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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라이프/문화/취미

앞치마 두른 남편에게 노후 위기는 없다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호프 스프링스> 등 영화에는 공통점이 있죠. 바로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이 은퇴 후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그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느즈막히 설레는 사랑을 시작하기도 하고(그대를 사랑합니다), 식어버린 중년의 사랑을 뜨겁게 달구기 위해 힐링 캠프에 참석(호프 스프링스)하기도 합니다. 자식들을 잘 키워 독립시키고 부모에서 다시 부부가 된 우리 부모님들. 은퇴 이후 부부의 삶은 과연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프랑스 극작가 장 폴 벤젤이 1975년에 쓴 ‘머나먼 아공당주(Loin d'Hagondange)’를 원작으로 하는 연극 <남아있는 나날들>을 통해 은퇴한 노부부의 속사정을 들여다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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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출처-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장인물은 은퇴한 60대 후반의 남편 조르주와 70대 초반의 아내 마리입니다. 부부는 젊었을 때 거주하던 아공당주(프랑스 남부의 도시)를 떠나 아담한 시골집에서 은퇴 생활을 하고 있는데요. 부부의 유일한 자녀인 딸 이본느는 결혼 후에 독립해서 집에는 부부 둘뿐입니다. 조르주와 마리처럼 우리나라도 노후에 부부만 사는 가구 수가 늘어나고 있죠.


2011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노인 가구 중 부부만 거주하는 가구가 48.5%로 자녀와 동거하는 가구(27.3%)를 제치고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자녀가 제 짝을 찾아 독립하면 은퇴 후 부부만 덩그러니 남는 이른바 ‘빈 둥지(Empty Nest)’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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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출처[복지로]




서울대학교 한경혜 교수 연구에 따르면, 베이비붐 이전 세대의 경우 빈 둥지 기간이 1.4년에 불과했으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는 19.4년으로 조사됐답니다. 고령화와 함께 핵가족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자녀 중심의 생활에서 부부 중심의 생활로 급속하게 옮겨가고 있는 것이죠.



 

 

평생 철공일을 해왔던 조르주는 은퇴 후에도 자신의 작업실에서 쇠를 만지며 스스로를 일에 얽매어 놓습니다. “당신은 정말 아무것도 몰라. 난 항상 일을 해왔어. 난 죽더라도 쇠더미에서 죽을 거야. 가버려!”그런 남편을 보면서 마리는 청소와 화단을 가꾸는 일로 시간을 보내지만 공허함과 외로움에 힘들어합니다. “싫어! 여기 있을 거야. 안 가. 당신을 바라보고 당신과 얘기하고 싶어. 내가 당신한테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면 난 살아 있는 게 아니야. 참을 수가 없어.” 이처럼 남편은 일을 하고 아내는 가사와 양육을 전담해온 전통적인 부부의 역할 분담이 인생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지금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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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장년층 사이에서 부부의 역할에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현업에서 물러난 남편들은 요리 교실을 찾아 앞치마를 두르는 모습이 언론에 심심찮게 소개되고 있죠. 은퇴 후 남편들이 하루 세 끼니를 모두 집에서 챙겨 먹는다고 해서 ‘삼식이’라 불리던 기존 모습과는 다른 현상입니다. 한편 여성들은 일자리를 찾아 밖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 남성들이 퇴직을 시작하면서 취업을 택하는 아내들이 늘고 있는 것입니다. 변화하는 가정에 위기가 없다는 표현처럼, 은퇴 후 부부 서로 간의 이해와 역할 변화는 노후의 행복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연극은 조르주가 마리의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자녀의 독립으로 쓸쓸한 노후에 부부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세상을 떠나는 것만큼 좋은 일도 없지만, 일반적으로 배우자 중 한 명은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 장면 속, 딸 이본느에게 편지로 아내의 소식을 전하는 조르주는 다음 노래 가사와 같은 심정이 아니었을까요.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큰딸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세월이 흘러가네 흰머리가 늘어가네. 모두 다 떠난다고 여보 내 손을 꼭 잡았소.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 하오.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고(故) 김광석,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중-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출처-영화 '호프 스프링스']




대학로의 여느 공연과는 달리, 연극 ‘남아있는 나날’ 소극장엔 유난히 나이 지긋한 부부들이 많았다고 해요. 극장을 나서는 아내가 눈물을 훔치고, 그런 아내의 손을 남편이 꼭 잡아주는 이유는 노후의 단짝 ‘배우자’의 소중함에 대해 서로가 공감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글 /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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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컨텐츠는 한화그룹 사보 한화한화인 '시니어 라이프' 내용을 재구성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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