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꽃보다 누나'는 발칸 반도에 위치한 보석 같은 '크로아티아'의 매력을 재조명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방송이 나간 후 크로아이티아를 찾는 관광객이 더 많아졌다는 뒷소문도...
하지만 제가 더 관심이 갔던 지역은 꽃누나와 배우 이승기가 크로아티아로 가기 전 잠시 들렀던 터키의 이스탄불. 이슬람 문화가 묘하게 섞인 독특한 분위기로 눈길을 끌었지요. 다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크로아티아로 향하는 스탑 오버 도시가 되며 굉장히 짧았던 여행시간 탓에 '이스탄불' 여행만 소개했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터키' 하면 이스탄불만 떠올리는 그대! 꽃누나들과 이승기도 놓쳐버린 터키의 매력적인 여행지로 지금 여행을 시작해봅니다.
처음으로 찾아갈 매력적인 장소는 터키 중부에 위치한 파묵칼레. '목화의 성' 이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그야말로 새하얀 눈밭과 같은 기이한 자연을 만나볼 수 있는 곳입니다. 석회층으로 이뤄진 터키 남서부의 온천지대는 고대 로마 시대의 유적이 어우러집니다. 석회층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로마 유적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데 이런 복합 세계 유산은 전 세계적으로 드문 경우이지요.
파묵칼레는 터키인들이 아름다움을 표현할 때 '파묵칼레처럼 아름답다.' 라 이야기할 정도로 현지인들에게 자부심을 심어 줄 만한 독특한 풍광을 자랑합니다. 하얀 온천지대의 모습은 흡사 계단식을 닮았지요. 터키식 미니버스인 돌무쉬를 타고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새하얀 눈이 내려앉은 설산과도 같은 모습입니다. 석회를 머금은 물이 흘러내리면서 그 성분들이 층을 이뤘고 층마다 푸른 물을 머금고 있습니다.
맑은 날이면 석회층은 물과 함께 청아하게 빛이 나고 하루에도 여러 차례 색이 변해 푸르던 물은 희게 변색하며 해 질 녘엔 붉게 빛납니다.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함께 갖고 있어 역사학적으로도 그 가치가 높고 새하얀 풍경은 힐링 여행지로 보기에도 손색 없는 파묵칼레, 터키의 독특한 여행지로 추천합니다.
오늘 두 번째로 찾아온 터키의 매력도시는 '에페스'입니다. B.C. 2000년대,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무려 수 천년 이전의 시간에 이곳 터키는 그리스와 페르시아에게 지배당했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에 의하여 해방되어 헬레니즘 문화, 이어서 로마 문화가 번영하고 중요한 건축물이 수없이 많이 세워졌는데, 그 때 남은 흔적들은 이곳 '에페스'에 남아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에페스'라고 했을 때 맥주를 먼저 떠올리신다면 여러분은 진정한 주당이십니다. 최근 시판된 맥주의 이름이죠.)
여신 아르테미스를 모신 신전은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꼽히는 대건축이 완성되기도 했으나 그리스도교 시대가 되자 그 모습은 완전히 없어져 버렸습니다. 현재 에페스에 남아있는 고대 유물로는 헬레니즘 시대의 아고라와 극장, 하드리아누스제의 신전, 케르수스의 도서관 등이 남아 있지요.
이곳 에페스의 하얀 돌 바닥을 따라 천천히 산책하고 있노라면 수천 년 전에 만들어진 땅을 딛고 서 있는 기분에 묘한 흥분감이 생깁니다. 근래에 발굴된 남쪽 경사면의 주거지엔 벽화가 다수 발견되기도 했지요. 또한, 도서관 주위엔 실제 학생들이 장난스럽게 그렸을 법한 낙서의 흔적도 남아있어 마치 과거와 소통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고대 도시로 떠나는 시간여행, 터키 에페스에선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온 러브스토리. 그 사랑으로 비롯된 전쟁을 다루었던 영화 '트로이'는 전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바로 그 영화 속 '트로이'가 터키에 실존하는 도시라는 것, 알고 계셨나요?
그리스의 여신인 헤라와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서로 아름다움을 다투는 일이 있었습니다. 심판을 맡았던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손을 들어주고, 그 대가로 그리스 제일의 미녀 헬레네를 차지하게 되었지요. 헬레네의 남편이었던 메넬라오스는 아내를 되찾기 위해 대규모 원정군을 이끌고 트로이로 쳐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이들과 맞서는 트로이도 만만치 않아서 위기 때마다 수 많은 영웅이 나타나 그리스 군대를 물리쳤습니다.
이후 10년 동안 양측의 싸움으로 수 많은 영웅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갔습니다. 그러나 선물로 가장한 거대한 목마 속에 몰래 숨어서 트로이 내부로 들어간 그리스 군대가 트로이를 함락시켰다는 유명한 '트로이의 목마' 작전이 성공을 거두어 마침내 길고도 지루했던 전쟁은 끝을 맺게 되었지요. 터키의 서부 끝자락에 위치한 '트로이' 유적지에 들어서면 이 목마 모형이 가장 먼저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1870년, 이 지역에서 처음 발굴을 시작해 3년 만에 처음으로 트로이의 유적을 발견했습니다. 황금잔과 왕관, 목걸이 등의 유물이 발견됨으로써 이 도시가 전설 속의 트로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지요. 이 유물들을 일리아스 속에 등장하는 트로이 왕의 이름을 붙여 '프리아모스의 보물'이라고 불렀습니다. 사실상 현재의 트로이의 모습은 돌로 만들어진 성벽과 예전에 왕이 살았던 터전으로 추측되는 공간들이 남아있지만 수천 년 전에 만들어진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에페스와는 달리 그 모습을 많이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하지만 영화 트로이에서 다룬 극렬했던 사랑과 전쟁 스토리에 한 번쯤 마음이 설렜다면 찾아가 보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여행지 입니다.
터키의 매력을 속속들이 파헤쳐 본 이번 여정, 즐겁게 보셨나요? 동서양의 매력이 묘하게 공존하는 대표 도시 이스탄불 이외에도 이처럼 터키엔 다양한 볼거리를 내세워 여행자를 유혹하는 도시들이 많이 있습니다. 새하얀 눈이 내려앉은 듯한 목화의 성 파묵칼레, 고대 유적을 고스란히 만나볼 수 있는 에페스, 트로이의 목마가 우뚝 서 있는 트로이까지. 꽃 누나들이 놓쳐버린 터키의 다양한 매력을 만나러 올 여름 휴가 계획을 세워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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