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태양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태양에너지는 화석연료처럼 고갈될 우려가 없고, 이산화탄소 등의 환경 오염물질도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일찍부터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미래청정에너지로 주목 받아왔습니다.
태양이 지구에 공급하는 에너지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열(복사에너지)과 빛(광양자에너지)이 바로 그 것이죠.
태양에서 핵융합반응으로 방출된 에너지는 대기권을 통과해 빛과 열의 형태로 지표에 도달, 지구에 생명을 불어 넣습니다. 특히 식물의 엽록소는 빛을 받아 들이고 식물이 흡수한 물, 이산화탄소 등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 식물들이 생태계의 기초를 이룹니다. 석유와 석탄도 이러한 고시대의 동물과 식물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것이니, 따지고 보면 화석연료들 역시 태양의 열과 빛으로부터 나온 에너지가 오랜 세월을 거쳐 축적된 것에 불과합니다.
<이미지 출처 : flickr/jhritz>
현대 과학기술은 태양의 열과 빛을 직접 전기로 바꿀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수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돌리는 태양열보다는 빛을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연구가 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표에 도달하는 태양열 에너지는 ㎡당 약 250Watt에 불과하지만, 태양빛 에너지는 약 1000Watt 정도에 이르기 때문이죠. 어떤 에너지보다 친환경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태양빛(광) 에너지에 국내외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친환경 에너지로서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서의 급부상 뿐만 아니라 고용 창출, 환경 보호 등 다양한 효과를 가진 에너지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대기업 중심으로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고 있으며, ‘한화’의 경우 소재부터 발전까지 태양광 수직계열화를 완벽하게 갖추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빛이 어떻게 에너지가 되는 것일까? 비결은 ‘태양전지’!
다양한 방식의 전지가 연구되고 있으나, 현재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실리콘 태양전지죠. 사막이나 야산 등에 대규모로 설치된 태양광발전소는 바로 이 실리콘 태양전지를 이용한 것입니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태양광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바뀌는 광전효과를 이용합니다. 즉 p형과 n형 반도체를 접합시킨 뒤 태양광을 받았을 때 이들 반도체 사이를 이동하는 전자의 흐름을 통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원리. 이러한 실리콘태양전지의 역사는 195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순도 결정 질 실리콘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면서, Bell 연구소가 4%의 효율을 내는 첫번째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가 만든 것이죠. 이후 꾸준히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현재는 약 15%~20% 효율을 내고 있습니다. 덕분에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모든 도시에서도 전기생산을 위한 태양전지패널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소형 전자계산기와 시계에까지 활용되기 시작한 소형 실리콘 태양전지는 태양광가로등, 비상전화기, 산불감시시스템, 수질오염관측시스템, 홍수예경보시스템, 기상해양관측시스템, 도로표지시설 등 독립적인 전원이 필요한 시설에서는 손쉽게 볼 수 있습니다.
태양전지로 달리는 자동차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에는 날개 위에 장착한 1만2천 개의 태양전지판을 통해 만들어낸 에너지로 각각 10 마력의 힘을 가진 4개의 전기모터를 구동해 비행은 하는 ‘솔라 임펄스’라는 1인승 항공기까지 등장했죠.
하지만 실리콘 태양전지는 반도체에 사용되는 실리콘을 이용하기 때문에 제조원가가 높고, 햇빛이 태양 전지 표면에 수직으로 비출 때만 최대 효율을 얻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실리콘 대신 화합물 반도체를 이용, 전기변환 효율이 40%까지 끌어올린 태양전지도 개발했지만, 역시 제조비용이 고가인 탓에 우주산업과 같은 특수 분야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을 뿐입니다. 반면 실리콘이나 화합물 반도체 대신 고분자를 재료로 활용한, 고분자태양전지는 제조 원가를 낮추는 데는 성공했으나, 전기변환 효율이 실리콘 태양전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양전지는 효율성도 높이고 가격도 낮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입니다.
생활 속 태양광 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들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는 다른 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태양전지는 색을 입혀 놓은 유리가 태양광에너지, 즉 햇빛을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합니다. 염료와 전해질, 그리고 나노다공질 전극으로 구성된, 이 전지는 식물의 광합성 작용처럼 전기를 생산하죠. 즉 염료는 식물의 엽록소와 같이 태양광을 받아들여 전기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담당하고, 나노 다공질 전극은 전기의 통로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미지출처 : flickr/mackarus>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는 태양광을 전기로 바꾸는 변환 효율은 4~5% 정도로, 실리콘 태양전지에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제조단가가 실리콘 태양전지의 1/3-1/5에 불과한데다, 다양한 색상을 넣거나 투명하게 제작하는 것이 가능해 벽면이나 유리창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태양이 비스듬히 비추거나 그늘진 곳에서도 일정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점 또한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와 차별되는 점입니다.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는 유리창을 부착할 수 있는 건축물이라면 어디에나 설치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할 수가 있어 도시의 고층건물 외벽이 완벽한 태양전지로 변신시키죠. 비단 건축물 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에도 태양광패널을 부착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 소니는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를 이용해 소형 ‘태양전지 충전기’를 만들었습니다. 이 충전기는 실내조명만으로도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죠. 태양전지가 내장된 휴대전화도 이미 등장을 했고, 표면에 부착한 태양전지는 태양광으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충전된 에너지로 휴대용 디지털 제품을 다시 충전할 수 있도록 고안된 가방도 이미 시판되고 있습니다.
태양전지는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높은 제조비용 때문에 상용화가 늦춰져 왔습니다. 하지만 유가가 치솟으면서 전 세계 태양광시장은 점점 규모가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유럽태양광산업협회(EPIA)에 따르면 2009년 태양광시장은 7.2GW(기가와트) 규모로 2008년 6.1GW에 비해 18.3% 성장했고, 지난해에는 115% 성장한 15.5GW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태양광 기술 속도 빨라, 조만간 상용화 기대
태양광 산업은 태양전지의 원재료인 고순도의 폴리실리콘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폴리실리콘을 원통형 덩어리(잉곳)로 전환시킨 뒤 잘라낸 것이 웨이퍼이고, 이를 가공한 것이 태양전지 셀입니다. 현재 태양전지셀 분야는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이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대기업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태양광사업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 중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작년 10월 한화의 ‘1366테크놀로지’의 지분을 인수한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1366테크놀로지에서는 이러한 폴리실리콘의 손상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과 같이 태양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라면 기술적 진보도 빨라지고 제조 가격도 내려가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태양광 전기와 화석연료 전기 가격이 같아지는 시점)’ 도달 시점도 점점 더 빨라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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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연 |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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