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추천도서, 나라별 올해의 베스트셀러는?

독서의 계절 가을입니다. 
지하철에서 오고 가면서 책을 읽는 분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는데요. 오늘은 여러분에게 올해 각 국가별로 베스트셀러가 됐던 책들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베스트 셀러는 한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지요. 베스트셀러는 그 사회를 민감하게 반영하는데요. 그 사람이 어떤 책을 읽는지 살펴보면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듯, 한 사회의 베스트셀러 역시 그 사회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어요. 2011년 이슈가 됐던 세계 각국 베스트셀러를 추천해드려요.

가을맞아 책 한권 읽어야 겠다 다짐하셨던, 문학과 예술로 이 가을을 풍성하게 보내겠다 하신 아름다운 여러분들께 소개해 올립니다. ^^


한국, 사회 부조리에 대한 대안서적 인기 

2011년 올 한해는 장르문학에 편중됐던 지난 해와 달리 문학, 경제경영,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컨텐츠가 베스트셀러로 올랐습니다. 한국 사회가 가지는 모순들에 위로하고 공감하면서 한편 부조리에 대한 분노 또한 함께 드러났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2011년 상반기 베스트셀러에 오른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역시 같아요. 등록금 문제, 취업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춘들에게, 가혹한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주변은 물론 자신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청춘들에게, 김난도 교수가 전하는 메시지는 그들을 보듬고 토닥여주는 따뜻한 위로가 되어준 셈입니다.
좌절한 20대에 공감한 이 책은 같은 세대를 향해 '노력하고 도전하라"라고 도전한 책 9권을 합친 것보다 두배 이상 팔렸다고 하는데요. 지금 20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공감일 듯 합니다. ^^

정의란 무엇인가
하버드대 철학과 교수이자, 정의론 분야의 세계적 학자이자 공동체 주의 이론의 대표적인 4대 이론가인  마이클 샌델이 저술한 이 책은 2010년 우리나라 베스트셀러 종합부문 1위 입니다. 자유사회의 시민은 타인에게 어떤 의무를 지는가, 정부는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해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는 가, 자유시장은 공정한가 등 시민으로 살며 부딪히는 어려운 질문을 설득력 있게 풀어줍니다.
인문학 서적의 전례 없는 베스트셀러 등극은 역설적이게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정의롭지 않은 사회’로 느끼고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도가니
하반기에는 소설 <도가니>의 열풍이 드셉니다. 광주 인화학교의 장애인 인권유린 실상을 다룬 공지영의 소설로, 최근 영화화되어 큰 화제를 일으켰지요. 
약자에 대한 성범죄를 다룬 이야기로 여성들의 분노를 많이 이끌어 내 주 독자층인 20~30대 여성의 구매가 높았습니다. 또한 전 사회적 문제로 집중적으로 관심을 조명 받으며 사건이 다시 대두되면서 단순한 도서에 그치지 않고 관련 법 제정까지 논의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일본, 추리소설과 자기 계발서 인기 

일본 베스트셀러의 특이한 경향은 추리소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탄탄한 스토리 라인으로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추리소설이 많습니다. ^^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일본에서는 유머가 넘치면서도 다양한 수수께끼를 즐기며 사건의 전말을 뒤쫓을 수 있게 한 본격 미스터리 소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2011년 서점대상을 수상하며 100만 부 이상의 판매기록을 세운 히가시가와 토쿠야의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가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이며, <백야행>, <용의자 X의 헌신> 등으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기린의 날개> 역시 대도시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긴박하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독자들의 흥미를 북돋지요. 
 

약해지지마
추리소설과 자기계발서적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2011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는 이들 과는 전혀 분위기가 다른 책 한 권이 눈길을 끕니다. 지난해 98세의 할머니 시인 시바타 토요가 발간한 첫 시집 <약해지지마>인데요.
그는 인생의 선배로서 삶의 지혜, 희망과 용기를 전해줍니다. ‘인생은 이제부터’라는 자세로 살아온 시바타 토요의 시에는 인생의 경험이 묻어나고, 그의 잔잔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아름다운 삶의 태도를 배우게 됩니다.
 


중국, 아동서와 경제 서적 인기 

13억 중국인구가 선택한 베스트 셀러는 과연 어떤 책일까요? 중국 또한 한국 못지 않게 교육열이 높은 국가입니다. 그래서인지 아동서, 교육서가 상위에 링크되어 있구요. 경제 발전과 더불어 경제 관련 서적도 눈에 띕니다.

선생님을 능가하는 최고의 엄마
세계 출판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아동서적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젊은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전부를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요.

덕분에 중국에서는 아동 교육만화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인젠리의 <선생님을 능가하는 최고의 엄마>는 꾸준히 판매되는 양육서로, 교육에 있어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에 따른 실천방안을 제시합니다.
 

화폐전쟁
경제나 정치에 관한 책 역시 꾸준히 사랑받고 있어요. 금융전문가 쑹훙빙의 <화폐전쟁> 시리즈는 몇 년 동안 꾸준히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경제서적이죠. 2008년 발간된 <화폐전쟁>을 시작으로, 2011년 <화폐전쟁3>에 이르기까지 쑹훙빙은 금융의 배후세력에 주목하면서 서구 자본주의와 중국 경제에 관해 깊이 연구했습니다. 약 30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일어난 중대 사건의 배후에 언제나 존재했던 금융자본세력과 미래 금융구도에 관한 예측이 흥미롭게 전개되는 <화폐전쟁>은 중국은 물론 전 세계 독자들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어요. 
 


미국의 베스트셀러는 <혼자 사는 즐거움>과 <헬프>

출판 매출액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미국에서는 매년 상상할수도 없을 만큼 방대하고 다양한 책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만큼 출판사나 작가들의 경쟁도 치열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지만,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하는 책들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죠. 

혼자 사는 즐거움
<싱글뿐만 아니라 결혼한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인생을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는 자유와 용기를 주는 책.>일간지 기자 출신의 밴 브레스낙은 <혼자 사는 즐거움>으로 미국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그는 책을 통해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79가지 방법을 제시하며 혼자 사는 즐거움의 묘미를 알려주지요.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로 마음의 평화를 찾게 해주는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점차 싱글족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과 맞물려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는데요. 몇 달 전에는 우리나라에서 도 출간되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요.
 

헬프
1960년대, 흑인 차별이 심했던 미시시피주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흑인과 백인 여성들의 우정을 다룬 소설.>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과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2년 넘게 올라 있었던 <헬프>(캐서린 스토킷 저)는 사회적인 트렌드 대신 감동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파고든 사례에요. 1960년대, 흑인 차별이 심했던 미시시피주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흑인과 백인 여성들의 우정을 다루고 있어요. 작가는 미시시피주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경험과 자신의 집에 있던 흑인 가정부를 떠올리며 이 작품을 썼다고 하는데요. 인종과 계급 차별에 맞서 세상에 도전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그려진 이 소설은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로 제작되었고, 지난 8월 미국에서 개봉
                                해 호평을  받으며 흥행에도 성공했습니다.


유럽, 사랑과 판타지 감각적인 본능을 그리며

빵집에 가듯 서점에 가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고 소규모 서점이 상당히 활성화 되어 있는 유럽, 유럽은 도서 시장의 다양성을 맛볼 수 있다고 해요. 2011년 유럽 베스트 셀러를 보실까요?

영국, 원데이
베스트셀러는 영화로 재탄생하기도 하는데요. 먼저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만큼, 어느 정도는 흥행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이런 경향은 최근에 더욱 두드러집니다.
대학졸업식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남녀가 20년 동안 주고받은 특별한 사랑을 담은 <원데이>(데이비드 니콜스) 역시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영국에서 영화로 만들어진 소설입니다. 하지만 영화 <원데이>는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고, 오히려 소설의 판매량이 더욱 늘어나는 기현상이 나타났는데요. 이 밖에도 영국에서는 판타지 소설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다이어트, 요리, 음식 등에 관한 책이 베스트셀러에 포함되어 있어, 영국인들의 관심사를 엿볼 수 있어요.

프랑스, 종이여자
프랑스는 문학 분야의 출판이 활발한 나라로, 특히 로맨스 소설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어요. 특히 소설가 기욤 뮈소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 없는 나는?>, <구해줘>, <종이여자>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연속으로 베스트 셀러로 만들고 있어요. 그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작가로, 로맨스와 서스펜스, 때로는 초현실적인 요소를 결합해 독자들이 소설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데요.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생동감 있는 구성이 그가 쓰는 소설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프랑스, 분노하라
올해 상반기에 프랑스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책은 <분노하라>입니다.
저자인 1917년생의 스테판 에셀로는 과거 레지스탕스로 활동했으며, 현재 인권과 환경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운동가인데요. 그는 무관심이야말로 최악의 태도라고 지적하며, 지금은 프랑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금권에 저항하고, 사회 양극화에 분노해야 할 때라고 주장합니다.
그의 저서는 프랑스에서 한때 ‘분노 신드롬’을 일으킬 만큼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답니다. 분노할 문제에는 시원하게 화 내기도 할 일 입니다.
 

스웨덴, 기억이 나를 본다
201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의 시선집으로, 깊은 성찰과 명상으로 삶의 본질을 통찰합니다. 스웨덴의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는 “압축되고 반투명한 이미지를 통해 현실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는 평가와 함께 201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어요.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시집 <기억이 나를 본다>가 출간되었는데, 그의 작품에서는 북유럽의 자연이 섬세하고 투명하게 드러나며, 스웨덴의 자연과 심미적 전통에 뿌리를 둔 세계가 펼쳐지곤 합니다. 


2011년은 전 세계적으로 사회구조에 대한 위기위식이 높아진 한 해였는데요. 개인적으로 대안적 삶을 모색하는 노력들도 보입니다. 베스트셀러에서 드러나는 위기의식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요. 하지만 문제의식에 대한 공감이야말로 변화를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미래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진해나가길 소망한다면, 지금이라도 시대와 소통할 수 있는 책한 권을 펼쳐보는것이 어떨까요? 자기 스스로 그리고 사회를 위한 고민의 시간으로 의미있는 가을의 한켠을 채우셨으면 합니다~^^

글 / 채의병 칼럼리스트


*이 내용은 한화그룹 사보 한화·한화인 '세계문화공감'의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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