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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냐, 용서냐' 갈등하고 있는 당신을 위한 영화

 

 


현대 법은 개인의 폭력적 앙갚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기원전 1750년, 고대 바빌로니아 함무라비 법전에 새겨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고대 형법의 원칙은 그저 옛 이야기일 뿐이죠. 하지만 '받은대로 갚는다'는 복수의 정신은 수쳔 년이 흐르고 문명화가 진행된 요즘에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끔 들려오는 신문 사회면의 기사에서도, 전쟁과 학살이 끊이지 않는 지구 저편에서도 그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거대한 폭력에 휘말린 개인들은 속수무책으로 희생당합니다. 전쟁과 학살로 인해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사람들의 영혼에는 결코 회복될 수 없을 것 같은 깊은 상처까지 남습니다. 이 상처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극단적인 두 가지 방법이 존재합니다. 하나는 인생 전부를 걸고 복수하는 겁니다. 내가 잃은 것을 너도 똑같이 잃게 만들겠다는 차가운 복수의 맹세를 하는거죠. 다른 하나는 용서하는 것입니다. 복수가 또 다른 복수를 낳고, 반복되는 폭력의 고리를 끊을 유일한 방법인 용서를요. 과연 둘 중 어떤 방법이 우리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일까요. 최근 개봉한 캐서린 비글로 감독의 <제로 다크 서티>와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걸작 <인생은 아름다워>를 비교하면 그 답을 구할 수 있습니다.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출처-영화 '제로 다크 서티' / '인생은 아름다워']

 

 

 

 

캐서린 비글로 감독의 <제로 다크 서티>는 9·11 테러의 배후이자 테러 조직 알 카에다를 세운 최악의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의 암살 작전을 영화로 옮긴 작품입니다. 제작 단계부터 이 영화는 화제의 중심이었죠. 오사마 빈 라덴의 암살에 대한 작전 세부 내용은 대부분 국가 기밀이었지만, 이 영화는 정부의 기밀문서와 작전에 참여한 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있는 사실 그대로’ 미국이 어떻게 9·11의 원흉에게 복수했는지를 지켜보는 것, 그 자체로 <제로 다크 서티>는 팽팽한 긴장감을 이끌어 냅니다. 9·11 테러 희생자들의 절박한 육성으로 문을 여는 영화는 곧장 어둑한 고문실로 관객을 밀어넣습니다. 그 곳에서 CIA 요원들은 오사마 빈 라덴의 행적을 추적하기 위해, 테러에 관계된 포로들을 붙잡아 놓고 잔혹한 고문을 일삼습니다. 그 현장에 신참 여성 요원 마야(제시카 차스테인)이 합류합니다. 영화는 마야를 따라 천천히 고통스러웠던 10년의 시간을 되짚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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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출처-영화 '제로 다크 서티']

 

 

 

유령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는 빈 라덴의 꼬리를 밟는 지리한 추적 작업이 진행되고, 마야는 사랑하는 동료들을 하나씩 잃어갑니다. 하루도 마음 편히 발 뻗고 잠들지 못하는 마야의 10년은, 그 자체로 지옥이죠. 평범한 삶을 잃어버린 마야는 불안과 공포, 분노 속에 잠식되어가고, 그녀는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해야만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드디어 빈 라덴의 은신처를 찾아낸 그녀는 끈질기게 상부를 설득한 끝에 ‘제로니모 작전’을 감행합니다.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출처-영화 '제로 다크 서티']

 

 

 

마침내, 그녀의 눈앞에 던져진 빈 라덴의 사체를 확인하는 순간 마야의 얼굴에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온갖 감정이 휘몰아칩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가 그토록 염원하던 복수를 이뤘지만, 그녀의 이미 망가져버린 영혼을 되살려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작전이 끝나고 정부가 보낸 비행기에 오른 마야는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비행사의 질문에 답하지 못합니다. 과연 그녀가 원했던 것이 ‘복수’였던걸까요 그리고 그 복수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요. 마야의 침묵은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는 <제로 다크 서티>의 정반대의 지점에서 폭력의 상처를 치유하는 법을 일러줍니다. 이탈리아에서 파시즘이 극악스러워지던 1930년대 말, 유쾌한 청년 귀도(로베르토 베니니)는 운명처럼 초등학교 교사 도라(니콜레타 브라스키)와 사랑에 빠집니다.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두 사람은 아들 죠슈아를 얻으며 꿈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거대한 불행이 귀도 가족에게 덮쳐옵니다. 독일의 유태인 말살 정책에 의해 귀도와 조슈아는 수용소에 끌려가고, 남편과 아들을 차마 떠나보낼 수 없었던 도라는 유태인이 아니지만 수용소 행을 자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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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출처-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수용소에서 귀도의 목표는 딱 한 가지입니다. 가족과 함께 이 지옥을 살아서 빠져나가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그 때까지 어린 아들이 세상의 추악함에 상처입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죠. 귀도는 조슈아에게 수용소 생활이 신나는 게임이라고 착한 거짓말을 합니다. 자신들은 특별히 선택된 사람들이고, 1,000점을 먼저 얻는 사람은 1등 상으로 진짜 탱크를 받게 된다는 아버지의 말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조슈아에게 수용소 생활은 그리 끔찍하지 않습니다. 온갖 위기를 넘기며 귀도 부자는 끝까지 살아남고, 마침내 독일이 패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드디어 자유가 눈앞에 다가온 순간, 귀도는 아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픈 거짓말을 남깁니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왜 귀도가 아들에게 필사적으로 거짓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인생은 아름다워>를 다시 보면서 귀도의 거짓말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아들의 맑은 영혼에 상처가 남지 않기를, 그로 인해 복수와 폭력의 악순환에서 자유로워지기만을 바랐던 아버지의 사랑이었던 것이죠. 아마 조슈아는 아버지의 바람대로 자랐을 것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아들을 향해 웃음을 보여준 귀도의 모습은 용서는 복수보다 훨씬 용기 있는 선택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글 / 박혜은 <무비위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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