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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에타이, '옹박'의 후계자를 만나다!




흔히 ‘타이복싱’이라고 불리는 ‘무에타이’, 세계 최강의 타격 필살기로 이종격투기 무대를 통해 일반인에게 그 이름을 각인시켰다. 일격필살을 노리는 현란한 발차기와 손동작의 화려함은 여타 다른 무술과는 많은 차이가 있어, 이를 배우고자 무에타이 도장을 찾는 이들도 제법 많다.

무에타이가 내용의 주축을 이루는 태국영화 ‘옹박’이 몇 년 전에 크게 히트했다. 대역 없이 모든 스턴트를 직접 해낸 배우의 화려한 액션은, 인간의 몸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액션이었다는 찬사와 더불어, 많은 팬을 만들었다. 이후, 옹박은 시리즈물로 새롭게 태어났으며, 옹박류의 다양한 태국 영화가 한국 극장에 상영되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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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무에타이, 그 기원에 대해서 다양한 설이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유타사트라 불리는 고대 태국의 군대 무술이 시초다. 가족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사용되었던 실전무술 무에타이는 이렇게 군대를 통해 태국 전역에 보급되었고, 지금은 대중 스포츠로서 태국 현지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 통계에 의하면 태국에 있는 무에타이 도장만 무려 6천 개가 넘는다고 한다. 또한, 이곳에서 무에타이를 수련하는 선수도 6만 명이 넘을 정도로, 태국 국민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태국 내에서도 빈곤계층이 많은 이산(동북부)지방에서는 일종의 입신양명 수단으로 많은 수련자가 무에타이를 배우고 있다. 큰 경기에서 승리하면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다. 승리하기 위해 죽기 살기로 싸우는 그들의 눈빛을 보면, 이들의 경기에 대한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전투에 사용되었던 실전무술 무에타이, 영화나 K-1과 같은 무대에서 볼 수 있는 무에타이도 상당히 거칠다. 이런 무에타이를 직접 볼 기회가 있었다. 장소는 태국 방콕의 랏담넌 무에타이 경기장. 룸피니 경기장과 더불어 방콕에서 외국인이 무에타이를 볼 수 있는 가장 유명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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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가 조금 넘어 경기장에 도착했다. 랏담넌 무에타이 경기장은 배낭여행자의 천국 카오산 인근에 있다. 카오산에서 택시로 40~50밧 정도면 갈 수 있다. 경기장 앞에는 이미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첫 경기는 이미 시작한 상태였지만, 다들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평일 첫 경기는 6시부터 시작하지만, 초반 경기는 주로 어린 선수들의 데뷔 무대다. 좀 이름있는 성인 선수는 저녁 9시 이후의 메인이벤트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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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했다. 경기에 따라 요금에 조금 변동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링사이드 2,000밧, 2층 1,500밧, 3층 1,000밧이다. 일등석인 링사이드 요금 2,000밧을 지금 환율로 계산하면 대략 75,000원 정도다. 현지 물가에 비추어본다면 상당히 비싼 편이지만, 무에타이 경기를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이 링사이드 티켓을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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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마사지실과 체중을 재는 곳을 지나게 된다. 무에타이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은 이곳에 들러 스프레이 파스를 온몸에 뿌리며 경기로 혹사당한 근육을 풀어준다. 알싸한 파스 냄새가 진동하는 와중에, 한쪽에서는 승리의 기쁨에 환호성을 외치는 승자가, 다른 한쪽에는 경기 결과의 아픔을 곱씹는 패자의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또한, 경기 당일 이른 새벽에는 깡마른 몸이지만 다부진 체격의 무에타이 선수가 체중계 위로 올라 몸무게 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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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장한 사내들이 지키고 있는 입구를 지나 링사이드로 이동했다. 몸집은 비대했지만, 링사이드 티켓 소지자 대처는 신속했다. 그의 안내를 따라, 링사이드로 이동했고, 원하는 자리에 앉아 경기를 관전할 수 있었다. 링사이드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그룹으로 들어온 일본인 관광객과 이종격투기를 좋아하는 백인이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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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사이드 최대의 장점은 선수의 모든 것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 경기 시작 전 긴장한 선수의 표정, 경기 속 격렬한 몸동작으로 싸우는 모습 하나하나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링사이드로 가야 한다. 상대방을 견제라도 하는 듯, 경기 시작 전 고개를 낮춘 체 상대방을 쏘아보는 모습을 링사이드에서 보고 있자면, 무섭다 못해 소름이 돋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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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선수가 링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긴장을 없애기 위해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동작을 반복했다. 이렇게 몸을 풀고 나면, ‘와이크루’를 한다. 여기서 '와이'는 태국어로 인사를, '크루'는 스승을 뜻한다. 즉, 스승, 나아가 부모, 신에 대한 존경심을 ‘와이크루’로 표현하는 것이다. 일종의 경기 의식으로, 게임 시작 전에 이 와이크루를 한다. 태국 전통 음악에 맞추어 춤추듯 몸을 움직이는 동작이 그렇게 한동안 반복된다.

와이크루가 끝나면 링사이드로 돌아가 머리에 쓴 띠를 벗고 마우스피스를 착용한다. 그리고 절에서 스님이 참배객들에게 성수를 뿌려주는 의식인 '남몬'처럼, 스승이 경기 전에 제자에게 손으로 물을 뿌려주며, 경기에의 우승을 기원한다.

경기는 15세 미만 경기와 성인 경기로 나누어져 진행된다. 15세 미만 경기는 2분 5라운드에 중간 휴식시간은 2분.  성인 경기는 3분 5라운드에 중간 휴식시간 2분. 거의 모든 신체 부위를 사용해 타격하는 경기이기에 체력 소모가 심한 편이다. 또한, 부상 위험도 크기 때문에 경기가 짧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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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 쉬는 시간이 되면 링사이드 바닥에 양철로 만들어진 원형 물받침대가 놓이고, 선수는 의자를 깔고 앉는다. 그리고 2분 동안 마사지를 받거나, 물을 마시며 다음 라운드를 준비한다. 물론, 여전히 매서운 눈으로 상대편을 바라보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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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과 3층에서는 주로 현지인들이 무에타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링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지만, 위에서 내려다보기에 눈에 거치적거리는 것이 없어 보기에는 오히려 편했다. 다만, 선수의 호흡이나 표정 등, 긴박감을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 또한, 2층, 3층에서는 무슨 내기라도 하는지, 경기가 끝나고 돈을 거둬서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참고로, 링사이드 티켓이 있으면 2층이나 3층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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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입구 주변에는 무에타이 용품점이 있었다.  무에타이용 교본, 트렁크, 장갑뿐만 아니라 경기시작 전 와이크루에 사용되는 머리띠, 팔띠 등도 팔고 있었다. 예전에 태국에 살 때, 한국에 있는 체육관 관장님한테 무에타이 용품을 보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어디에서 파는지 몰라 아쉽게도 도와드리지 못했는데, 경기장 안에서 무에타이 용품점을 만나니 반가웠다. 무에타이 모습이 찍힌 열쇠고리며 인형들이 한쪽 벽면에 가득 진열된 것을 보니, 무에타이 선수뿐만 아니라, 선물용으로도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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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경기가 끝나고 저녁 10시가 넘은 시각에 경기장을 나왔다. 어스름한 저녁에 들어가, 깜깜한 밤에 나오니, 왠지 기분이 묘했다. 살과 살이 맞닿아 ‘착착’하고 내는 소리가 귓가에 여전히 맴돌았다. 무에타이 선수의 불타는 눈과 다부진 체격, 그리고 그들의 치열한 삶이 녹아 있는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가볼 만한 곳이었다. 무에타이 선수의 땀과 열정이 가득했던 곳, 그래서 들어갈 때는 왠지 허했지만, 나올 때는 무엇인가에 충전된 듯, 뿌듯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곳, 이곳이 무에타이 경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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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꾸리

짧은 여행보다 장기체류(?)를 선호하는, 4권의 책에 이름을 올린, 자칭 여행생활자. 중국, 태국, 그리고 한국을 거쳐 지금은 일본에 장기체류중이다. 아내의 나라 일본의 살인적인 물가에서 벗어나, 언젠가 물가 싼 제 3국에 사는 것이 소원. 주간동아, 일간스포츠, 전자신문 등 여러 매체에 여행과 일본생활에 대해 기고하고 있다. 현재는 도쿄에 대한 에세이북 집필중. [Blog]http://doggul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