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먹음직스러운 햇빛이 가득한 건
근래 보기 드문 일
오랜 허기를 채우려고
맨발 몇이
봄날 오후 산자락에 누워 있다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햇빛을
연초록 잎들이 그렇게 하듯이
핥아먹고 빨아먹고 꼭꼭 씹어도 먹고
허천난 듯 먹고 마셔댔지만
그래도 남아도는 열두 광주리의 햇빛!
-나희덕, ‘허락된 과식’
에너지가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는 거짓말?
약간 황당한 이야기로 포스팅을 시작해 볼까요. 모두가 A라고 이야기할 때, 홀로 B를 외치는 외로운 늑대의 이야기입니다. 무궁무진하다고 하는 재생 에너지가 절대 무한정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아니라는 발칙하고 이색적인 주장을 한 과학자가 있어요. 악셀 클라이돈이라는 독일의 지구화학자입니다. 어찌나 특이한지 영국의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도 소개했답니다. 무슨 내용일까요.
바로 재생 에너지를 얻는데 쓰는 자연의 힘을 사람뿐 아니라 자연도 나눠 써야 한다는 사실이에요. 태양 에너지, 특히 열에너지는 지구에 기상현상을 일으키는 동력입니다. 물을 증발시키고, 대류가 일어나게 해서 공기 중에 섞어 주고, 냉각시켜서 비가 되게 해 다시 땅으로, 바다로 내려 보내지요. 지구에 생명이 살아가는 것도 다 이 덕분이고요.
그런데 풍력이나 조력 발전을 해서 이런 에너지의 일부를 사람이 가로채게 되면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어요. 불어야 할 바람이 불지 않거나 충분한 양의 수증기가 증발하지 않는다면 정말 곤란하겠죠. 기후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고 지형이 변할 수도 있어요. 생물에게도 큰 영향이 미치지요. 화산 하나가 폭발해 햇빛이 약간만 줄어들어도 전전긍긍하는 게 사람과 동식물이에요. 클라이돈 박사는 이렇게 바람이나 파도, 조류 등, 지금 재생에너지라고 해서 우리가 마음껏 써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답니다.
태양 ‘빛’은 끝이 없어
하지만 이런 주장은 아직까지 아주 소수에 불과합니다. 언젠가 정교한 연구가 이뤄져 이런 주장이 사실로 증명된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믿을 만한 든든한 에너지원이 있습니다. 바로 햇빛이에요. 바람이나 파도는 모두 햇빛이 갖는 에너지, 즉 태양 에너지가 모습을 바꾼 것에 불과합니다.
출처/ flickr / mands
그런데 태양에너지는 대단히 풍부해서 자연이 쓰고도 많이 남아요. 그러니 이 에너지 가운데 일부를 사람이 이용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지요. 재생에너지에 의문이 많은 클라이돈 박사 역시 태양 에너지, 특히 태양광은 인류의 에너지 폭을 넓혀 준다고 말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그 근거는 무엇일까요. 태양광 에너지가 말 그대로 ‘끝이 없는’ 에너지기 때문이에요. 먼저 수명이 길어요. 태양이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물론 천문학자들은 아직 수십억 년은 더 이글이글 탈 거라고 말하지요), 적어도 인류가 존재하는 기간 안에 떨어져 버릴 것 같지는 않아요(물론 호랑이에게 베어 먹혀 사라질 것 같지도 않습니다).
또 양이 많습니다. 부지런한 지구 과학자들이 그 양을 계산해 보았는데, 지구가 받는 태양 에너지는 다 합해서 17~18만TW(테라와트) 정도 된다고 해요. 그런데 클라이돈 박사의 연구 결과 등을 종합해 보면, 우리가 만들어 쓰는 전기와 난방열, 그리고 농장 등의 식물이 먹고 자라는 빛(광합성을 하니까요)을 더하면 47TW가 됩니다. 지구에 오는 태양 에너지에 비하면 0.026%밖에 안 되는 양이지요. 감이 잘 안 오신다고요? 더도 말고 지구에 내리쬐는 태양광을 딱 2시간 15분만 모아 보세요. 지구의 모든 인류와 농작물이 1년 동안 편안히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답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양이지요?
태양광 산업은 이제 시작
출처 / flickr / Dominic's pics
이렇게 무궁무진하다보니 세계가 태양광 산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워낙 풍부해서 나희덕 시인의 시에서처럼 모두가 “핥아먹고 빨아먹고 꼭꼭 씹어도 먹고/허천난 듯 먹고 마셔”도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이 분야 산업이 아직 꽤나 지지부진하네요. 가장 최근 자료인 2008년도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은 285GWh(기가와트시)입니다. 재생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1%로 작고, 전체 전기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작아서 0.06%에 불과하지요. 다른 재생에너지도 마찬가지예요. 태양광, 풍력, 조력, 수력을 모두 합해도 1.56%밖에 안 된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었죠.
하지만 이 말은 다시 말하면 태양광 분야가 그 만큼 미개척 ‘신천지’라는 뜻도 됩니다. 그리고 세계는 바로 이 신천지를 둘러싸고 전쟁 아닌 전쟁을 벌이고 있어요. 한국태양광산업협회의 자료를 보면 세계적으로 태양광 산업이 가장 발달한 독일은 2008년 한 해에만 우리나라 생산량의 7배 이상 되는 전기(2000MW)를 새로 태양열로 바꿨습니다. 2012년에는 그 세 배가 되는 전기를 새로 태양광으로 만들 예정이고요.
이웃 일본도 2012년에는 2000MW를 생산할 계획을 세우고, 2009년 11월부터 가정에서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에 대해 비용을 지원해 주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우리나라도 2002년부터 실시 중인데, 사람들이 금액 부담없이 가정집이나 시설에 소규모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도록 장려하는 효과가 있답니다. 일본을 포함해 60개가 넘는 나라가 시행 중이니, 앞으로도 태양광 수요는 계속 늘어날 거라고 봐도 되겠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4월에 진행된 국제그린에너지 엑스포가 국내에서 개최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녹색에네지의 중심이 우리나라라는 것을 인식시켜주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죠. 400여개의 업체가 참여한 이 박람회에서 가장 돋보였던 기업은 규모나 기술면에서 돋보였던 ‘한화솔라’였음은 말하지 않아도 다 아실 듯.
출처 / flickr / tillwe
우리나라에는 약간의 변화가 생길 것 같습니다. 2012년부터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그만두고 ‘의무할당제도(RPS)’를 실시할 예정이거든요. 화력 등 다른 발전사업자들이 의무적으로 2~10% 정도의 발전량을 재생에너지로 채워야 한다는 제도예요. 얼핏 이 제도가 발전차액지원제도보다 재생에너지를 장려하는 데 유리해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논란이 많습니다. 발전회사에게 조력발전소 등 거대 시설 위주의 재생에너지를 선택하고 싶게 만든다는 단점이 있거든요. 다시 말해 태양광보다는 다른 재생에너지를 더 많이 추진하도록 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조력 발전에 대해서는 갯벌 파괴 등 반대 목소리가 높고, 앞서 소개 드렸던 클라이돈 박사도 ‘지구의 자원’을 뺐는다고 비판했지요. 재생에너지 중에서도 진정한 재생에너지는 무엇일지, 그것을 장려하기 위한 제도는 무엇일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할 것 같네요.
물론 이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는 아직 태양광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인류가 쓰는 전체 에너지의 1만 배가 넘는 풍부한 양은 인류가 포기하기 어려운 유혹이지요. 앞으로 다양한 종류의 패널부터 전지까지, 태양광을 이용한 에너지 산업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예요.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다시 태양광을 장려하는 정책과 제도가 시행될 것을 예상해 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태양광 발전의 기초인 에너지 반도체 공학기술이 있고, 이를 산업적으로 뒷받침하는 한화를 비롯한 든든한 기업이 있습니다.
아무리 쓰고 써도 “그래도 남아도는 열두 광주리의 햇빛”인 무궁무진한 태양광 산업에 환한 빛을 던져 주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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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신영 ㅣ 과학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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