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비 생활 #15 서촌 나들이 코스, 쉬어가기 좋은 맛집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북촌, 서촌, 성수동 등 아날로그 감성을 가진 옛 동네에 사람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수십 년 터전을 일군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인데요. 최근에 한창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경제지표를 생각할 때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당연하지 않은 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사람들이 ‘그 동네’를 찾는 이유는 그곳만의 고유한 풍경과 감성을 보고 싶은 것이지, 사람과 물자가 모여 변하는 모습을 아니지 않을까요? 이미 이러한 사례의 대명사가 된 서촌! 너도나도 서촌을 얘기하니 더 신선할 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수줍게 빛나는 보석 같은 공간이 있어 찾아가 보았는데요, 매서운 겨울 추위를 녹여줄 훈훈하고 따뜻한 서촌의 소박한 맛집을 소개합니다. ^^

2013년 11월, 사직단 뒷길 골목 초입에 작은 식당이 문을 열었습니다. 이른 봄, 여린 개나리가 생각나는 옅은 노란색 외벽이 귀여운 이곳은 ‘서촌단호박국수’.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10명쯤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옹기종기 붙어 있는데요, 소박하지만 정겨운 느낌이 가득한 식당 곳곳에 작은 그림도 여럿 있는데 주인의 어린 아들이 그린 그림이라고 합니다. 

이곳은 지난봄, 리지와 박수진이 진행하고 있는 ‘테이스티로드에 방송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만, 식당에선 그런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점~ 그래서 더 좋았어요! 보통 방송에 출연하면 그것을 홍보하기 위해 가게 간판이며, 벽이며 홍보물을 덕지덕지 붙이는 곳이 많은데요, 사실 맛있으니 맛집 프로그램에 소개되었겠지만, 개인적으로 괜스레 방문하기 싫어지더라고요!

'서촌단호박국수’의 메뉴는 멸치국수, 비빔국수, 떡볶이, 찐만두 등이 있고, 계절에 따라 1-2가지 메뉴를 달리 내기도 하는데요, 상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노오란 단호박 면, 단호박 떡, 단호박 만두피 등 모든 요리에는 단호박이 들어간답니다. 그리고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지만, 단호박 특유의 단맛과 감칠맛이 음식의 맛을 더욱 은근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 게다가 푸짐하게 올린 멸치국수 고명이 어찌나 탐스러운지 손대기가 아까울 정도였답니다. ^^

“다른 집 국수를 먹으면서 생각했어요. 왜 이렇게 고명을 조금 올릴까 하고요.

집에서 먹는 것처럼 듬뿍 얹어 양껏 먹을 수 없을까를 생각했는데,

이렇게 식당을 열고 제가 직접 그렇게 하고 있더라고요.”

국수는 주문 즉시 반죽을 면으로 뽑아서 사용합니다. 만두도 직접 빚고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의 맛을 따라가다 보니, 제법 맛을 내는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 ‘심야식당’처럼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을 갖고 싶어 문을 열었다고 하는데요, 알고 보니 그녀의 전직은 영어 과외교사요, 소화기가 약하고 과일 알레르기가 있는 체질이라는 게 놀랍더라고요. 아이들도 소화기가 약한 편이라 엄마의 마음으로 내 아이에게 먹일 음식을 만들다 보니 이렇게 건강한 밥상이 탄생했다고 하는데요, 재료 준비부터 손님 밥상에 오르는 순간까지 정성이 한가득! 이쯤 되면 집밥이어도 다 같은 집밥이 아니겠죠?

■ 서촌단호박국수

1. 주소 :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1길 5 (경복궁역 1・2번 출구에서 도보 5-7분)

2. 전화번호 : 02-733-3655

3. 영업시간 : 11:00-21:00 / 일요일 휴무

4. 메뉴 : 멸치국수 6,000원, 떡볶이 6,000원, 찐만두 5,000원 (포장 가능) 

얼기설기 엮인 서촌에서도 메인 스트리트 격인 골목 모퉁이에 카페 하나가 눈에 띕니다. 이름부터 막 들어가고 싶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물씬 풍기는 이곳은 ‘Cafe 사이좋은’입니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니 한쪽 벽면엔 책이 가득, 한쪽 벽면엔 손가락만큼 작은 피규어들이 가득, 그리고 소곤소곤 깔깔깔 재잘재잘 테이블마다 사람들로 가득! 하지만 말입니다. 여느 카페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건 살짝 마술이라는 사실! 10평 남짓한 카페 곳곳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범상치 않은 브로슈어가 쌓여 있고, 손수 사진 찍고 글 써서 만든 메뉴판도 예사가 아닙니다. 

대체 어떤 곳이냐고요? 이곳은 작은 청년 모임으로 시작해 협동조합을 만들며 꿈에 한 발짝, 그리고 카페를 만들며 희망으로 두 발짝 내디딘 공간입니다. 더불어 청년의 삶을 응원하며 머지않은 미래에 생활공동체를 꾸릴 준비를 하는 곳이지요. 카페를 열기 위해 2년 동안 물심양면 도와주신 분들이 계셨고, 우여곡절 끝에 서촌 골목의 한 모퉁이를 얻게 된 ‘Cafe 사이좋은’! 2014년 4월 문을 연 이후 5명의 조합원이 번갈아 가며 카페를 돌보고, 모든 메뉴는 유기농 식재료로 직접 만들어 내놓는다고 합니다.

“‘성미산마을’이나 ‘우리동네사람들’처럼 생활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청년들의 삶과 일이 한 공간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죠.”

카페 수입은 카페 유지 및 청년들이 삶을 지원하는 곳에 사용되는데요, 무엇보다 서촌에 또 하나 늘어난 카페가 아니라, 이 마을과 함께 호흡하고 공존하는 공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저 여행자가 지나다가 툭 들어가는 곳이 아닌, 마을의 쉼터가 되기를 말이죠.

■ Cafe 사이좋은

1.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옥인길 23-6 (광화문역 2번 출구에서 도보 7-10분)

경복궁역 3번 출구・광화문역 2번 출구・시청역 4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종로09’에 탑승, ‘박노수미술관’ 정류장 하차, 건너편 ‘남도분식’ 옆에 위치)

2. 전화번호 : 02-730-4295

3. 영업 시간 : 11:00-22:00

상수, 경리단길과 함께 핫한 장소로 떠오르고 있는 서촌! 아니 이미 핫한 장소의 대표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서촌이 있기 위해 처음 작은 가게 문을 연 많은 가게가 사라지고, 프렌차이즈 혹은 유명 셰프, 대형 가게들이 많이 생겨났죠? 그래도 꿋꿋이 서촌의 한편을 지키고 있는 따뜻하고 정겨운 밥집과 카페를 소개해 드렸는데요, 어떠셨나요? 당장에라도 서촌으로 달려가고 싶지 않나요? ^^

주말 데이트로도 혹은 쌀쌀하지만, 밤 나들이 장소로도 안성맞춤! 이번 주말, 서촌의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다면 오늘 소개해 드린 2곳으로 서촌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요? 분명 여러분의 마음이 행복 + 훈훈함으로 가득 찰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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