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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라이프/문화/취미

4·19에 들었던 '금지곡', 별나거나 혹은 씁쓸하거나

#1. 초등학생 시절 들었던 금지곡을 기억하는 40대 직장인

초등학교 시절 음악시간도 아닌 담임선생님과의 특별활동 시간에 배운 노래가 마흔이 넘은 지금에도 기억에 남습니다. ‘작은 연못’이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당시 어린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한 곡이기도 한데요. 더욱 특별한 이유는 이 노래가 금지곡이었다는 것이죠. 금지곡을 가르친 선생님과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학생과의 특별한 인연이 ‘작연연못’, 즉 금지곡으로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 고백하는 것이지만, 저와 선생님이 잘 못 한 건 아니죠? 추억이랍니다. ^^;)


#2. 댄스와 후크가 아닌 감성이 담겨있는 ‘세시봉’의 귀환

최근 방송을 통해 우리에게 정겨운 단어가 찾아왔습니다. ‘세시봉’, 프랑스어로 매우 좋다, 아주 멋지다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통기타 세대의 중심이 되었던 음악감상실이라는 의미가 더 크죠. 윤형주, 김세환, 송창식씨를 중심으로 하는 세시봉 멤버들은 현재 댄스와 후크로 점철되어 있는 우리 가요계에 70~80년대의 음악성과 향수를 가져옴과 동시에, 금지곡에 대한 일반 대중의 관심도 불러모으고 있습니다.


시대가 많이 달라져서 금지곡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지만, 금지곡에 대해서는 아직도 두려움(?)이 남아있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세시봉 열풍 이후에 여러 방송을 통해 당시 가수들이 진실을 밝히면서 지금에서야 한 번의 웃음으로 넘기는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금지곡’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당시의 시대가 얼마나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최근 SBS 드라마 ‘49일’에서 남규리씨가 피아노를 치며 불렀던 노래  ‘불꺼진창’이 조영남씨의 금지곡이었다는 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다시 한 번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금지곡’의 별난 하지만 조금은 씁쓸한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실래요?

요즘에 금지곡 선정은 어떻게?

한화데이즈 CSI가 다시 출동해서 금지곡 선정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과거처럼 어떤 사상적인 이유를 들어 금지를 하는 정부단위의 규제는 하지 않는다고 해요. 다만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유해매체물이라고 인정되면 금지가 될 수 있죠. 이 외에도 방송사마다 자체적으로 심의위원회를 두고 있기 때문에 방송사에 따라 금지곡이 다를 수도 있다고 해요. 

                                                                                                                       출처 / CSI


금지곡, 그 억울함을 이야기 하다

금지곡 중에는 당시의 시대상을 담은 노래들이 많지만, 그 때나 지금 들어도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노래들도 있다는 사실! 그 중에서 황당하고 억울한 사연을 가진 '금지곡 베스트 3' 먼저 만나보세요.

양희은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 “이해가 안 가?”
검열을 담당했던 심의위원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된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입니다. 사랑이 왜 쓸쓸하냐는 이유 때문이었다고 하는데요. 농담 같은 이야기지만 그 보다는 다소 비관적인 가사 때문에 금지곡이 되지 않았을까 라고 짐작해봅니다.

김추자 ‘거짓말이야’ - “정권은 거짓말?”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는 노랫말 속에 정권에 대한 도전, 의심, 반항이 담겨있다고 해석되어 금지곡으로 선정되었죠.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라며 ‘거짓말’이라는 단어를 연발하는 가사를 문제 삼았다고 해요. 

송창식 ‘왜불러’ - “정권에 대한 반항의 의미?”
송창식의 <왜불러>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영화 <바보들의행진>에서 장발 단속 경찰관을 따돌리는 장면에 쓰이면서 ‘방송부적격’사유로 금지됐습니다. 다른 하나는 ‘왜불러?’라는 가사가 대중들에게 반항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


시대를 반영한 금지곡들은 무엇?

금지곡이 우리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일테죠. 지금 불러봐도 가슴 속에 뭉클함이 가득 남는 금지곡은 무엇이 있을까요?

양희은 ‘아침 이슬’
금지곡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이 곡은 애잔한 가사 속에 뜨거운 저항정신과 열망을 품고 있는 곡입니다. 금지된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당시 대학생들이 집회에서 가장 많이 불러 금지가 되었다는 설과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고’라는 가사에서 대한민국의 적화(赤化)를 암시한다는 설이 있죠.

이장희 ‘그건 너’
지금은 아는 사람만 안다는, 하지만 당시에는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이장희의 대표곡으로, 가사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그건 너’라는 구절이 남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행위라는 것이 금지 이유.(황금어장에 나와 빵 터졌던 구절이기도 하죠.)
과연 곡에 나오는 ‘그건 너’의 ‘너’는 누구일까요?

서태지와 아이들 ‘시대유감’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어” 체제 대항적 기치를 앞세웠던 문화 대통령 서태지가 현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내 음반사전심의제도의 철퇴를 맞은 곡이죠.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되어 금지된 그 곳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최근에는 사상적인 이유로 노래를 금지하는 활동은 하지 않고 있죠. 대신 청소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유해매체로 지정, 금지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곡들을 살펴볼까요?

백지영 ‘사랑안해’
당시 백지영씨의 화려한 복귀곡으로 관심을 모았던 이 곡이 금지곡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신 분들은 많지 않을텐데요. 저출산을 조장하고 미혼여성을 조장할 것 같아 금지곡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자우림 ‘일탈’
현재 위대한탄생에서 위대한 멘토로 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윤아씨의 밴드, 자우림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일탈' 금지곡이었다고 합니다. 스트레스에 쌓여 있는 우리들에게 일종의 해방구 역할을 했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시원한 가사와 음률을 선사해주었는데요. 금지곡으로 선정된 이유는, ‘신도림역 안에서 스트립쇼를’이라는 가사가 선정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임창정 ‘소주 한 잔’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사랑받던 임창정의 이 곡 역시 금지곡으로 지정이 되었는데요. 그 이유는 제목에 소주라는 특정단어가 들어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이 노래가 어떻게 소주와 연결이 될 수 있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죠. ^^

윤종신 ‘팥빙수’
여름이 되면 누구나 한 번 흥얼거리는 이 노래, 팥빙수 역시 금지곡이었다는 사실! (깜짝 놀라졌죠?) 이유를 한 번 살펴보면, 팥빙수에 대한 넘치는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중간쯤에 삽입된 '열라 좋아'라는 가사의 표현이 비속어에 해당된다는 것이었죠. 이는 윤종신씨가 가요계에서 예능계로 넘어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니,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해야 할까요?

지금까지 당시 시대를 반영한 금지곡과의 만남 어떠셨어요? 조금은 황당한 이야기에 웃음도 나오고, 씁쓸했던 시대상에 마음 한 켠이 아련해오기도 하죠. 하지만 지금은 가벼운 술 한 잔에 흘려버릴 수도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 되었는데요. 제 주위에 있던 분들은 위의 노래를 들으시고는 막걸리가 생각난다고...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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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우 l 한화그룹 홍보팀

4학년이 되면서 커피의 쓴 맛이 좋아졌습니다.
설탕 없이도 쓰면 쓴 대로 맛이 있더군요.
인생의 쓴 맛도 설탕 없이 즐길 수 있어야 할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