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과학 이야기를 제대로 해 볼까요. 이야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자연을 닮은 여러 가지 발명품들입니다. 태양광도 따지고 보면 그 중 하나겠지요? 하지만 사실은 아직 제대로 자연을 따라하지 못 하고 있다는 내용이 첫 번째 내용의 주제입니다.
두 번째 내용은 그 이름도 위압적인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어렵고 복잡한 현대물리가 왜 태양광에 중요할까요? 바로 "왜 아직 태양광 발전이 자연을 따라하지 못하느냐"는 질문의 답이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거든요.
식물은 이미 몸으로 양자역학 성질을 이용해 태양에서 에너지를 얻는답니다. 사람은 아직 이해도 다 못하는 현대물리학을 식물은 이미 몸으로 활용해 에너지를 얻고 있는 거예요. 우리도 질 수 없죠? 이제 시작하는 중이랍니다.
자연은 발명의 어머니
사람이 자연을 관찰해 여러 가지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킨 예는 많습니다. 생물이 지구에 처음 등장한 것이 40억 년 가까이 됐으니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다양한 생존 기술을 익혔겠어요? 지구에 등장한지 고작 20만 년밖에 안 되는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가 제 아무리 똑똑해도 자연이 만들어 놓은 최고의 기술보다 잘 만들기는 힘들지요.
예를 들면 하늘을 나는 기술. 지구에 새가 등장한 것은 중생대 후반인 약 1억 5000만 년 전이라고 하죠. 시조새라고 부르는 '아르카에오프테릭스'가 나온 게 이 때인데, 사실 이 종은 지난 7월 새가 아니라 공룡이라는 주장이 나온 상태입니다. 아무튼 대략 이 무렵 최초의 새가 나왔고 보면 틀림이 없습니다. 이 새는 깃털만 가득 나있지 날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몇 천만 년 지난 뒤인 백악기에는 공룡화석 틈에 오늘날과 비슷한 새 발자국 화석이 자주 나오는 걸로 봐서 새는 최소 수 천만 년에서 최고 1억 5000만 년 정도 '비행의 역사'를 지닌 셈이에요.
이미지출처 : 위키디피아
사람이 하늘을 나는 데 성공한 건 고작 100년이 됐어요. 초기의 비행기들을 보면 모양부터 아이디어까지 모두 새를 흉내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초기 비행기 중 하나인 '알바트로스' 시리즈는 아예 새 이름(산천옹)을 그대로 따라했다는 걸 알 수 있지요. 모양도 비슷합니다.
요즘 한창 주가를 달리고 있는 연꽃 잎이나 토란 잎을 닮은 페인트는 어떻고요. 송찬호 시인의 시 가운데 ‘토란 잎’을 보면 “나는, 또르르르…… 물방울이 굴러가 모이는 토란 잎 한가운데 물방울 마을에 산다”라는 대목이 나와요. 토란 잎에 떨어진 빗물이 동그랗게 모여서 또르르 굴러가는 모습을 흉내낸 건데요, 그 덕에 토란잎은 물에 젖지 않아 늘 보송보송하답니다. 이 구조는 잎 위에 아주 작은 돌기가 나 있어서 물방울을 밀어내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은 이런 미세 구조를 인공적으로 만들어서 물에 젖지 않는 코팅 페인트나 재료를 만들어 쓰고 있어요.
자, 이제 우리 주제로 돌아와서 태양광 에너지를 이야기해 볼까요. 지질학자들이 연구해 본 결과 지구에 산소가 많아지기 시작한 것은 대략 30억 년 전부터라고 해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이 무렵 미생물 중 '시아노박테리아'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종이었기 때문에 햇빛으로 에너지를 얻고 대기 중에 풍부한 이산화탄소를 가공해 필요한 물질도 얻었어요. 부산물로 산소를 내뱉었고요. 덕분에 대기 중 산소 농도가 높아져 지구는 산소를 이용하는 생물 천지가 됐어요.
단세포 생물인 시아노박테리아는 나중에 다세포 생물의 세포 안에 들어가 공생하게 됩니다. 지금의 식물세포도 그런 '공생'의 결과예요. 녹색을 띤 색소인 엽록소를 포함한 엽록체라는 세포 소기관이 아주 옛날에는 시아노박테리아처럼 단독 미생물이었다는 거죠. 어느 시점에서 둘이 같이 살기로 했는데, '살아보니 괜찮아서' 아직까지 한 집(식물세포) 안에 있습니다.
태양광은 아직 자연을 따라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퀴즈 하나, 식물이나 조류의 광합성과 태양광 가운데 에너지 효율이 더 높은 것은 무엇일까요. 사람이 아직 자연을 완벽하게 따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자연광합성일 것 같은데, 의외로 아니에요. 태양광의 에너지 전환률은 순간 18%, 다른 기계적 손해 고려해도 연간 10%가 훌쩍 넘는데(이걸 30%대로 올리는 게 목표죠), 자연광합성은 1%가 채 안 되거든요. 그럼 인간이 자연을 이긴 걸까요? (이미지출처 / 위키디피아)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자연 광합성은 에너지만 생산하는 게 아니라 물질(이산화탄소)을 체내 탄수화물로 변환도 하고 있고, 그게 더 중요한 기능이거든요. 예를 들어 음식 재료를 모아 햇빛을 이용해 요리까지 다 하고도 1%의 에너지를 남기는 셈이에요. 반면 태양광발전은 단순히 에너지를 빛에서 전기로 바꾸는 데 불과합니다. 같이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고효율이지요.
과학자들은 이런 효율의 비결이 뭘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가 광합성의 주역인 엽록소가 특이한 모양으로 모여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좀 쉽게 비유하자면 깔때기 모양을 이루며 촘촘히 모여 있는 거예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엽록소가 빛을 받으면 빛을 연속해서 전달해 진짜 깔때기처럼 중앙의 반응 중심부로 모은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상하지요. 아무리 효율이 높더라도 여러 개의 엽록소를 거치면 효율이 줄어들고 느린 게 분명하거든요, 30억 년이나 진화를 해 온 광합성 기능이 이렇게 허술하다니 이해가 안 갔죠.
광합성 고효율의 비밀 양자역학
비밀은 양자역학에 있었어요. 빛은 ‘입자이자 동시에 파장’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거예요. '광자'라고 부르는 입자인데, 동시에 전자기파로서 파동 성질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현대물리학 중 가장 골치 아프다는 '양자역학'에 따르면, 파동을 띤 입자인 광자는 어느 한 지점에 정확히 있는 게 아니라 '파동함수'라고 불리는 식의 계산 결과에 따라 넓은 지점 어딘가에 존재하게 돼요. 그리고 이런 입자 공간이 서로 붙어 있으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넓은 영역에 퍼져 있게 돼요(이런 현상을 '양자 결맞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엽록소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곳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졌어요. 다시 말하면 깔때기를 이루는 엽록소 배열 아무 데에나 빛 입자(광자)가 떨어지든, 광자가 위치하는 곳은 하나의 파동함수가 만드는 영역 안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굳이 여러 번 전달전달 하지 않고도 한 번만 전달하면 깔때기 중심부로 빛을 이동시킬 수가 있어요. 비유하자면 연탄을 손에 손에 전달시켜 나르는 게 아니라 단번에 멀리 '던진' 효과를 낸답니다.
최근 2~3년 사이에 과학자들은 이런 엽록소의 성질을 응용해 에너지를 고효율로 전달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그 동안 태양광이 자연 광합성의 겉모습만 흉내냈다면, 이제 구체적이고 복잡한 원리까지 속속들이 연구해 흉내내는 상태에 이른 셈이에요. 어쩌면 많은 '자연모사공학' 가운데 태양광이 가장 제대로 된 자연을 흉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과학과 기술이 얼마나 자연과 비슷해질지, 태양광에서 그 "끝"을 볼 수 있을까요.
태양광의 미래, 자연의 미래
태양광이 다른 어떤 에너지보다 자연을 닮은 이유를 잘 아시겠지요?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했고, 자연이 추구하는 심오한 원리를 그대로 따라간다는 점은 다른 어떤 에너지와도 다른 점입니다. 자연을 닮은 에너지, 다시 말해 기분 좋은 에너지라고 할 수 있는 태양광에 주목하고 있는 기업이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화의 행보가 남다릅니다.
한화는 지난 4월 폴리실리콘 공장을 여수 국가산업단지에 건설함으로써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태양전지(셀)-모듈-태양광발전에 이르기까지 태양광 사업의 전 분야에 걸쳐 수직계열화를 갖추었는데요. 하반기에는 태양광 등 신사업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글로벌 경영을 더욱 강화해, 폴리실리콘 생산 공장에 대한 신규 투자, 셀과 모듈 생산라인 증설 등에 투자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폴리실리콘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2013년 하반기를 지나 2014년이 되면 연간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는 한화의 태양광.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는 한화 가족은, 누구보다 자연과 가까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주인공이라는 자부심을 가지셔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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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신영 ㅣ 과학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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