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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예술로 기록한다! 제임스 나츠웨이



 

카메라에 자신의 영혼을 담은 사람이 있습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태어나 예술사와 정치학을 공부한 청년, 1976년대 신문사의 사진기자로 일을 시작해 포토 저널리즘을 예술의 수준으로 이끈 대가. 제임스 나츠웨이(James Nachtwey)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1970년대 베트남 전쟁과 흑인 인권 운동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에 매혹된 나츠웨이는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세계의 치열한 현장을 가장 먼저 목격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했습니다. 그 결과 1980년대부터는 뉴욕에 본거지를 두고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전쟁 속에서 언제나 평화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그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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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웨이가 가장 빈번히 오고 간 곳은 전 세계 분쟁의 현장이었습니다. 이라크, 코소보, 남아프리카, 팔레스타인… <타임> 매거진을 비롯해 세계의 미디어가 그가 보내오는 사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이렇게 생생하게?’ 예리한 사람들은 사진의 생생함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신까지 읽었습니다. 그는 함부로 진실을 재단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겉멋에 들어 감상적이고 자극적인 사진들을 주관적인 앵글로 찍어대지도 않았죠. 인류 개개인이 만나는 고통, 그 자체만을 담담히 기록하려고 했습니다.

 

 


 

센세이션한 장면을 기록하기에는 전쟁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나츠웨이는 인간을 고통으로 이끄는 재난은 총과 포탄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지진, 쓰나미, 에이즈, 기근, 공해 산업, 마약 중독 등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커다란 재앙과 범죄의 현장을 기록하고 그 상황을 알리는 데 앞장섰습니다. 의사들과 손을 잡고 결핵으로 고통 받고 있는 캄보디아 사람들을 꾸준히 찍기도 하고, 타일랜드, 아프리카, 시베리아에서 에이즈가 만들어내고 있는 지옥도를 기록하기도 했죠. 마약 중독자들의 모습과 그 치료의 현장, 감옥에 갇힌 중대 범죄자들의 일과처럼 사건 배후에 대한 탐사 취재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그는 포토 저널리즘의 대명사 ‘매그넘’의 대표작가로 활약했고, 로버트 카파 골드메달을 다섯 번이나 받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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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의 현장이니 생과 사를 가르는 순간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는 199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최초로 열린 다인종 선거의 현장에 함께했습니다. 그리고 반인종차별 사진가 그룹인 ‘뱅뱅클럽’의 포토 저널리스트 켄 오스터브룩이 저격당해 죽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 자신도 이라크 전쟁 취재 도중 험비 차량을 타고 가다가 수류탄에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완치되는 대로 또 다른 분쟁의 현장으로 뛰어갔죠. 그의 나날은 2008년 파리에서 이루어진 전시회의 제목처럼 ‘삶을 향한 분투’였습니다.

 

 


 

뒤로 빗어 넘긴 반백의 머리에 충직해 보이는 눈동자. 제임스 나츠웨이의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것은, 크리스티안 프라이가 2001년에 공개한 <전쟁 사진가(War Photographer)>라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이 영화는 나츠웨이의 카메라에 작은 캠코더를 장치해 그가 바라보는 현장, 그 현장을 바라보는 사진가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줍니다. 그것은 나츠웨이가 보여준 사진들과는 또 다른 생생한 고통의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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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거기 있는 모든 순간, 나는 달아나고 싶었다. 나는 이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자르고 도망가 버릴까? 아니면 거기 카메라를 들고 서 있었다는 책임감과 거래를 할까?”

 

하지만 나츠웨이는 그저 용감무쌍한 전투파의 저널리스트는 아닙니다. 그를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그가 무모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언제나 신속 정확하게 움직였고, 분명히 안전을 확보한 다음에 움직였죠. 총알이 빗발치는 가운데서 잠시 틈을 포착해 사진을 찍고, 다시 숨고, 다시 고개를 들어 사진을 찍었습니다. 특급의 스포츠맨도 따라 하기 힘든 고도의 경지. 그의 작품만큼이나 그의 삶과 행동 자체가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수많은 사진의 대가가 영화 제작에 버금가는 장비와 스태프들을 거느리고 다닙니다. 그러나 전쟁 사진가인 그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질 리 없습니다. 그의 장비는 항상 단출합니다. 검은색 배낭에 두어 개의 보조 가방. 여기에 담을 수 있는 게 전부입니다. 그가 애용하는 것은 16~35mm의 광각렌즈가 달린 카메라인데요. 넓은 화각을 가진 카메라, 당연히 피사체에 더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를 옆에서 본 사람들은 찍히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 카메라를 들이댄다고 합니다. 그러나 용서받습니다. 그것은 진실에 관련된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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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남아공 사진작가들의 비극은 <뱅뱅클럽>이란 영화로 만들어져 올해 초에 개봉되었습니다. 거기에 출연한 배우 라이언 필립은 <전쟁 사진가>에서 본 나츠웨이의 모습이 자신이 그 영화를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는 고통으로 눈물 흘리는 여인으로부터 겨우 두어 걸음 떨어진 곳에서 셔터를 누르는 나츠웨이에 탄복했습니다.

 

 “그가 사진을 찍지 않았다면 그 여인의 슬픔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포토 저널리스트 제임스 나츠웨이, 그의 말과 사진은 한 치의 거짓도 용납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와 같은 저널리스트가 있기에, 평화의 가치와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껴 봅니다.

 

 

글 / 이명석 문화비평가

 

* 이 컨텐츠는 한화그룹 사보 한화한화인 '컬처라운지' 내용을 재구성 했습니다.

* 이 컨텐츠의 모든 저작권은 한화그룹 공식 블로그 한화데이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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