도 엽서를 모으는 것도 기념품을 사오는 것도 물론 여행을 추억하는 방법 중 하나겠지만, 개인적으로 음악만큼 그 여운이 오래 가는 매개체는 없다고 생각해요. 7개월 전에 떠났던 베트남 여행에서 드라마 도깨비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을 때라 도깨비 OST를 들으며 여행했었는데, 지금도 베트남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도깨비 OST를 들으면 공유나 김고은이 아닌 베트남 여행에서의 추억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니까요. 


여행을 함께 떠난 동행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금은 비밀스러운 나만의 방법으로 여행지를 추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음악 덕분에 10박 11일 북해도 여행이 더욱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그 음악을 들을 때 마다 그 순간의 감정, 생각, 제가 보고 들었던 북해도의 풍경들이 떠오를 테니까요. 추억을 담은 음악과 함께한 이번 여행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제겐 겁나는 그 평범한 일상을 힘차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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