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핀현준과 박애리의 '연애 말고 결혼'

불후의 명곡으로 남아있는 레전드의 노래를 국내 최정상 보컬리스트들이 자신의 색깔을 담아 무대를 펼치는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괴물보컬 손승연의 발견도, 윤민수와 신용재의 가슴을 울리는 라이브도 주목할 만하지만 그중 가장 눈에 띄는 팀은 단연 팝핀현준과 박애리 부부의 무대가 아닐까 합니다.

염색 머리에 힙합바지를 입고 관절을 자유자재로 꺾는 힙합보이 팝핀현준은 머리에 곱게 쪽을 지고 구슬픈 우리 가락을 읊는 국악여신 박애리에게 한눈에 반했다고 하는데요,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하고 있어 절~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두 사람이 새로운 크로스오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는 사실! 오늘은 너무 다르지만 그래서 더욱 어울리는 커플! 연애 말고 결혼을 택한 두 사람, ‘팝핀현준 & 박애리’ 부부를 만나볼게요! :)

공통점을 찾아볼 수 없는 이 부부는 어떻게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을까요? 첫눈에 반한 것은 판핀현준이 먼저였다고 해요, 세계 유수의 댄스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팝핀 분야에서 독보적인 국가대표 댄서로 자리매김한 마음도 외모도 소년 같은 팝핀현준은 박애리를 보고 한눈에 ‘평생을 찾아오던 이상형’임을 느꼈다는 사실! 대중들에게는 힙합댄스를 추는 팝핍현준이 더 알려졌지만, 아내 박애리 또한 만만치 않은 ‘국악여신’이었습니다.

‘오나라 송’으로 유명한 드라마 <대장금> OST로 대중에게 알려진 그녀는 대통령 훈장도 받은 바 있는 국악계의 알아주는 실력파 명창으로 두 사람은 발 담고 있는 환경이 너무도 달랐지요. 그래서 한눈에 반했음에도 그녀에게 다가가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스물세 살에 국립창극단에 입단해 주연 배우로 활동하며 연습과 공연밖에 몰랐던 박애리에게 팝핀현준은 ‘낯선 예술가’였는데요, “연출 선생님이 정말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셨는데 만나보니 외모가 정말 앳된 거예요. 막상 연습을 같이 해보고는 더 놀랐죠. 그전에도 자기 분야에 열정을 가진 분들과 조우할 기회는 많았지만, 현준 씨에게서는 굉장히 깊은 예술혼이 느껴졌어요. 나이도 저보다 두 살 어린데, 저보다 더 많은 삶의 경험을 가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하지만 일하는 분야가 다르니 공연이 끝나고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는 그녀, ‘참 멋진 예술가와 함께 작업했다’고 감탄하고 끝이 날 줄 알았다고 해요. 하지만 인연의 끈은 거기에서 끊어지지 않았다는 사실! (힛 역시 인연을 따로 있나 봐요! ^^) 

팝핀현준과 가까이 지내는 지인이 박애리의 동네에 살고 있었던 것! 그녀에게 깊은 마음을 품고 있던 팝핀현준은 식사자리에서 우연히 들은 그녀의 주거지를 기억하고는 지인을 통해 조심스럽게 다가갔고 그녀 역시 그가 자신의 ‘운명’임을 느끼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고 하는데요, 만나기로 하고 한 달 만에 “이 사람과 결혼해야겠다”고 결심한 그녀, 실제로 두 사람은 만난 지 3개월 만에 초스피드로 결혼식을 올렸답니다. ^^

두 사람의 결혼식은 2011년 2월 국립극장에서 한 편의 연극으로 진행됐는데요, 최고의 춤꾼과 소리꾼은 스스로 만들어낸 공연을 통해 하객이 아닌 관객들의 환호 속에 웨딩마치를 올렸습니다. ‘자신들다운’ 결혼식을 하고 싶었던 두 사람은 공연을 위해 국립극장에 기획안을 써서 제출했으며, 공연을 같이 꾸밀 사람들을 섭외하는 일부터 안무, 악단 연습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했다는 사실! 결혼식을 필두로 두 사람의 만남은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라는 타이틀로 항상 화제를 몰고 왔습니다. 

“저희는 자연스레 서로의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공연을 꾸미고 있어요. 상대방이 좋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것들이 세간의 이슈가 되고, 전통문화에 정통한 선생님들께서도 ‘너희가 새로운 미래일 수 있다’라면서 많이 인정해 주세요.” 

사실 팝핀현준은 박애리와의 만남 이전부터 ‘전통문화’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점~ “비보이 문화가 어떻게 알려진 줄 아세요? 원래는 한국에서 정책적으로 홍보하는 문화가 ‘사물놀이’뿐이었어요. 매년 해외를 돌며 공연을 하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한국이 비보잉을 가장 잘하는 나라라는 것을 알고는 사물놀이와 묶어서 정책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한 거예요. 그러면서 제가 갑자기 이름을 알리고 대기업 광고를 연달아 찍었죠.” 세계 최고의 실적을 지닌 비보잉이 국내에서도 인정받는 것은 좋았지만 이런 일이 이벤트성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다는 그! 

특히나 전통과 현대의 결합이라는 명목으로 단순히 전통가락에 기존 비보잉을 선보이는 무대구성은 그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주었다고 하는데요,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이니 차근차근 접근해서 정말 멋진 것을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을 가졌으며, 이 생각은 아내 박애리를 만나면서 더 강해졌다고 해요. 전통음악에 대해 정보가 부족한 그에게 박애리는 좋은 선생님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정말 천생연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그는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고 대통령 초청공연까지 하며 많은 화제가 됐던 TV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의 <‘아리랑’> 무대를 ‘라스베이거스의 쇼’에 비유했는데요, “공연을 보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그 공연을 통해 ‘열정’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화려하고 현대적인 아리랑에 많은 분들이 관심과 찬사를 보내주셨지만 사실 우리나라 아리랑에 가장 중점이 되는 것은 ‘한의 정서’거든요. 이걸 제대로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단순히 눈에 띄는 화려한 공연이 아니라 뒤돌면 생각나고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런 아리랑. 하지만 과거의 그것이 아닌 21세기의 아리랑, 그것이 그가 아내와 함께 만들고 싶은 꿈의 무대라고 합니다.

팝핍현준과 박애리의 나이 차이는 고작 두 살. 하지만 패션이나 헤어 스타일, 말투까지 모든 것이달라서인지 쉽게 또래로 보이지 않는데요. ^^; “현준 씨가 아무래도 많이 어려 보이잖아요. 함께 부동산에 갔을 때는 제 아들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어요(웃음).”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 변화시키려 하지 않는다. “한번은 제 친구가 남편보다 너무 나이가 들어 보인다며 평소 스타일을 바꿔 보라고 심각하게 조언해 주더라고요. 그렇지만 저는 원피스나 정장처럼 평소에 입고 다니는 스타일이 좋아요. 사실 남편이 저보다 어려 보이는 게 왜 나쁜 건지도 모르겠어요. 젊어 보이는 남편과 사는 것, 저는 참 좋은데요(웃음)?” 팝핍현준 역시 쉬는 날에는 인사동을 둘러보고 호수공원과 수목원을 좋아하는 아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좋다고 하네요!

아내는 예의와 도덕을 중시하는 스타일, 남편은 자유분방한 힙합청년.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은 서로의 모습에서 끊임없이 배울 점을 찾는다는 사실! 스스로 ‘자유’가 장점이자 단점이었다고 말하던 팝핍현준은 박애리를 만나 ‘사람’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야생마’가 ‘경주마’로 길들여진 것이죠! 

박애리 또한 자신과 많이 다른 남편의 모습을 받아들이며 배려를 배웠다고 하는데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른 사람에겐 없는 장점과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더불어 아쉬운 면과 부족한 점도 가지고 있죠. 현준 씨는 정말 100점 만점에 200점짜리 남편이라고 생각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좋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단점을 발견할 때마다 ‘이렇게 완벽한 사람인데 이 정도 단점쯤이야’라고 생각해요. 한화인 여러분도 상대방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크게 보는 게 어떨까요? 그리고 장점을 발견한다면 소리 높여 칭찬해주세요. 그럼 서로의 좋은 점이 더 많아지는 긍정 덩어리 파트너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두 사람의 무대를 보고 있노라면 서로 다른 문화 사이의 어색함은 찾을 수 없습니다. 현대적으로 편곡한 아리랑을 부르는 박애리의 창도,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아리랑에 맞춰 춤을 추는 팝핀현준의 모습도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고, 이 둘이 만났을 때 오히려 폭발적인 새로운 힘이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사실 따지고 보자면 세상의 모든 커플, 부부도 수십 년 동안 다른 문화와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죠.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인생의 성공적인 크로스오버를 이룰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요? ^^

* 취재 더서드에이지 사진 박해욱 판타크리에이션

* 이 컨텐츠는 한화 사보 'What's Next' 내용을 각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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