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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라이프/문화/취미

유기견 봉사활동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까?




요즘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TV 프로그램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매일 밤 일요일 8시 50분에 방송하는 JTBC <효리네 민박>인데요. 이 프로그램에서 이효리, 이상순 부부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살아가는 법을 배워 나간답니다. 하지만 그보다 저는 <효리네 민박>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이효리, 이상순 부부의 유기견들에 좀 더 관심이 갔어요. 오래 전부터 이효리는 유기견 지킴이로서 그들을 돕고 보호하는 일에 앞장섰었죠. 이 부부와 살고 있는 유기견들은 이효리가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꾸준히 봉사를 하다가 한 마리 두 마리 입양해왔다고 하는데요. 저 역시 현재 반려견을 키우고 있고 유기견 봉사를 다니고 있어서, 그 이야기가 남 이야기 같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유기견 봉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제가 유기견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참 단순했어요. 올해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졸업하려면 봉사활동 점수를 채워야 하는데, 동물을 좋아하니까 유기견 봉사를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으니까요. 한 번도 유기견 봉사를 해본 적 없었기에 우선 유기견 봉사와 관련된 조사부터 해봤어요. 그런데 알게 된 사실은 정말 충격적이었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1~7월에 전국에서 구조된 유기동물은 총 5만 5천 399마리라고 해요. 다르게 계산하면, 하루에 262마리의 동물이 버려지고 있다는 소리이기도 하죠. 미디어에서 유기동물 문제를 끊임 없이 제기하면서 많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버림 받고 상처 받는 동물들이 많다는 것에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바로 가까운 곳의 유기견 보호소, 센터는 어디인지를 찾아보고, 제 또래인 대학생들이 추천해준 동물권단체 케어(CARE)를 방문했답니다. 케어에서 하는 유기견 봉사 활동은 일반적으로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유기견들을 산책시키는 봉사를 많이 하고요. 그들이 머무르는 곳을 열심히 쓸고 닦고, 청소를 하기도 해요. 지점은 답십리 점과 퇴계로 점, 두 지점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퇴계로 점을 많이 방문하시더라고요. 항상 예약 날짜가 꽉 차있어 저는 답십리 점으로 방문하곤 해요. 입양센터에는 동물 친구들을 위한 늘 많은 비품이 필요하다 보니 방문 시 후원물품을 가져가면 좋아요. 소소하지만 저는 물 티슈와 돌돌이, 그리고 신문지를 가져갔습니다. 동물 친구들에게 꼭 필요한 물품이라는 생각이 들면 이것마저 모자라게 느껴지더라고요.










케어(CARE)에서 만난 저의 첫 파트너, 호동이를 소개할게요. 호동이는 보시다시피 대형 견으로 이름만큼이나 힘이 엄청 세지만, 두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예요. 호동이의 힘이 워낙 세다 보니, 산책을 나갈 때면 혹시나 제가 줄을 놓치거나 끌려가서 호동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줄을 손목에 두어 번 감고 손에 쥐가 날 정도로 1시간 내내 줄을 꽉 잡고 있었답니다. 하지만 호동이는 여기저기에 호기심이 많아서 나무에 머리를 쿵 박고 제 다리에 머리를 쿵 박아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친구였을 뿐 절대 힘으로 저를 힘들게 하는 친구가 아니었어요. 개들은 이것저것 냄새를 맡으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던데, 신나서 킁킁대는 호동이를 보니 스트레스 잘 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답니다.





케어 답십리 점 근처에 있는 답십리 공원에서 산책을 시키고 나니 돌아가기 싫은지 계단을 내려가지 않으려 하더라고요. 저 역시 1시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짧았나, 라는 생각이 들만큼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계단을 함께 내려갔어요.






동물권단체 케어에서 만난 두 번째 파트너 백구 백희와 작은 강아지 코리는, 지난 7월 16일 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와 이어져있는 회차로를 통한 부산 방향 경부고속도로 갓길에서 구조되었어요. 백희는 한 쪽 다리를 다쳤는지 절뚝거리고 있었고 코리는 물이 가득 찬 도랑에서 이미 흠뻑 젖어 벽을 붙잡고 위태롭게 서 있었다고 해요. 마치 구조를 요청하는 것처럼 백희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지나가는 차들 앞을 불쑥 불쑥 끼어들고 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냈었다고 하네요.





백희와 코리를 보니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들이 과연 태어날 때부터 사랑 받지 못하는 존재였을까? 그래서 이렇게 주인에게 버림받은 걸까? 현재 코리를 임시보호 중인 분의 말에 의하면, 코리는 집에서 잘 자랐던 강아지였는지 '앉아'라는 말도 알아듣고 배변도 아주 잘 가린다고 해요. 사람도 아주 잘 따르고요. 백희와 코리가 어떤 이유로 주인에게 버림 받았는지, 그 이유는 우리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이들도 한때는 주인에게 사랑 받는 반려견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런 데까지 생각이 미치니까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오랫동안 반려견과 함께 살았던 경험이 있어서 상처가 많은 아이들과도 금방 교감할 줄 알았는데, 짧은 시간 안에 마음의 소통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심지어 코리는 제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절대 센터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해서 아예 산책이 불가능하기도 했답니다. 이런 난관이 찾아올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자신만만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어요. 같이 산책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공원 한 바퀴를 돌고 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며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시간이거든요. 시작이 반이라는 마음으로 앞으로 이렇게 1시간, 2시간 소통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제게 마음의 문을 열거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그냥 ‘동물을 좋아하니까’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관심을 갖게 된 유기견 봉사활동. 동물 친구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1시간, 2시간이 ‘내 시간을 투자하는 것’ 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배워가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호동이와 함께 한 시간 속에서, 처음 보는 나를 믿고 따라와줘서 호동이에게 고마움을 느꼈고 두 눈이 보이지 않아 여기저기에 머리를 쿵쿵 박으면서도 결코 멈추지 않는 도전 정신, 그리고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어요. 그리고 받은 사랑에 오롯이 보답하는 동물들을 보면서 ‘사랑’, ‘나눔’, ‘가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답니다. 이러한 것들을 배워가는 시간이 참 행복했고요. 





저는 그래서 7월 이후 꾸준히 동물들이 저에게 전하는 마음의 메시지를 보고, 들으러 꾸준히 센터에 다니고 있어요. 아마 많은 분들이 유기견 봉사를 꾸준히 하는 이유가 이게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저는 이번 유기견 봉사를 통해 24년만에 처음으로 남에게 보여지는 봉사가 아닌, 진정한 나눔의 기쁨이 뭔지 알게 되었으니까요.


여러분은 진정한 나눔의 기쁨을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나로 인해 누군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반대로 누군가로 인해 내가 행복해진다면 그것이 진정한 나눔, 교감, 소통인 것 같아요. 사람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이들이 사람 덕분에 다시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매번 올 때마다 이들에게 하나씩 배워간답니다. 이게 바로 제가 유기견 봉사를 멈출 수 없는 이유예요. 보다 많은 분들이 이런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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