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직장인 라이프/문화/취미

<연탄길> 작가 이철환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 한 마디


 

이철환. 사람들은 그의 이름 석 자는 낯설어 하다가도 <연탄길>의 작가라고 하면 금세 “아~”하고 친근해합니다. 2000년대 초반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연탄길>이 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는 탓이겠지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힘은 무엇일까요? 이철환 작가를 만나 훈훈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나눔을 시작하게 된 계기, <연탄길>

 

“<연탄길>은 정말 소시민들의 이야깁니다. 아픔을 당한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이 등장하지요. 그들의 이야기로 이만큼 이름도 얻었으니, 진 빚이 많죠. 그걸 갚아야겠다는 마음에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한화,한화그룹,한화데이즈,한화사보,한화한화인,연탄길,이철환,희망인터뷰,나사로,행복한고물상,곰보빵,눈물은힘이세다,낙타할아버지는어디로갔을까

 

<연탄길>에 대한 빚으로 나눔을 시작했다는 소설가 이철환. 그러나 그의 ‘나눔’은 훨씬 더 오래 전에 시작되었습니다. 입시학원의 인기 강사로 이름을 날리던 1997년 무렵, 이철환 작가는 풀무야학에서 몇 년동안 무보수로 빈곤층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뒤에는 학원시절 만난 몇몇 제자와 함께 나를 사랑하는 길이란 뜻의 ‘나사로’를 만들어 더 크고 넓은 나눔을 실천했습니다. 비록 나사로 활동은 중단되었지만, 그는 지금도 ‘연탄길 나눔터 기금’을 조성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죠. 기금은 작가가 지금까지 출간한 작품 스무 권에서 나오는 수익금의 약 10%로 운영됩니다.

 


상처를 치유하는 연탄길의 힘

 

이철환 작가는 2011년 에세이집 <위로>를 발표하며 또 한번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졌습니다. 책에 실린 그림은 모두 이철환 작가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하나하나 그려낸 것인데요. 반쪽 붉은 나비가 되기 위해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서 꽃을 따먹었지만 되레 외로움을 느끼며 여행을 떠난 파란나비 '피터'의 이야기는 도시의 어른들에게 잔잔한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마지막 소설이 나온 지 1년이 넘었군요. <위로>도 그렇지만, <연탄길> 독자에게서 아직도 메일이 와요. 하나같이 ‘상처를 치유받았다’고 말합니다. 왜 그럴까, 궁금했었는데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책 속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아픔이 있지만, 절망하지 않고 꿋꿋이 앞을 향해 나아가죠. 그렇다고 그들이 기적처럼 절망 속에서 한줄기 빛을 본 것은 아니에요. 그저 담담히 살아갈 뿐이죠. 자신의 모습과 닮아 있으니까, 그래서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요?”

 

한화,한화그룹,한화데이즈,한화사보,한화한화인,연탄길,이철환,희망인터뷰,나사로,행복한고물상,곰보빵,눈물은힘이세다,낙타할아버지는어디로갔을까

그렇게 말하며 수줍게 미소 짓는 그의 얼굴이 참으로 말갛습니다. 자신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도 ‘이야기’를 준 그들에게 공을 돌리고, 그 빚을 갚겠노라 남몰래 봉사하고, 글과 더불어 그림으로도 소통하겠다며 색연필 등으로 손수 205점의 삽화를 그리는 소설가. 분명 그의 마음은 도시의 직선보다 교외의 곡선을 더 닮아 있습니다. 그는 언제부터 곡선의 유연함에 눈을 돌리게 되었을까요.

 

“한 4~5학년쯤 되었을까. 앞마당에 세워둔 아버지의 자전거가 없어진 적이 있었어요. 고물상을 하는 아버지께 자전거는 당신의 전부였지요. 자전거를 타고 나가서 고물을 사오기도 했고, 때론 멀리까지 고친 가전제품을 배달하시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하루는 학교 후문에서 웬 아저씨가 솜사탕을 파는데, 자전거가 없어진 아버지 것인 거예요. 페달 반쯤 나간 것이며, 안장 뒤쪽이 녹슨 것이며 영락없이 똑같았어요. 당연히 아버지께 쪼르르 달려가서 말씀을 드렸죠.”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솜사탕 아저씨의 자전거를 눈으로 확인했다고 합니다. 분명 당신의 자전거가 맞을 텐데, 아버지는 저것은 내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고요. 어린 그에게 아버지의 행동은 분명 석연치 않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때, 멀리서 자전거를 확인할 때, 솜사탕 아저씨가 식사를 하고 계셨어요. 그 추운 거리에서, 땅에 앉은 채로. 아버지는 그게 못내 안쓰러우셨던 모양이에요. 당신도 그런 시절이 분명 있으셨을 테니까.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그해 겨울에 자전거가 마법처럼 앞마당에 다시 돌아왔다는 거죠. 노란 봉투에 빨간 사과 열 알과 함께. 눈이 펑펑 오는 새벽이었는데…”

 

솜사탕 아저씨가 일을 그만둔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가 갖다 둔 것일까요? 그는 솜사탕 아저씨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기에 일어난 마법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리고 이 ‘고물 자전거 사건’은 어린 이철환 작가에게 첫 ‘나눔’의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행복한 고물상>이란 책 한 권과 함께 말이죠.

 

“제가 만약 나눔을 하고 있다면요. 나눔에 대한 가르침은 분명 아버지로부터 왔을 거예요. 마음이 참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작은 것을 나누는 즐거움

 

그는 도시에 살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시골에 더 마음이 간다고 합니다. 이틀이 멀다 하고 잡혀 있는 강연 때문에 지방에 갈 일이 많아지면서 이런 마음은 더욱 강해졌다고요.

 

한화,한화그룹,한화데이즈,한화사보,한화한화인,연탄길,이철환,희망인터뷰,나사로,행복한고물상,곰보빵,눈물은힘이세다,낙타할아버지는어디로갔을까

 

“서울 사람과 지방 사람이 참 다르다는 것, 아세요? 지방 사람들은 표정이 훨씬 여유롭고 각박하지 않아요. 서울은 굉장히 바빠요. 아주 급박하게 돌아갑니다. 행사를 준비하는 분도 뭔가에 쫓기는 것 같고, 강연을 듣는 학생들의 표정도 불안하지요. 사람이 주변 환경을 많이 닮는다고 하잖아요. 지방으로 가면 갈수록 곡선이 많고, 서울로 올수록 직선이 많아요. 건물도, 길도, 사람도. 곡선이 주는 유연함이 확실히 있다고 봅니다.”

 

한화,한화그룹,한화데이즈,한화사보,한화한화인,연탄길,이철환,희망인터뷰,나사로,행복한고물상,곰보빵,눈물은힘이세다,낙타할아버지는어디로갔을까

그는 오늘도 강연 때문에 대전에 내려갑니다. 학생들을 좋아하기에 주로 아이들을 위한 강연을 많이 하지만, 오늘은 초등학교 학부형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줄 생각이라고 하네요. 흔하고 뻔한 자녀교육 솔루션이 아닌, 인문학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이것저것 미리 준비해보기도 했는데요. 한 사람의 삶이 생각보다 많은 걸 가르쳐줄 순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건 제가 삶의 끝에 선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그래서 저는 제 얘기보다 선대의 이야기, 우리보다 지구별을 먼저 살다 간 수많은 사람의 말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요. ‘인류의 지성사’랄까요? 삶의 본질에 대한 좋은 이야기가 많이 있기에, 한 번 귀담아 들을만합니다.”

 

사실 인문학에 대한 그의 관심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에요. 죽어버린 인문학이 다시 트렌드가 되기 훨씬 전부터, 그는 인문학과 관련된 독서에 집중해왔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철학. 어려워서 이해가 잘 안 될 때도 있지만, 그만큼 참 재미있습니다. 그래서일까 그의 책에는 삶을 받아들이는 마음에 대한 철학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이 한 명 있어요. 기타를 치는데, 프로도 아니에요. 그냥 집 근처 양로원에 과일 몇 봉지 사가지고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뽕짝을 연주한대요. 따라 부르실 수 있게 ‘울고 넘는 박달재’ 같은 것. 얼마나 즐거워하시겠어요. 그리고 제 생각엔 할머니 할아버지보다 그 친구가 더 즐거울 거예요. 올겨울은 작년보다 훨씬 더 춥다지요? 삶이 팍팍할수록 더 힘들겠지만, 작은 것이라도 나누는 데 동참했으면 좋겠어요.”

 

아직도 화가를 꿈꾼다는 소설가 이철환의 차기작은 또 한 번 그림에세이가 될 것 같습니다. 이미 천 장이 넘는 색연필 그림이 그의 컴퓨터를 가득 채우고 있다니 말이에요. 햇살이 가득한 그의 작업실을 뒤로하며, 보다 따뜻한 겨울을 맞을 수 있도록 그의 당부를 전합니다.

 

“누구에게나 삶의 벼랑은 있다고 생각해요. 잠들기 전에 가만히 눈을 감고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어김없이 울고 있는 내가 있다는 것이죠. 용기를 내서 그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세요. 수고했다고, 괜찮다고. 그만하면 잘했다고.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거라고. 실수를 아는 사람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알고 있으니까, 더 이상 마음 아파하지 말라고. 그것이 차라리 진정한 겸손이지 않을까요? 내 안에서 울고 있는 나의 손을 잡아주는 것, 그 부탁을 드리고 싶네요. 저도 그렇게 하고 싶고요.”

 

연탄길 작가 이철환은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소설과 동화, 희곡을 쓰는 작가로, 독자들에게는 <연탄길>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행복한 고물상>, <곰보빵>, <눈물은 힘이 세다>, <낙타할아버지는 어디로 갔을까> 등 지금까지 스무 권의 책을 출간했는데요. <연탄길>은 일본과 중국, 대만으로 수출되기도 했으며,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제4회 더뮤지컬어워드에서 소극장창작뮤지컬상을 수상했습니다. 2000년부터 책 수익금의 10%를 ‘연탄길 나눔터 기금’으로 출연해 어린 시절의 자신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글 / 이현화 iPublics

사진 / 이승준 1839스튜디오

 

* 이 컨텐츠는 한화그룹 사보 한화한화인 '희망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 했습니다.

* 이 컨텐츠의 모든 저작권은 한화그룹 공식 블로그 한화데이즈에 있습니다.

 


한화.한화인
한화그룹 사보 <한화.한화인>은 한화와 한화인의 열정을 담습니다.
매월 1일 발행되어 5만 7천명의 한화 임직원과 독자님의 가정으로 보내드리는
<한화.한화인>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신청하세요.

사보신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