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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하얀 속살을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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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cy’를 최고로 강조했을 때 나오는 얼큰한 볼리비아식 피자와 ray의 음악이 없다면 마음에도 까칠한 소금 바람만 불 곳이다. 여행사 직원 말로는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들과 함께 이번 투어를 같이 할 거란다. 라파즈에서부터 여행자들 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 터라 볼리비아 사람들이 아닌 ‘여행자들’을 만난다는 사실조차 기대가 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는 숙식을 같이 하는 투어에선 정말 중요하다. 사람 때문에 웃고 사람 때문에 울고 사람 때문에 화를 내고 사람 때문에 행복해 진다. 서양커플 사이에 끼여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온갖 끈적한 부비부비 행각들을 지켜봐 줘야 하는 민망한 투어가 될 수 도 있고 무 개념 이스라엘여행자들을 만날 수 도 있는 괴로운 투어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래서 전날 밤 휑한 우유니 사막을 바라보며 냉수 한잔 떠 놓고 기도했다. 이 휑한 사막에 단비 같은 그들을 보내달라고. |
2박 3일 투어 영수증 57$을 손에 들고 3일 간 먹을 간식 봉투를 가방에 챙겨 넣었다.
짐을 잔뜩 실은 도요타 지프차가 멈췄다. 문이 열리고 드디어 그들이 나타났다. “Hi~~!!!!”
숨길 수 없는 반가움이 입꼬리를 귀에 걸게 만든다. 이게 웬일인가~! 이슬라 델 솔에서 옆방 친구였던 아니카가 있고 한국인 여행자인 다니가 있다. 기분 좋은 출발이다. 동양인이라곤 일본인 여행자조차 보기 힘든 곳에서 한국말로 마음껏 떠들 수 있는 다니를 보니 반가움이 두 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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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멤버는 모두 7명이다. |
기타에 옷을 입혀 줄 만큼 정성을 들이고 언젠가는 연주 할 날이 올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기타를 모시는(?) 리사나 인도에서 산 터번을 항상 머리에 두르고 다녀야 하는 니꼴라나 마떼(아르헨티나식 차)없이는 여행 할 수 없는 루시오 만큼 우유니 사막은 낯설다. 특이하다. 그리고 신기하다. 같은 지구인데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신비한 곳이다. ‘헉’ 소리가 날 만큼 감동의 자연이 펼쳐지는 곳이다. 여행자는 이곳에서 지구의 하얀 속살을 본다.
사방이 모두 눈처럼 하얀 소금 사막을 뛰어다녔다.
이쪽을 봐도 저쪽을 봐도 모두 하얗다. 쌓여서 굳어진 눈 같지만 모두 소금이다. 조금 손에 넣고 맛을 보면 얼굴을 찌푸릴 정도로 짜디 짜다. 태양빛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해서 썬크림과 썬그라스가 없다면 사람도 바짝 말라 소금이 될 것 같다. 벽도 침대도 심지어 식탁이나 의자 화분까지도 소금인 소금호텔을 구경하고 선인장으로 가득 찬 페스카도르로 이동한다. 고도가 3천 미터를 훌쩍 넘어서 선인장 꽃이 핀 언덕을 오르자니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꾸스꼬에서 이미 심한 고산병을 겪고 고도가 높은 지역에 익숙해졌다 싶었는데 여전히 만만치 않다.
소금 바다에 떠있는 섬마냥 이 휑한 소금 천지에 선인장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언덕이 있다. 강렬한 태양빛에 살아남을 것이 없을 듯 보인다.
하지만 태양빛에 반발하듯 높이 솟은 선인장 꽃들이 생명의 의지를 보여준다.
척박한 땅에 핀 꽃이라 더 아름답다.
우유니 투어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다양한 빛깔을 뽐내는 호수다. 플랑크톤 때문 에 온통 분홍색으로 물든 호수, 4,5천 높이의 고도에 우뚝 솟은 눈 모자를 쓴 산과 에메랄드 빛의 신비로운 호수, 바쁘게 식사 중인 플랑밍코 수 천 마리가 사방에 깔린 호수, 그린 계열의 파스텔 톤으로 장식된 늪지대가 있는 호수. 이 모든 호수가 종합 선물 세트처럼 포장되어 여행자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
다양한 이 호수들은 코를 베어갈 듯한 칼 바람과 강추위도 잊게 만들 만큼 아름답다.
여러 호수들을 보고 유황 냄새와 달표면 같은 화산 지대를 구경하고 온천 욕을 한다.
엉뚱한 니꼴라군이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추위도 마다 않고 옷을 훌훌 벗었다.
온몸에 머드팩을 한 뒤 뛰기 시작한다. 니꼴라군 정말 용감하다. 우린 모두 동의했다.
진정 여행자의 챔피언이 되길 원한다면 니꼴라만 따라하면 된다고.
쉴새 없이 쏟아지는 별똥별을 보고 우유가 흘러내리는 듯한 은하수를 보았다.
리사의 기타를 가지고 새싹 청년 벤이 연주를 하고 마떼 신사 루시오가 노래를 불렀다. 3,4천 미터의 높은 고도로 몇 겹의 이불을 덮고도 서늘한 기온이었지만 노래가 있고 사람들이 있고 잊을 수 없는 멋진 하늘과 별이 있어 행복한 밤이다. 1년 째 들고 다니는 다이어리에 투어 멤버들이 인사 글을 남겨줬다.
이탈리아어로 영어로 스페인어로 각자의 나라말로 내 긴 여행의 행운을 빌어줬다.
얼마나 고마운 인연인가. 긴 여행을 지탱해 주는 큰 힘은 이런 작은 인연에서 나온다.
지구 위의 한 공간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신비한 우유니 사막을 본 것도 행운이지만 이런 행운을 같은 시간에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더욱 복 받은 시간이 되었다. 지구가 꽁꽁 숨겨둔 속살을 몰래 훔쳐 본 일당들이 된 우리들은 지구 어느 편에서 언젠가 또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남기고 칠레 국경에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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