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황당사연⑤] 완벽한 그녀의 한 가지 결점!

아직도 저희 사무실에서는 그날을 ‘박대리의 날’이라 부르며 그 때의 감동(?)을 기리고 있습니다. 발렌타인데이도 아니고, 석가탄신일도 아닌 ‘박대리의 날’이 무슨 날인지 궁금하다굽쇼? 지금부터 박대리의 날 탄생 비화를 소개합니다.

“사무실 이사갑니다!”

최근 사무실에 리모델링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를 할 수 있으니 사장님께 ‘쌩큐 쌩큐’를 연신 날려야겠지만, 리모델링이 완성될 때까지의 시간을 다른 임시 사무실에 머물러야(?) 해야 한다는 것이 조금 걱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긍정 빼면 시체인 저 아니겠습니다. 제가 존경해 마지않는(사장님 다음으로..흐흐) 노긍정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입니다”  

                                                                                                                               출처 / MBC

믿습니다!!!

너무 긍정적인 것 아니냐구요? 천만의 말씀!!!
제가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이유를 다 적자면 A4 100장으로도 모자라겠지만,
간추려서 살짝 말씀 드리자면요.

첫 번째, 깨끗한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이사를 주말에 하니, 평일 업무에 지장이 없다!
세 번째, 이삿짐을 안 싸도 된다.
네 번째, 집과 잠시 머무르는 임시 사무실의 위치가 가깝다.
다섯 번째, 임시 사무실의 창 밖 풍경이 너~무 멋있다.

사장님, 보고 계시죠? 저 참 일 열심히 한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 옆자리 박대리입니다.

일을 잘 안 하냐구요? 아닙니다. 이 친구 업무 능력은.. 정말 훌륭합니다.

자주 조냐구요? 아닙니다. 이 친구는 참~ 잠이 없습니다.
회식을 잘 안가냐구요? 이 친구에게 술은 인생의 동반자, 노래는 베프입니다.
일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는 밧데리 만땅 박 대리.

단지 하나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그녀의 건망증!

자장면을 먹을 때 단무지가 박대리 앞에 수북이 쌓이는 것은 기본이고,
보지는 않았지만, 가방 안에는 잃어버렸다고 생각해 산 같은 볼펜이 대여섯 개는 있을 겁니다.
이건 비밀이지만, 가끔은 엘리베이터에서 사무실 층수를 잃어버려 저에게 전화를 하기도 합니다. 

까마귀가 “형님” 할 정도로, 건망증을 너머 치매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박대리. 과연 이 친구가 새로 이사하는 사무실의 위치를 기억할 수 있을까요? 더군다나 이사는 주말. 바로 다음날 출근한다면 걱정을 좀 덜 수 있으련만, 이틀이나 공백이 생기는 터라,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걱정 끝에 차장님과 저는 이사 바로 전날까지 박대리 앞에서 ‘사무실이 이사를 간다, 한 동안 다른 사무실로 출근을 해야 한다’라며 주입식 교육을 철저히 시켰습니다.

박대리, 퇴근하면서 자신 있게 한 마디 하더군요.

   “내가 서너 살 먹은 애도 아니고, 걱정하지 말란 말이야~”

박대리, 과연 출근 잘 했을까요?

그리고, 대망의 그 날.

출근 시간 30분 전, 사무실에 와서 자리를 잡은 저는 박대리가 웃는 얼굴로 옆자리에 오기를 빌고 또 빌었습니다. 그래도 연락이 없는 것을 보니 무사히 오고 있는 듯 합니다.

20분 전, 박대리에게 연락이 없습니다. 제가 무슨 보모도 아니고, 다 큰 성인의 출퇴근을 일일이 체크할 수도 없는 노릇. ‘안 잊어버리고 출근하고 있나 보구나’ 라며 조금씩 마음을 안정시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출근시간을 넘어서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박대리와 열심히 업무 정리로 정신이 없을 시간, 저는 자리에 있지만, 박대리는 아직도 자리에 없습니다. 

그래, 교통편이 달라져서 적응이 잘 안되는걸꺼야.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합니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박대리에게선 연락이 없습니다.
이상합니다. 최근 범죄가 많다고 하는데 혹시… 온갖 상념이 머리 속에 자리잡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순간, 갑자기 울리는 저의 휴대폰 문자 메시지.

그렇습니다. 우리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박대리는 임시 사무실이 아닌, 그 전 사무실로 ‘아무런’ 생각도 없이 출근했던 것입니다.

박대리의 외도(?)가 밝혀진 순간, 사무실은 황당하다는 웃음으로 가득 찼고, 그 때부터 팀원들에게 큰웃음, 빅재미를 선물한 박대리를 기념하기 위해 ‘박대리의 날’이 탄생하게 된 것이죠.

이런 건망증도 매력인 박대리, 귀엽지 않나요? ㅎㅎ

                                                                               출처 / 네이버 영화 / 겁나는 여친의 완벽한 비밀

그나저나 리모델링이 끝나고 다시 원래 사무실로 복귀해야 하는데, 그 때 다시 한 번 ‘제2의 박대리의 날’이 생기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위 사연은 매주 목요일 한화데이즈 트위터(@hanwhadays)에서 진행되는 목빠지는 이벤트 중 ‘직장인 황당사연’에서 의견을 주신 @honeysisters님의 제보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직장인 황당사연'은 매 주 1회 소개됩니다. 기대해주세요!

[직장인 황당사연 시리즈 (다시보기)]

   ▶ 1탄. 와이셔츠 하나로 '미존개오' 됐지만.. (←클릭)
   ▶ 2탄. 자린고비 그 선배 (←클릭)
   ▶ 3탄. 그 녀석 '붉은 반점'의 정체 (←클릭)
   ▶ 4탄. 회식 전 필수 준비 3단계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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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헌 | 한화그룹 홍보팀 한화그룹 홍보팀에서 웹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는 조정헌입니다. 길거리던 웹이건 어디든 사람만나는걸 좋아하고, 평화를 사랑합니다. 사람사이 가장 중요한건 의리와 정이라 믿으며, 언젠가 웃는 사람들이 가득한 동남아의 바닷가에서 머무를 날을 손꼽으며 살아갑니다. 트위터(@honeysisters)에서 만나는 것도 반가워할테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