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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인사이트/한화 비즈니스

선진기업의 경영전략_자율근무제하면 망한다고?!

"‘왜’ 직원을 성숙한 성인이 아닌 어린아이로 취급하려고 하는지 반문합니다. 책임을 지고 있는 성숙한 성인이라면 출근하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업무를 방치한 채 마음 편하게 놀 수 있을까요? 할 일을 제대로 해내기만 한다면 일하는 장소가 어디든 무슨 상관이냔 말씀입니다."

자율근무제! 그건 동화책에서나 나올 일이라고 마음을 다독이는 직장인에겐 참 속이 시원~한 생각입니다. 이런 생각은 브라질 기업 셈코 CEO 리카르도 세믈러입니다. 경영은 결국 사람을 다루는 일입니다.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으로 완성되는 셈이지요. 그래서 인간존중, 혹은 ‘직원이 주인이 되는 기업’을 비전이나 핵심가치로 삼은 기업들만 해도 그 수를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지요.

그런데 정작 인간을 존중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또는 인간은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기업, 실천하는 기업은 드뭅니다. 브라질 기업 셈코(SEMCO)가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것이죠. 말에 그치지 않고 마치 꿈과 같은 인간존중 경영을 세계 어느 기업보다 앞서 실행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인간존중을 바탕으로 직원들이 스스로 회사의 주인임을 인식하는 기업. 그를 바탕으로 강력한 오너십을 발휘하는 기업 셈코의 숨은 저력을 살펴보겠습니다


보고서, 조직, 출퇴근시간 없는 기업, 연간 성장률 40% 기록한 이유는?
끊임없이 “왜, 왜, 왜”라고 물어라

하버드, 스탠퍼드, MIT, 런던 상경대, INSEAD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사례연구로 활용되고 있는 브라질 기업, 셈코(Semco). 과연 이상한(!) 기업입니다. 우리가 흔히 회사라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이 셈코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우선 공식적인 조직구조가 없어요. 부서와 직계구조가 없는 기업이라니.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닙니다. 비즈니스 계획도 없죠. 기업전략이 없으니 당연히 장기예산안도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놀란다면 시기상조입니다. 어떠한 정해진 표준이나 관례도 없고 직무기술서와 고용계약서도 없구요. 보고서나 경비내역서를 결재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심지어 인사관리 부서조차도.

이렇게 하고도 회사가 운영될까 싶으시죠? 하지만 셈코는 매년 40% 가까운 기록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이상한 기업의 현 경영자 리카르도 세믈러(Ricardo Semler)의 선친이 셈코를 경영할 때만 해도 최고로 달성한 연간매출은 400만 달러 정도였지만 2003년에는 연간매출이 2억 1,200만 달러로 늘어나게 됩니다.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이런 성장이 가능할까요?

 

   
 


수많은 사람이 그 비결이 뭐냐고 묻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리카르도 세믈러의 대답은 간단합니다. 바로 ‘왜’라고 묻는 것이죠. 직원들은 ‘왜’ 집에서는 성인으로 대접받다가 직장에서는 미성년자 취급을 받는 것일까요? 직원들은 ‘왜’ 스스로 자신들을 관리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요? ‘왜’반대 의견을 내놓고 의문을 제기하고 공개적으로 정보를 나누지 못하는 것일까요? 도대체 ‘왜’, ‘왜’, ‘왜’.

그는 항상, 그것도 세 번씩 연속해서“왜”라고 묻는다면 결국은 관습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신선한 시각을 갖게 되고 사태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보통 어떤 일을 마주 대할 경우 ‘어떻게’를 떠올릴 때가 많습니다.‘어떻게 이 일을 잘 처리할 수 있을까?’, ‘이 상황에서는 어떻게 처신하지?’와 같이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보다는 해결할 방법만 모색하는 일이 허다하지요. 물론 ‘어떻게’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제기되어야 할 물음은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본질에 접근하도록 이끄는 “왜”라는 질문입니다.

리카르도의 물음 1. 왜 직원을 어린아이 취급을 하는거죠? 

그럼 이렇게 왜냐고 묻고 또 물으며, 끊임없이 질문하고 숙고하는 셈코의 실제 근무 환경은 어떨까요. 셈코 직원들은 일주일 가운데 일하는 날을 스스로 자유롭게 정합니다. 출퇴근 시간도 알아서 정하죠. 일을 어디에서 할지 결정하는 것도 모두 직원들의 몫이에요. 1980년대 중반 셈코의 경영자 리카르도 세믈러가 이러한 이슈를 제기했을 때, 내부 반발은 당연하거니와 거의 모든 사람이 회사가 망하리라 장담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리카르도 세믈러는 그의 평소 주장대로 ‘왜’ 직원을 성숙한 성인이 아닌 어린아이로 취급하려고 하는지 반문합니다. 책임을 지고 있는 성숙한 성인이라면 출근하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업무를 방치한 채 마음 편하게 놀 수 있을까요? 할 일을 제대로 해내기만 한다면 일하는 장소가 어디든 무슨 상관일까요? 결국 가장 반발이 심했던 공장의 조립라인도 동료가 다음 날 몇 시에 출근하는지 확인하는 것만으로 지금껏 아무 문제없이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무한 자유를 바탕으로 스스로를 경영하는 것 그것이 첫번째 셈코의 철학입니다.


리카르도의 물음 2. 여러분이 하는 일은 재능을 발휘하는 일인가요?
여기서 생뚱맞을 수도 있는 질문 하나를 제기해봅니다.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자신이 진정 원하고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인가요?’ 아마 쉽게 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기업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도 똑같은 질문에 그저 싱긋 웃으며 ‘많이 배우고 열심히 하겠다’는 답변 만을 되풀이할 것이니까요. 셈코에는 이러한 신입사원을 위해 ‘로스트 인스페이스(Lost in Space)’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입사원들은 1년 동안 회사 여기저기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원하는 일을 스스로 찾을 수 있습니다. 하고 싶거나 관심이 가는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옮겨 다닐 수 있고 동시에 여러 팀에서 일을 하기도 합니다. 1년이 지난 후에는 함께 일한 팀 중에서 그에게 일자리를 제안하기도 하고, 아니면 관심이 가는 팀에 그 자신이 직접 지원할 수도 있어요. 이는 결국 직원들이 오너십을 갖고 자신의 참된 소명(召命)을 찾기를 바라는 셈코와 리카르도 세믈러의 진심과 경영철학에서 우러나온 것입니다.

리카르도의 물음 3. 회사의 성공의 여러분의 성공입니까?
많은 경영자는 모든 직원이 회사에서 주어진 일에 주인의식을 갖고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기를 기대합니다. 이를 위해 각종 후원회도 조직하며 직원들의 근로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구성하죠. 이런 활동들이 단기적으로는 작은 효과를 거둘 수도 있겠지만 일정 시간이 경과하고 나면 별 효과가 없다며 경영진들이 푸념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자기 자신의 이익보다 회사의 이익을 우선으로 한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일까요? 과연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요?

리카르도 세믈러는 이에 대해 역시 ‘왜’ 그래야 하냐고 묻고 또 물으며 회사의 이익을 더 우선한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이라는 결론을 제시합니다. 그래서 자신을 최우선으로 놓고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도록 하고 그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경영진이 할 일이라고 강조하죠.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다 보면 자연스레 그 일을 할 수 있는 회사에 남고 싶어지고, 그 결과 회사는 계속 이익을 창출하면서, 좋은 인재로 가득 차게 되는 것입니다. 어떠한 것이든 몰입해보지 않은 채 그저 막연히 재미있고 좋아하는 것만을 찾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일에 깊은 흥미를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때 성취감을 맛볼 수 있고 자신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셈코는 되고 우리 회사는 안되는 이유는?

셈코의 사례를 통해 다른 회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무수히 많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들이 지금의 셈코를 있게 한 핵심일까요? 이런 프로그램들을 우리 회사에도 도입한다면 셈코와 같은 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요? 아마도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것이에요. 오히려 그 핵심은 리카르도 세믈러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오직 필요한 것은 직원들에 대한 ‘믿음’이에요. 즉, 직원들이 업무에 대해 무지한 신참자가 아니라 책임감을 지닌 성숙한 인간이라는 믿음만 지니면 되지요. 이러한 시스템은 개인의 진정한 관심사를 드러내며 이는 다시 기업의 효율성을 더욱 높여줍니다.” <셈코스토리> 중 81페이지

리카르도 세믈러의 책 <매버릭>에서부터 <셈코스토리>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이러한 그의 믿음과 그 믿음을 실천하려는 진정한 용기를 볼수 있어요. 비록 CEO라 해도 업계에서 이단아로 인식될 정도로 그에 대한 반발은 엄청난 것이었죠. 하지만 끊임없이 “왜”라고 물으면서 경영을 탐구하고 본질을 얘기하며 확신을 갖고 나아간 결과 셈코는 지금수많은 회사와 학교에서 성공방식을 연구하는 회사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셈코의 경영자 리카르도 세믈러는 직원들 스스로가 자신을 최우선으로 놓고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도록 해야 하며, 그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경영진의 책무라고 강조합니다.

글 최동석 소장 l 최동석 인사조직연구소
그림 강 정 희

*이 글은 한화사보 '월드 컴퍼니'의 글을 각색한 글입니다.
* 이 컨텐츠의 모든 저작권은 한화그룹 공식 블로그 한화데이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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