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추천, 조금 특별한 인도 여행

요즘 해외여행 가시는 분들 참 많습니다. 이와 함께 독특한 컨셉의 여행도 많아지고 있지요. 덕분에 서점가 여행코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책이 있으니 바로 [한 달에 한 도시]라는 책입니다. 여행의 트렌드는 항상 변하기 마련이죠. 예전엔 책상 앞에서 벗어나 단지 떠나기만 해도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것으로 성에 차지 않나 봅니다. 

자, 이러한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앞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 이상으로 그 나라의 문화를 흡수하고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살아보는 여행, 일명 체류 여행이라고 불리는 여행 트렌드를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오늘은 첫 번째로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독특한 나라 인도에서 살아본 이야기입니다. 

■ 현지인처럼 살면서 여행하기

새로운 것을 보고 낯선 사람을 만나 일상을 벗어난 것만으로도 즐거운 게 여행이라지만 여행도 자꾸 하다 보면 그 나물의 그 밥인 경지에 오릅니다. (물론 이 경지도 일반 직장인, 학생들에게는 부러운 경지임이 분명합니다.) 그곳에 있을 땐 즐거웠지만 돌아오면 크게 남는 게 없는 휴양 여행을 많이 해온 사람들에겐 이러한 허탈감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법이죠. 

이럴 땐 여행을 떠나 그곳에 집을 얻어 한 달이 되었건 두 달이 되었건 한 번 살아보는 여행도 참 좋습니다. 이 기간에 도대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여행이라는 것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옆 동네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함께 어울리는 것으로 생각해보세요. 

여행을 가서도 마찬가지예요. 동네 주민들과 인사를 주고받고 현지인들처럼 현지 재료로 밥을 해먹고 소일거리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보는 것이죠. 살면서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사치이자 선물인 삶의 여유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인도. 신들의 나라, 갠지스강, 요가, 타지마할, 카레까지 인도를 떠올리는 분들은 언젠간 한 번은 여행으로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인도는 참 미스터리한 나라에요. 무질서 속에 그들만의 질서가 있다랄까요? 성격도 급하고 뜨거운 냄비처럼 구는 것이 꼭 한국과 닮았으면서도 수억 명의 신을 믿고 자신만의 신념으로 똘똘 뭉쳐 살아가는 인도입니다. 여행으로 경험하는 인도와 인도 현지에서 살아보는 인도는 큰 차이가 있답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인도에 가서 살 수 있느냐, 살 생각을 했느냐고 묻습니다. 비행기 타고 건너가서 집 구해서 살았다라고 덤덤히 말하는 제 탓이겠지요. 인도는 무섭고 더러운 곳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꺼려질 수 있겠지만, 인류 문명의 중심지이기도 했고 오랜 역사와 인도만의 독특한 문화가 발달했기에 새롭게 배울 점이 많은 곳이 인도입니다. 관광지 위주로 다니며 위험에 노출된 것이 아니라 현지에 집을 얻어서 그냥 하루 이틀 살다 보면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 느껴진답니다. 여행이 아닌 체류를 하며 현지인처럼 사는 여행에 가장 큰 포인트가 여기 있습니다. 여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구나! 삶은 별다른 게 아니라는 것. 

인도라는 나라의 특수성 때문에 꼭 필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살아보니 필요하더군요. 첫째로는 숟가락 젓가락입니다. 인도사람들은 손으로 밥을 먹어요. 그들의 문화입니다. 저도 익숙해지니 손으로 밥을 먹긴 하지만 로컬 식당에 가거나 인도 친구들과 밥을 먹을 때가 아니라면 굳이 손으로 먹지 않습니다. 수저 세트를 학창시절 도시락 가방 싸듯 가방에 넣어 다녔더니 아주 요긴했답니다. 숟가락 젓가락은 한국에서 쓰던 것이 제일 좋더군요. 

둘째로는 느릿느릿한 마음가짐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빨리 빨리를 버리는 것이겠죠. 인도는 느립니다. 그것도 굉장히 느립니다. 어쩌면 한국이 너무 빠른 것일 수도 있겠네요. 인터넷은 50kb/byte 속도를 겨우 유지하고 사소한 일 처리도 일주일씩 걸립니다. 에어컨 고장으로 수리기사를 불렀는데 열흘 뒤에 와서 체크만 하고 다시 일주일 뒤에 부품 들고 재방문한 건 아주 별일 아닌 곳이 인도입니다. 인도 택시인 릭샤를 타고 출근하던 길에 기사가 아침 식사를 해야 한다며 식당에 앞에 세워두고 밥을 먹으러 가버린 일화. 점심시간이 1시까지면 모두 식사를 느긋하게 하고 1시 30분이 되어야 업무로 복귀하는 문화까지. 인도에선 조금 느릴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느린 문화에 처음에는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와는 너무나 다른 문화이니까요. 하지만 인도에 살다 보면 지금까지 왜 빠르게만 살아왔는지를 반성하게 된답니다.

인도를 여행할 때는 인도인들이 참 싫었습니다. 거짓말도 잘하고 사기도 잘 칩니다. 분명 한 번에 간다던 야간 버스를 탔는데 한밤중에 길 한복판에 내려주며 갈아타고 가라며 떠나버리기도 합니다. 100루피에 간다고 해서 올라탄 릭샤는 내릴 때 200루피를 요구합니다. 실제 살아보니 인도인들은 정이 많습니다. 관광객을 상대하지 않는 진짜 인도인들이 저에게 보여준 호의를 잊을 수 없습니다. 

집 앞 망고 장수 아저씨에게 망고 가격을 묻고는 비싼 거 같아서 발길을 돌렸습니다. 조금 걷고 있는데 그 아저씨가 봉지를 들고 쫓아오시더군요. 봉지 속엔 망고 3개가 들어있었습니다. 돈을 내지 않아도 되니 집에 가서 먹어보고 맛있으면 사러 오라고 하더군요. 자기는 항상 그 자리에 있다며. 몸이 안 좋아 밖에 나오지 않는 날이면 동네 사람들이 별일 없는지 안부를 확인하러 초인종을 누릅니다. 

늘 빠르고 정확하게 최고를 향해 쫓아가는 각박한 삶 속에서 놓치고 가는 것들이 많습니다. 인도에서 살아보니 다른 어떤 선진국에서도 배울 수 없었던 따뜻함과 아날로그적인 삶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여행에 지치면 잠시 머물며 살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여행을 좀 떠난다 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은 들리는 곳 인도. 직접 살아보기 전에는 왜 그리 인도를 좋아하는지, 그리워하는지를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인도에 살아보니 바로 알겠더군요. 인도의 사람들, 인도의 거리, 인도의 문화... 여기에서 저는 삶의 여유를 그리고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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