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직장인 라이프/문화/취미

해변을 거니는 인공생명체 '해변 괴물' 의 정체는?

움직이는조각, 테오얀센전, 키네틱아트, 얀센 ,최우람, 키네틱아티스트, 해변동물, 거대 생명체, 국립과천, 국립과천과학관, 한화그룹, 한화데이즈, 한화사보, 해변괴물, 동물시리즈, 테오얀센, 옵티컬아트, 뒤샹모빌, 아상블라주, 미술키네틱아트, 키네틱아트작가, 키네틱아트란, 아니마리스


잔잔한 서풍이 불어오는 저녁 무렵의 해변입니다. 

백사장에 무언가 수상한 움직임이 보입니다. 그것은 수십 개의 다리를 가진 거대한 괴물로, PVC 막대로 된 골격에 비닐로 감싼 얼굴과 등골을 가지고 있습니다. 등 위로는 배의 돛, 혹은 공룡의 돌기 같은 것이 돋아 있습니다. 어딘가 외계에서 날아온 것일까요? 아니면 바다 밑에서 기어 올라온 건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녀석은 바람을 타고 태연하게 움직일 뿐입니다. 그런데 더욱 신기한 사실이 있어요.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은 녀석을 두려워하기는커녕 경이와 기쁨에 가득한 눈으로 이 기이한 생명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해변의 괴물로 불리우는 과연 이 것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움직이는조각, 테오얀센전, 키네틱아트, 얀센 ,최우람, 키네틱아티스트, 해변동물, 거대 생명체, 국립과천, 국립과천과학관, 한화그룹, 한화데이즈, 한화사보, 해변괴물, 동물시리즈, 테오얀센, 옵티컬아트, 뒤샹모빌, 아상블라주, 미술키네틱아트, 키네틱아트작가, 키네틱아트란, 아니마리스

                                                                                                     출처 / flickr @Fabio Bruna


‘해변의 괴물(Strandbeest)’이라 불리는 이 녀석을 만들어낸 것은 네덜란드인 테오 얀센(Theo Jansen). 인상파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았던 동생과 같은 이름을 지니고 있지요. 공교롭게도 그는 고흐가 죽은 지 100년이 되던 1990년, 전혀 다른 차원의 창작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오직 자연의 힘, 바람에만 의존해 스스로 움직이는 조형물을 바닷가에 풀어놓았습니다.사람들은 그것을 ‘움직이는 조각(kinetic art)’이라 부르기도 하고,‘인공 생명체(artificial life)’라 칭합니다. 과학과 예술의 경계선에서 어느 쪽에 더 무게중심이 기울어져 있는지는 여전히 논쟁 중입니다. 그러나 양쪽의 사람들 모두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고, 새로운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고 있다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움직이는조각, 테오얀센전, 키네틱아트, 얀센 ,최우람, 키네틱아티스트, 해변동물, 거대 생명체, 국립과천, 국립과천과학관, 한화그룹, 한화데이즈, 한화사보, 해변괴물, 동물시리즈, 테오얀센, 옵티컬아트, 뒤샹모빌, 아상블라주, 미술키네틱아트, 키네틱아트작가, 키네틱아트란, 아니마리스

                                                                                                 출처 / 테오얀센 공식홈페이지


네덜란드 헤이그 근처의 바닷가에서 태어난 테오 얀센은 어린 시절 과학과 예술 양쪽으로 넓은 관심을 보였는데요. 대학에서는 물리학 분야의 공부에 먼저 관심을 가지긴 했지만, 그의 주체할 수 없는 창의성은 결국 예술이라는, 한없이 자유로운 영역으로 뻗어나 왔습니다. 1980년 그는 값싼 PVC 파이프와 헬륨 가스를 이용해 가짜UFO를 만들었습니다. 환한 대낮에 하늘을 떠다니며 검은 실루엣을 드리우며 유영하는 이 비행체는 크기도 정체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존재로 보였는데요. 말 그대로 UFO 같은 창작물이었습니다. 이어 1980년대 중반에는 스스로 반응하며 그림을 그리는 페인터 머신을 통해 거듭 관념과 관습에 사로잡힌 예술계와 대중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공학적인 능력을 예술 작품에 도입해서 다양한 효과를 내고자 하는 시도는 최근의 설치 미술에서 그렇게 낯선 모습이 아닙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테오 얀센이 만들어낸 다양한 인공 생명체 ‘아니마리스’ 시리즈만큼 강렬한 인상을 준 경우는 찾기 어렵지요. 그는 단순히 전기 모터나 특별한 영상 기술을 활용해 관람객들을 놀라게 하거나 자극하는 작품을 만들고자 한 것이 아닙니다. 물리학을 공부한 예술가 테오 얀센이 추구한 목표는 어떠한 인공의 힘에도 의지 하지 않고 자연의 힘을 바탕으로 스스로 움직이고, 심지어 진화하는 생명체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움직이는조각, 테오얀센전, 키네틱아트, 얀센 ,최우람, 키네틱아티스트, 해변동물, 거대 생명체, 국립과천, 국립과천과학관, 한화그룹, 한화데이즈, 한화사보, 해변괴물, 동물시리즈, 테오얀센, 옵티컬아트, 뒤샹모빌, 아상블라주, 미술키네틱아트, 키네틱아트작가, 키네틱아트란, 아니마리스


움직이는조각, 테오얀센전, 키네틱아트, 얀센 ,최우람, 키네틱아티스트, 해변동물, 거대 생명체, 국립과천, 국립과천과학관, 한화그룹, 한화데이즈, 한화사보, 해변괴물, 동물시리즈, 테오얀센, 옵티컬아트, 뒤샹모빌, 아상블라주, 미술키네틱아트, 키네틱아트작가, 키네틱아트란, 아니마리스

                                                                                                 출처 / 테오얀센 공식홈페이지


그는 수백만 년 이상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온 곤충들을 연구하다가, 컴퓨터를 통해 그와 비슷한 존재를 창조해볼 결심을 하게 되지요. 거기까지는 <스타워즈>, <개미> 등 컴퓨터 그래픽 영화 분야에서도 드물지 않게 시도되어온 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실제로 세상에 나와 살아 움직이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고자 마음먹은 것이죠. 값싼 PVC 막대를 이용해 바람을 동력으로 스스로 움직이는 무엇을 만들 수 없을까요? 만약 그것이 자동차를 모델로 했다면 바퀴를 달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래 같은 울퉁불퉁한 지형을 움직이기엔 절지류의 다리가 나았습니다. 좀 더 빨리 그리고 화려하게 움직이게 하려면 엔진을 부착하고 석유나 전기 에너지를 활용하는 편이 훨씬 편하고 빨랐지만 그는 과감히 ‘그건 아니다’라며 거부했습니다. 


“이것, 내가 만들어낼 생명체는 스스로 움직이며 자연 속에 존재해야 할 독자적인 생명체야. 그러니까 바람과 같은 자연의 힘만을 동력으로 쓰는 게 순리지.”


테오 얀센이 창조해낸 생명체에는 스스로 움직인다는 것 말고도 또 다른 특징이 부여됩니다. 진화하며 스스로를 환경에 적응시키는 능력이에요. 고작 PVC로 만들어진 녀석이 진화라니! 하지만 그의 작품 중 하나인 ‘아니마리스 페르시피에레’를 보면 그 생각은 금세 사라집니다. 바로 재활용 플라스틱 병으로 만든 ‘위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평소에는 바람을 동력으로 힘을 얻어 움직이지만, 바람이 잦아들 경우를 대비해 공기 압력을 보존하고 있다가 활용하는 것이에요. 좀 더 복잡하게 진화한 녀석은 바닷물 근처에 가거나 폭풍이 몰아쳐올 것 같으면 뭍으로 달아나기도 해요



움직이는조각, 테오얀센전, 키네틱아트, 얀센 ,최우람, 키네틱아티스트, 해변동물, 거대 생명체, 국립과천, 국립과천과학관, 한화그룹, 한화데이즈, 한화사보, 해변괴물, 동물시리즈, 테오얀센, 옵티컬아트, 뒤샹모빌, 아상블라주, 미술키네틱아트, 키네틱아트작가, 키네틱아트란, 아니마리스




테오 얀센은 BMW 광고에 나와 말합니다. 


“예술과 공학 사이에 있는 벽은 단지 우리 의식 속에만 존재할 뿐이다.” 


그의 창조물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도입한 공학적 산물에 불과하다면, 그는 괴짜 발명가로 불리는 데 그쳤을 겁니다. 허나 그의 창조물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예술적 영감을 주기에 충분했는데요. 다양한 형체로 해변을 거니는 테오의 작품들은 그것이 움직이는 원리를 알기 이전에 먼저 사람들의 오감을 단번에 현혹합니다. 그리스 신화 속 헤르메스처럼 물리학과 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 괴짜 천재에게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완벽한 조형성을 선사받은 존재들은 생명의 경이로움과 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게 해주지요.


한편 창의와 경이로움의 이면에 잊지 말아야 할 가치가 한 가지 더 있어요. 바로 공생과 공존에 대한 고민, 그리고 지구와 인류에 대한 사랑이죠. 인간이 석유를 개발하면서 세상에 태어나게 된 발명품, 플라스틱은 썩지 않습니다. 어떻게 처분할 건가요? 테오 얀센은 태울 수도 매장할 수도 없는 그 폐기물에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어 새로운 자연,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냈습니다. 단지 기발함이라고 하기에는 남다른 의미와 시각을 지닌 그의 정신을 이어받아 2009년, 유엔환경계획(UNEP)은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해 세상의 인식을 바꾼 공로로 ‘테오 얀센 상’을 제정하기도 했어요.

인간은 창조의 비밀을 알기 위해 과학을 연구합니다. 또한 창조의 즐거움을 위해 예술을 행하구요. 테오 얀센은 서로 영원히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그리고 결코 오갈 수 없을 것만 같은 두 섬 사이에 다리를 놓으며 우리 인식의 근본을 뒤흔듭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그는 생명을 창조하지만 그것을 지배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는 언젠가 자신의 아니마리스들을 바다에 풀어놓고 그들 스스로 살아가도록 내버려둘 것이라고 해요. 이미 그가 만든 아니마리스 게네티쿠스는 유전자처럼 동일한 모양으로 복제되고 변형되며 바닷가를 채워갈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자유로운, 누구보다 자유로운 그들의 아버지 테오 얀센의 예술혼과 같이.


*이 컨텐츠는 한화그룹 사보 한화한화인 '컬처 라운지'  내용을 재구성 했습니다. 

*이 컨텐츠의 모든 저작권은 한화그룹 공식 블로그 한화데이즈에 있습니다.


한화.한화인
한화그룹 사보 <한화.한화인>은 한화와 한화인의 열정을 담습니다.
매월 1일 발행되어 5만 7천명의 한화 임직원과 독자님의 가정으로 보내드리는 
<한화.한화인>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신청하세요.

사보신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