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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인사이트/한화 태양광

'안도 다다오' 빛의 건축물에서 태양광을 보다


요즘 서울 혜화동 대학로 거리를 걷다 보면 동그란 점이 점점이 규칙적으로 박혀 있는, 반반한 회색 콘크리트 벽으로 된 건물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마로니에 공원에서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어떤 거리에는 이런 벽을 쓴 건물이 두세 채 건너 들어서 있어서 지나가다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요즘은 아예 건물 안쪽에 그림처럼 붙이는 타일도 생겼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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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특별히 유행하고 있는 이 벽은 흔히 ‘노출 콘크리트’라고 부릅니다.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 씨가 1970년대부터 써서 유명해진 건축 방법이지요. 콘크리트, 정확히는 철근콘크리트는 건물을 내리 누르는 압력과 옆으로 휘거나 늘리는 장력을 견디는 힘이 강해서 오늘날의 건물에 필수로 쓰이는 재료입니다.

그런데 색이 우중충한데다 나무처럼 정교하게 가공하기 쉽지 않고, 돌처럼 따뜻한 느낌도 들지 않아 굳이 밖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비운의 재료이기도 하죠. 보통 건축가들은 철근콘크리트로 집을 지은 뒤 겉에 타일을 붙이거나 벽돌을 쌓고, 그도 안 되면 페인트라도 칠해 되도록 가리려고 하는 재료가 바로 콘크리트입니다. 현대 건축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면서 숨죽여 숨어 있어야 하다니, 정말 아이러니하지요.



건축계의 이단아 '안도 다다오'의 철학은?

그런데 1970년대 일본에서는 그런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부딪힌 이단아가 있었습니다. 보란 듯이 콘크리트를 밖으로 드러내 보이는 건물을 지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입니다. 그의 초기작인 오사카 스미요시의 ‘스미요시 나가야’를 한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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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는 오사카의 평범한 주거지 한 켠, 골목길을 향해 좁은 입구를 내고 안쪽으로 깊숙한 전통적인 일본 주택(‘나가야’는 일본어로 ‘긴 집’이라는 뜻입니다. 동굴처럼 길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지요)을 재건축해 달라는 주문을 받습니다. 양 옆에는 이미 창문 있고 지붕 달린 번듯한 건물이 들어서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 사이에 폭이 3.6m로 어른 5~6 명이 어깨를 붙이고 나란히 서면 꽉 찰 정도로 좁은 건물을 하나 지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안도 씨는 거기에 장난감처럼 네모 반듯한 모양의 건물을, 그것도 외벽에 콘크리트를 그대로 드러내게 한 채로 지어 버렸습니다. 창문은 아예 없고, 들어가는 문만 한가운데 딱 나 있었습니다. 주변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더 튀는’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기 힘든 건물을 지은 거예요.


겉모양만 이상한 게 아니었습니다. 내부는 더 특이했습니다. 스미요시 나가야는 앞에서 보면 정말 좁은 건물인데 안쪽으로는 동굴처럼 깊은 구조라고 했죠. 보통은 집이 좁으니까 그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오밀조밀 방을 설계하기 마련인데, 안도 씨는 건물을 3등분 해서 가운데 부분을 정원처럼 뻥 뚫어 놨습니다. 일종의 중앙 정원인데, 안 그래도 좁은 집에서 공간이 더 부족할 수밖에 없었지요. 게다가 비가 오면 건물 앞쪽에 있는 방에서 뒤에 있는 화장실로 가려면 우산을 써야 할 지경이었습니다. 단열에도 불리했지요.

그런데 왜 이런 건물을 지었을까요? 안도 씨는 자서전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넓지도 않은 집에서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정(중앙 정원)은 얼마나 낭비적인 공간인가. 하지만 나는 어릴 적 살던 집을 떠올리면서 이 중정이라는 자연적 공간이야말로 좁은 집안에 무한한 소우주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었다. 동시에 중정으로 들어오는 자연의 그 냉혹함까지 받아들이고 일상생활의 멋으로 알고 살아갈 수 있는 강인함이 인간에게는 존재한다고, 적어도 원래부터 그곳에서 살아온 건축주 부부라면 이 집을 이해해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자연의 손길, 있는 그대로의 건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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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지나치게 동굴처럼 안으로 파고들어 자연과 단절된 안락함을 주기보다는, 좀 불편하고 거칠더라도 비와 바람이라는 자연의 손길을 그대로 느끼는 건물을 짓고 싶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자연’은 거칠고 황량한 것만 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그 틈으로 동굴 같은 집에 살며 잊고 있던 찬란한 자연의 ‘빛’을 만날 수 있었거든요.

좁고 긴 일본식 집에서는 골목에 손바닥만하게 난 창문을 제외하곤 햇빛을 볼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과감하게 중간 3분의 1을 없애버림으로써 나머지 3분의 2는 자연스럽게 햇빛이 드는 트인 공간이 된 것입니다. ‘버림으로써 얻는’ 철학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충격적일 만큼 대담하고 실용적인 아이디어죠.


불편하고 거친 자연에 시달려야 하는 집, 단열도 안 돼 춥고 좁은 집. 하지만 대신 비를 느끼고 햇빛을 쬘 수 있는, 자연과 호흡하는 집. 안락한 보금자리가 꼭 외부로부터 단절돼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오히려 자연 앞에, 태양 앞에 당당히 스스로를 드러내 자연과 가까워져야 할지도 모릅니다. 숨어 있던 콘크리트를 당당하게 밖으로 내놓은 것처럼, 집과 그 안에 사는 집 안의 사람들에게 태양을 끌어들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이후
그의 건축의 주요 테마가 됩니다. 



'태양빛'으로 자연과 하나되는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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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빛의 교회’를 보겠습니다. 역시 노출콘크리트로 벽을 마감한 가운데, 내부에 실내 조명은 최소화하고 야외에서 들어오는 빛으로 성스러운 십자가를 만들었습니다. 잘 보면 ‘빛 십자가’로 밖에 있는 나무의 잎사귀가 보입니다. 자연과 신앙이 하나가 된 건물이지요. 실내가 어두운가요? 전혀 어둡지 않습니다. 태양은 이렇게 작은 틈만으로도 실내를 적절히 밝힐 충분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실내라고 꼭 실내등만 달고 태양빛을 막을 이유는 없습니다. 동굴처럼 안으로 숨지 않고, 다소 거친 자연에 노출되더라도 태양과 호흡하는 건물. 빛이 교회도 바로 그런 철학을 보여 주며 예술적이면서도 에너지공학적으로 탁월한 건물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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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을 두 개 더 보겠습니다. 1988년에 지은 오사카의 ‘갤러리아 아카’입니다. 보시다시피 안쪽에 상가가 들어선 복층 건물입니다. 상가에는 당연히 실내 조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잘 보세요. 왼쪽의 높은 벽면을 따라 내려오는 태양빛을요. 분명 벽은 높고 천장은 좁은데, 마치 간접조명이라도 한 듯 밝고 부드러운 빛이 계단을 수놓고 있습니다. 벽을 잘만 활용하면 태양광도 길들일 수 있다는 뜻이지요.

그 아래는 독일 노이스 지역에 지은 
랑겐재단 전시관입니다.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철학은 아예 물까지 건물 안으로 끌어들였습니다. 건물은 밝은 햇빛에 노출돼 있고, 그 빛으로 내부 전시실을 밝힙니다. 역시 자연을 두려워하지 않고, 햇빛이 지닌 풍부한 에너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단순한 기하학 패턴을 이용한 매력적인 모습은 오히려 두 번째로 중요한 특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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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의 태양빛을 활용해 자연과 하나되는 건축 철학은 한화에서도 이어집니다. '한화인재경영원'(http://edu.hanwha.co.kr/)이 바로 그것입니다. 운악산 계곡 터에 자리잡은 한화인재경영원은, 지하 1층, 지상 3층의 연수동과 지상 4층의 숙소가 있는 길쭉한 두 직육면체 모양입니다.

안도 다다오는 지형과의 호응을 고려해 숲 안에서 돌출하지 않고 부드럽게 융화하는 배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하는데요. 자연 채광과 통풍을 최대한 살려 건축물이 환경에 지우는 부담을 줄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료 역시 친환경적인 배려가 담겨 있습니다. 강의동은 안도 씨가 애용하는 노출콘크리트 상자를 유리 상자로 감싼 이중 구조로, 햇빛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전기 사용을 줄이고 있으며, 숙소 외벽은 단열 효과가 큰 벽돌로 쌓아 냉난방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잇습니다. 옥상 정원도
                                                                                     단열효과를 높이고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있죠.


고정관념의 틀을 깬 빛의 건물에서 느끼는 한화 태양광 사업의 철학

이렇게, 현대 건축가 안도 다다오 씨는 기존에 사람들이 갖고 있던 자연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뜨거운 태양빛과 직사광선은 벽을 조금만 조절해도 얼마든지 사람에게 유리한 부드러운 빛으로 바뀝니다. 에너지로서도 훌륭하고, 미적으로도 아름다운 쓸모 있는 빛이 되는 거죠. 안도 다다오는 노년에 나무 심기 행사에 참여하는 등 환경과 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데, 그의 건축을 보다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됩니다.

빛의 건축물. 어쩌면 한화가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 또한 안도 다다오의 철학과 연장선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자연이 지닌 그대로의 에너지를 적극 받아들이고, 그것을 인간이 이용하게 좋게 바꿔주는 일. 그래서 자연이 지닌 거친 매력에 굴복 당하지도 않고, 반대로 거부하지도 않는 현명함이 태양광을 활용하려는 노력에 숨어 있습니다. 한화의 복합적인 태양광 기술력은 이런 노력을 현실로 만들 원동력입니다.

트럭운전사와 권투선수를 전전하다 일약 세계적인 건축가가 된 안도 다다오. 그를 거장으로 키운 것은 자연을 품에 안는 따뜻한 시선과 그것을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한 장인정신, 그리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입니다. 헌신적인 기술 개발과 투자, 시대를 앞서간 혜안으로 한화가 태양광 계의 안도 다다오가 될 수 있길 기원합니다.


*이 컨텐츠의 모든 저작권은 한화그룹 공식 블로그 한화데이즈에 있습니다.
 

윤신영 ㅣ 과학동아 기자

현재 과학동아 기자입니다. 공학과 환경에너지정책을 공부했고 YTN라디오
환경뉴스를 진행했습니다. 로드킬 기사로 2009년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과학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트위터 @shinyoung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