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도서관 따라 미국 종주 어떠세요?!

 어린 시절 친한 친구가 전학을 간 동네로 놀러갔다가 친구네 집 옆에 있는 새로 생긴 도서관을 부러워했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 동네에도 멋진 도서관이 있었으면 좋겠어.” 그렇게 꿈꾸기를 수년. 제가 살던 곳에도 새로운 도서관이 들어섰고 그 곳은 친구들과 함께 노는 아지트가 되기도 하고, 디즈니 만화를 읽으며 꿈을 키우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아산 종합사회복지관은 한화의 <해피선샤인> 캠페인을 통해 태양광 발전설비를 지원받게 되어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더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지요. [관련기사 바로가기] 이처럼 도서관은 많은 사람들에게 ‘독서’라는 가장 평범하면서도 동시에 특별한 취미를 선사하기도 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겐 희망을 선물하는 소중한 공간인 것 같습니다.

전 세계 아름다운 도시 그 네 번째 이야기. 오늘은 여러 도시 중에서도 특히 아름다운 ‘도서관’을 가진 도시를 찾아가 보려고 합니다. 또한, ‘도서관이 아름다운 도시’ 편에서는 특별히 미국에 위치한 도시로만 선정해 보았습니다. 서부의 시애틀, 중부의 시카고, 동부의 뉴욕까지. 미국 전역에서 크기로, 아름다움으로 또 특별한 사연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도서관으로의 여행, 함께 떠나볼까요?

미 북서부에 위치한 도시 시애틀.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촬영지로 로맨스 영화의 대표 배경도시로 손꼽히기도 하고, 스타벅스의 1호점이 위치해 도시 곳곳에서 은은한 커피 향이 퍼지기로 알려져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곳 시애틀에 회색도시 속 비슷한 빌딩들 사이에 들어선 아주 특별한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근사한 유리 외관으로 가까이서건, 멀리서건 눈에 띄는 멋진 시애틀 공공 도서관을 소개합니다.

시애틀 도서관의 위치를 확인한 뒤 차를 타고 이동을 하던 중 저 멀리 한눈에 들어오는 거대한 건물을 보고 손에 들었던 지도를 내려놓았습니다. 멀리서 봐도 특이한 형태감에 그 규모도 예사롭지 않아 ‘바로 시애틀 도서관이구나’ 하며 한눈에 알 수 있었지요. 

시애틀 공공 도서관은 미국 워싱턴 주(州) 시애틀 중심가(Downtown) 4번 대로(4th Avenue)와 매디슨 거리(Madison Street)에 있는 중앙 도서관입니다. 1980년 설립되었고 2004년 렘 콜하스(Rem Koolhaas)가 설계하여 재개관하였다고 하네요.

우리나라 시립 도서관의 3배 정도인 145만 장서와 각종 DVD를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24시간 개방된 반납함에 도서를 넣으면 자동으로 컨베이어가 서고로 책을 이동하는 도서반납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하네요. 

1층은 4번가와 연결되어있는 출입구가 있고 도서 대출과 반납 카운터와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어린이 도서관과 강당이 있습니다. 3층은 5번가와 연결되는 통로이며 안내, 대출 반납 카운터가 있고 기념품과 커피 판매점, 개인용 스피커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장소가 있고 4층은 다양한 형태의 회의실이 있습니다.

한 가지 특이했던 것은, 바닥에 그려진 글자 조각 이었는데 Ann hamilton 이라는 작가가 만든 작품으로 이는 시애틀 도서관에 소장된 책들 중 세계 곳곳에서 모인 다양한 언어의 책의 첫 구절을 표현해 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만리타국에서 만난 한국어가 굉장히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내부의 구성이나 규모도 굉장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시애틀 도서관의 자랑은 이 유리 벽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건물을 뒤덮은 유리와 철제가 작은 피스들이 모여 거대한 하나의 덩어리를 특이한 형태로 만들어 가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도서관 내부에서는 유리 너머로 시애틀 도심을 볼 수 있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자연광을 최대한 살린 유리를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비슷비슷하게 보이는 직육면체의 회색 빌딩 숲에서 단연 눈에 띄는 도서관 건물. 이 정도면, ‘빌딩 숲은 다 천편일률적으로 똑같다’는 편견을 완전히 없애 주는 좋은 예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애틀의 도서관이 모던하면서도 특이한 모형과 외부 소재감 때문에 더 멋있었다면 두 번째로 소개할 시카고의 도서관은 그야말로 규모가 엄청난 도서관입니다. 시카고 공공 도서관은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의 State Street에 있는 중앙 도서관인 해럴드 워싱턴 도서관(Harold Washington Library Center)을 포함하여 시카고 시 전역에 79개의 지부를 운영하는 미국 중서부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도서관이지요. 중앙 도서관인 해럴드 워싱턴 도서관은 도로 한 블록의 가로 세로 전체를 다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굉장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1871년 시카고 대화재 후 토마스 휴스가 시카고에 공공 도서관을 설립하기 위해 영국에서 8,000여 권의 책을 기증받아 1873년에 LaSalle Street에 첫 번째 도서관을 개관했습니다. 이후 24년 동안 여러 곳으로 이전하다가 1897년에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설계하여 재개관했다고 합니다. 1916년 헨리 레글러가 모든 시민이 집에서 도보 거리에 있는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시 전체를 위한 도서관 계획’을 수립하고 시카고 전역에 지부를 설립하기 시작했지요. 1991년 시카고 시장인 해럴드 워싱턴과 시카고 시의회 주도로 State Street에 최첨단의 도서관을 건립하여 중앙 도서관 기능을 이전하였습니다. 

총 79개 도서관에 1,000만여 권의 장서와 각종 멀티미디어 자료를 보관·관리하며 자유로운 열람 및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강연과 세미나, 이벤트 등도 다양하게 개최하고 있습니다. 특히 매달 무료 공연으로 열리는 다양한 콘서트와 작가와 독자의 만남은 시카고 사람들도 예매에 열을 올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거기다 시카고에 있는 유명 박물관, 미술관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박물관 패스를 책을 대여 하듯 무료로 빌릴 수 있어,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도서관 밖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1990년에 제정된 미국 장애인 법에 준하는 장애인 시설을 완비하고 있어 시카고 시민의 대표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꼽히고 있지요. 

특히, 시카고 공공 도서관은 독서나 공부가 가능한 열람실 외에도 시카고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갤러리나 전시관이 함께 있어 더욱 다채로운 볼거리를 자랑합니다. 가장 윗층에 위치한 온실과 같은 공간은 옥상의 여름정원이라 불리며 책으로만 빼곡하게 뒤덮힌 독서 공간과는 달리 넓게 트인 공간감을 자랑하며 도서관의 여러 열람실 중에서도 특히 더 사랑받는 공간입니다. 또한 시카고가 속한 일리노이 주의 자랑으로 손꼽히는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의 일대기를 볼 수 있는 박물관 또한 소소한 볼거리를 더하는 공간입니다.

거대한 규모만큼이나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한 시카고 공공 도서관. 어마어마한 책 속에 파 묻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해 보기도 하고, 멋진 콘서트와 작가와의 만남을 통한 문화생활도 즐기고, 거기다 박물관 무료 패스도 얻을 수 있는 - 말 그대로 신통방통한 공간으로 나들이를 떠나 보는 건 어떨까요?

섹스 앤더 시티. 아마 많은 여성들이 ‘뉴욕’ 이라는 도시에 대해 환상을 갖게 하는데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미국 드라마 일 것입니다. 4명의 근사한 뉴요커가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거대 도시에서 고군분투 하는 모습은 여성들의 로망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 드라마는 영화로 만들어져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세 번째로 소개할 도서관은 바로 그 영화 속에서 여 주인공 케리가 근사한 모습에 한눈에 반해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다짐을 한 바로 그 장소이기도 합니다. 도서관이 대체 얼마나 아름답기에 영화 속 여주인공을 사로잡은 것일까? 궁금하지 않으세요..? 자, 그럼 도서관이 아름다운 도시, 그 마지막 도착지, 미국 동부의 뉴욕으로 향합니다.

뉴욕시 42번가 5번로에 있는 뉴욕 공공 도서관은 인문사회과학도서관, 흑인문화연구센터, 행위예술도서관, 과학·산업·비즈니스도서관 등 4개의 연구센터와 브롱크스, 스테이튼아일랜드, 맨해튼에 있는 85군데의 분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총 5,200만 권 이상의 도서·사본·비디오·악보·CD·오디오카세트·그림·지도·점자책·필름·마이크로필름 등을 소장하고 있으며 매년 1,600만 명이 이 도서관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영화 속 드레스를 입은 네 명의 주인공의 모습이 보이는데요, 바로 저 대리석 계단이 케리가 처음 도서관에 들어와 첫눈에 반해 결혼식 장소로 결정을 하게 된 곳입니다. 영화 속에선 결혼식이 성사되지 못해 아쉬운 장면을 연출했던 곳이기도 하지요. 도서관 벽면과 기둥은 마치 신전의 조각처럼 정교하게 표현되어 있고, 유럽의 성당에서나 보던 프레스코 천정화가 장식을 더하고 있습니다. 내부 공간은 마치 영화 해리포터의 마법학교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구조에다 외부 장식까지 화려해서 이곳이 정말 도서관이 맞는지 착각을 들게 합니다.

뉴욕 공공 도서관에 온다면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묘미는 바로, 도서관 뒤편에 위치한 브라이언트 파크입니다. 화려한 도서관 안에서 공부를 하는 것도 좋지만, 여름이면 이 공원엔 책 한권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뉴요커들로 연일 북새통을 이룹니다. 공원이 도서관과 함께 위치해서 어린이들을 위한 구연동화나 도서관 주최의 야외 콘서트도 종종 개최되지요. 또한, 야외 활동이 줄어드는 겨울이 오면, 브라이언트 파크는 아이스링크를 개장해 시민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미술관 옆 동물원’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도서관 옆 공원’. 대리석 계단을 또각또각 걸어 올라가 근사한 프레스코 화 구경하기. 가벼운 책 한권 들고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여유 즐기기. 뉴욕 공공 도서관에서 이 두 가지 모두를 즐기는 상상. 생각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일이 아닐까요? 

회색 도시 속 수려한 외관으로, 탄성을 부르는 압도적인 규모로, 멋진 영화 속 배경으로 - 아름다운 도시에서 만난 도서관은 단지 책을 읽는 공간, 그 이상의 감동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막연히, “우리 동네에도 멋진 도서관이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꿈꿨었는데, 상상하던 풍경을 눈앞에서 만나던 순간 도서관을 콘서트 장으로, 여유로운 휴식처로 일상 속에서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마냥 부럽게 느껴졌습니다. 

아름다운 도시 시리즈 제 4편, 아름다운 도서관이 있는 도시. 상상만으로 그리던 꿈의 도서관으로 찾아가 묵직한 책 한권을 들고 공원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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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미스장군) | 한화프렌즈 기자단 전 세계 25개국 100여개 도시를 여행, 사진과 글로 현장의 생생함을 담으며 지구 반대편과 소통하는 것을 즐겨해 왔습니다. 언젠가 아프리카 세렝게티, 알래스카 오로라를 보는 날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어요. [Blog] 미스장군의 지구별 여행중  [Twitter] @minjee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