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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라이프/문화/취미

불평만 많은 당신에게 경복궁 광화문 대목장이 하는 말은?

성곽의 실용성뿐 아니라 외모에까지 심혈을 기울이는 왕을 보고 신하들은 의아해했다.
그러자 정조는 입을 열었다.

어리석은 자들이로다. 아름다움이 바로 힘이니라.

한 주가 시작하는 월요일. 아름다운 목수, 신응수. 20년을 경복궁 복원 사업에 바치고, 경복궁의 광화문
복원을 진두지휘한 그가 가진 열정과 가치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좋은 나무를 만나면 "시집가자~"해요
"지금은 나무가 귀해요. 그래서 하루 종일 산을 타더라도 좋은 나무 만나면 신이 나지요. 집을 짓는 데는
오래된 소나무가 좋은데, 오래 산 소나무는 가지가 아래로 처져 있고, 아직 크는 나무는 가지가 하늘을
향한답니다. 그래서 크고 있는 소나무로 집을 지으면 베어도 살이 올라서 뒤틀리기 때문에 집이 오래가지
못합니다.


‘시련은 인생의 무늬를 정교하게 만든다’는 어느 소설가의 말처럼 자연의 법칙을 감내한 소나무의 나이테는
세월이 갈수록 촘촘해지고 가지는 땅을 향해 고개를 숙이지요. 그런 소나무를 땅으로부터 베어내자니 목수
의 마음은 편치가 않았다 합니다. 그의 염려를 읽은 스님은 예를 갖추라 했고, 이후 오래된 거목을 자를 때면
‘어명이오!’라는 말을 크게 외치며 나무 앞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영험한 자연에 인간의 손이 타니 노여워하지
말아달라는 진심과 이 한 그루로 자연과 인간을 잇는 공간을 창조하겠다는 열정이 하나의 인생철학 이야기로
남습니다.

“시집가자 하지요. 나라의 궁을 지으니 어명이라 외쳐도 마음으로는 ‘자, 이제 내 손잡고 시집가자’ 하는 것이
지요. 소나무가 보통 300년을 사는데 아무리 오래 살아도 400년을 살지 못합니다. 그런데 궁으로 가면 천 년을
사는 셈이니, 비도 바람도 오는 대로 맞으며 외롭게 살았으니 이제 사람 많은 곳으로 함께 가자 그럽니다.
그러니까 더 예쁘게 단장해줘야 합니다. 한 그루, 한 그루, 사람만큼 귀한 목숨이니까.”

좋은 나무를 만나야 ‘좋은 목수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이리 살아왔고, 삶은 그를 여기에 데려다주었습니다.
임진왜란 시 처음 손실된 광화문을 복원하는 역사 속 목수로, 대목장으로 말이지요.

저는 '목수'입니다.
중요 무형문화재 제74호 대목장 소유자, 한국문화재기능협회 회장, 경복궁을 20년간 출퇴근하며 광화문 복원
사업을 총지휘한 장인… 그를 정의하는 타이틀은 수도 없이 많지요. 하지만 정작 그는 자신을 목수라 소개했습
니다.


“사촌 형이 집 짓는 목수였어요. 16살에 사촌 형 따라 심부름하며 목수 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18살 때
스승님(故 이광규 선생)을 처음 모시면서 인생이 달라졌지요. 62년도에는 스승님이 숭례문 복원공사 부편수를
맡으셨는데 그때 했던 일을 칠십이 되어 다시 합니다. 무엇 하나도 허투루 할 수 없어요.”

광화문 복원 사업의 대목장으로 세간에 알려졌고, 그 또한 광화문 복원을 목수 일생 최대의 작업으로 꼽습니다.
하지만 그는 숭례문에 마음이 쓰인다고 귀띔합니다.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실 스승님 그리고 그 가르침을 세상에
증명할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한 나라의 건축 기술을 알려면 그 나라의 궁을 보라는 말이 있어요. 역사적 사건으로 잃은 궁의 모습을 제가
살고 있는 시대에, 그것도 제 손으로 직접 복원하다니 이루 말할 수 없이 감격스럽습니다. 참 감사, 또 감사할
뿐이지요.”

신응수 대목장의 작품, 광화문 처마 선이 답하다.
"궁은 위엄이 있어야지요. 궁은 백성을 살려야지요. 좋은 기운은 들이고, 나쁜 기운은 막아야지요. 그 모든 힘이
모이는 곳이 처마 선이에요. 처마 선의 위용이 과해 백성을 누르지 않아야 하고, 한편 위엄을 갖춰 백성의 마음을
얻어야 합니다. 자연의 정기를 들이는 문이기도 하지요. 그 처마 선이 잘 나왔어요. 광화문 말입니다. 그래서 볼
때마다 기분이 참 좋습니다.”


경복궁 복원으로 20년을 매일같이 출퇴근한 신응수 대목장 최대의 작품은 광화문이라 했습니다. 작은 한 채를
짓는 데 소나무 80그루의 역사가 모인 것이니 그는 그 80그루를 모두 어루만지며, 그는 혼과 신을 씨실과 날실로
엮듯 켜켜이 나무를 쌓아 올렸다 합니다.

“워낙 국가적 과업이다 보니 주변의 우려도 많았고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지요. 처음에는 섭섭한 마음도
들었지만 지금은 나라의 궁에 대한 관심이요, 사랑이라 생각합니다. 어찌 됐든 저는 제가 가진 모든 열정을 쏟았
습니다.이후는 역사가 평하겠지요. 그리고 강원도에서 나무를 베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입니다. 또 안전하게
서울로 이송하는 것도 문제인데, 지난 20년간 아무런 사고도 없이 진행되었으니 나무에 대한 진심이 통했나 싶기
도 하고, 하늘이 돌봐준 것 같기도 합니다.”

9남매의 여덟째, 16세의 나이로 사촌 형을 따라 공사판을 떠돌던 소년은 나라의 궁궐을 짓는 대목장이 되었다.
그는 한화인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전했습니다.

한 가지 하더라도 성실하게 ‘끝장을 본다’는 의지로 해야지요. 지금 하는 일에 불평만 하지 말고, ‘이래서 내가 뭐가 될까’ 그런 생각도 말고요. 그 끝에 무엇이 있을까 미리 점치다 짧은 인생 다 가고 말아요. 무슨 일이든 하는 동안 최선을 다해서 매진하면 결과는 나올 겁니다. 최선을 다하면 말입니다.    

글_한윤정
사진_김동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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