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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인사이트/한화 태양광

태양광 자동차은 언제쯤 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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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이면 철새의 이동을 볼 수 있죠. 일정한 대형을 유지한 채 하늘 길에 맞춰 좁아졌다 넓어졌다, 장애물이 

       나타나면 잠시 갈라졌다가 다시 모이기도 하고. 하지만 절대 서로 충돌하지는 않죠. 왜 그런지 아세요? 

       자기들끼리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 때문이에요.” 


연구 내용을 설명해 달라는 기자의 부탁에 서승우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지능형자동차를 연구한다고 해 찾아왔는데 웬 철새….’ 기자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이 서 교수는 말을 이어갔습니다. 


     “저는 이렇게 새들이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비결을 자동차에 도입하면 교통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서 교수의 연구는 바로 철새의 군집이동 법칙을 자동차에서 구현하는 일이었습니다. 앞차와 옆차와의 거리를 감지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는 무인자동차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인 것이죠. 서 교수의 철새 이야기는 뜬금없는 게 아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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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퓨터 네트워크 및 보안 연구실에서는 직접 모형 무인자동차를 개발해 자동차끼리 서로 거리를

                     유지하며 달릴 수 있는지 시험하고 있습니다.


이어 서 교수는 컴퓨터 네트워크 및 보안 연구실로 기자를 안내했습니다. 모형 자동차로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실험이 한창이었죠. 작은 자동차 여러 대가 서로 줄을 지어 트랙을 달리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아 참, 내년에 무인 태양광 자동차경주대회를 여는데 오시겠어요?”


무인자동차도 신기한데 무인 태양광 자동차라니. 서 교수의 제안에 저는 꼭 가겠노라고 대답하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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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뒤, 서 교수는 그 때 일을 잊지 않고 무인 태양광 자동차경주대회가 열린다는 안내지를 회사로 보냈습니다. 대회 날은 10월 21일 일요일. 저는 색다른 자동차경주대회를 본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대회가 열리는 자동차안전연구원 주행장(경기 화성시 소재)으로 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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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안전연구원까지 가는 길에 대회현수막을 계속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차 없이 대회장까지 가는 길은 그리 녹록치 않았습니다. 지하철을 두 번 환승한 뒤 다시 시외버스로 갈아타고 1시간 반을 달려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내려서는 시골 길 2km를 걸어가야 했습니다. 이렇게 자동차안전연구원 정문까지는 들어왔지만 주행장으로 들어가는 일이 또 만만치 않더라고요. 오랜 여정에 점점 지쳐갈 때쯤 동행한 자동차학회 직원분이 한 곳을 가리켰습니다.


     “저기 태양광 자동차 보이시죠?”


길이가 2m 남짓 돼 보이는 자동차가 보였습니다. 자동차 위에는 온통 태양전지판으로 덮여 있었죠. 생각보다 훨씬 예뻤습니다. 더 가까이 보려는 마음에 후다닥 뛰어 갔죠. 지금껏 수 km를 걸어온 피로함은 이 태양광 자동차의 근사한 모양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성균관대 팀의 태양광 자동차였습니다. 장거리 대회 중이었는데, 10분 동안 얼마나 가는지 거리를 재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었죠. 성균관대 팀의 태양광 자동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더니, 출발선에서 200m 떨어진 지점에서 멈춰서고 말았습니다. 다음은 국민대 팀의 차례였습니다. 국민대 팀의 자동차도 출발선에서 100m 떨어진 곳에서 멈춰버렸죠. 


    “250m가 고비긴 해.”


트랙 밖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국민대 팀의 팀원들의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6개월을 준비했는데, 이렇게 멈춰 선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까요. 안타깝고 아쉽기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씽씽 달리는 신나는 자동차 경주를 기대했는데 이렇게 몇 백m만 가고 멈추다니요. 


     “아직 태양광 자동차는 무리인가….”


혼잣말이 끝나기도 전에 국민대 팀의 자동차는 질주하기 시작했습니다. 팀원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뒤따랐지만 사람의 발걸음으로 따라 잡기는 어려운 속도였습니다. 자동차는 어느새 6km 트랙을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제가 있는 곳으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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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팀 무인 태양광 자동차의 모습. 순식간에 제 앞을 지나쳐 갔습니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도 볼거리지만, 차가 바로 앞을 지나가는 데 매연 걱정 없이 레이스를 볼 수 있다는 건 참 멋진 경험이더군요. 자동차 경주에 소음이 없다는 사실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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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을 몇 바퀴나 돌며 잘 달리던 국민대 팀의 자동차가 갑자기 트랙의 보호대와 충돌한 뒤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다시 ‘삐삐삐’하는 경고음과 함께 후진하더니 다시 트랙을 따라 질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저 차는 리모콘으로 조정하는 건가요?”


옆에 있는 국민대 팀의 팀원 한 명에게 슬그머니 물어봤습니다.


     “아뇨, 스스로 달리는 거예요.”


이건 또 무슨 말인가요. 태양광 무인 자동차를 잘 알지 못하는 저로써는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눈도 없는데 어떻게 스스로 트랙을 찾는 거죠?”


그 팀원은 트랙 옆에 있는 무인자동차 모형을 보여주며 (답답했겠지만 친절히) 설명해줬습니다. 


     “여기 이거 보이시죠? 이게 센서에요. 이 센서가 자동차의 눈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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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대에서 개발한 무인자율주행자동차(CREON). 차체에 붙어있는 다양한 센서를 이용해 사람의

                    조작 없이도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센서는 앞이나 옆의 물체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센서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거든요. 또 레이저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짧은 파장의 레이저를 쏜 다음 이 레이저가 앞차에 닿아 반사 돼 돌아오는 시간으로 차와 물체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는 식이죠. 레이저가 감지할 수 있는 파장과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의 파장이 다르기 때문에 둘을 합하면 빛의 양에 관계없이 언제든 정확히 거리를 잴 수 있다고 합니다. 만약 장애물이 있다고 생각되면 센서는 제어 장치에 방향을 바꾸거나 멈추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여기에 주최 측에서 대회장 트랙의 GPS정보를 제공해 줘 이를 이용해서도 갈 수가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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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차례는 명지대 팀이었습니다. 명지대 팀의 자동차는 태양전지 판을 45도로 세운 특이한 디자인이었죠. 하지만 출발 시간이 지나도 자동차는 출발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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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팀의 무인 태양광 자동차입니다. 태양전지 판을 세운 디자인이 특이합니다.


     “왜 안 가죠? 지금 태양 빛이 부족한 건가요?”

     “아, 그런 건 아니에요. 저건 그냥 센서가 문제를 일으킨 것 같습니다.”


국민대 팀원은 말을 이었습니다. 


     “사실 여기 있는 모든 자동차는 태양 빛이 부족할 때를 대비해 보조 배터리를 달았거든요. 태양 빛이 있을 땐 

      자동차가 빨리 달리지만 흐리면 자동차가 속력을 제대로 내지 못하니까 그때를 대비한 거죠.”


그렇다면 왜 굳이 태양전지 판을 고집하는 걸까. 팀원들도 태양전지 판은 흐린 날, 비오는 날에는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는 걸 모두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태양전지 판 대신 애초에 배터리로 대회를 하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태양광만큼 깨끗하고 친환경인 에너지원도 없죠. 그래서 절대 포기할 수가 없어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긴 하지만, 언젠간 태양광 자동차가 실용화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옆에 있는 또 다른 팀원도 거들었습니다. 이번 대회를 위해 무인 태양광 자동차를 만들던 그 노력과 열정으로 못할 일이 있을까요. 언젠가 우리가 진짜 이용할 수 있는 태양광 자동차를 만들겠노라고 다짐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기대를 거는 저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최근 한화가 세계 3대 태양광 기업으로 발돋움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잘나간다는 기업도 제대로 하기 힘든 태양광 발전 사업에 집중하고, 점차 성과를 보이는 한화의 모습을 보며 '태양광'에 대한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에서 취재했던 태양광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일 듯 합니다. 지금은 몇 백미터 가는데도 힘들어하는 태양광 자동차지만,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 그리고 이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노력과 마음이 있다면 머지않아 한화와 같은 멋진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보며 취재를 마쳤습니다.



*이 컨텐츠의 모든 저작권은 한화그룹 공식 블로그 한화데이즈에 있습니다.


 

 

 

신선미 ㅣ 동아사이언스 기자

대학에서 생물학과 생명공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환경미생물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 동아사이언스에서 일반 생활 속 '과학' 이야기를 주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vami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