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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라이프/여행/맛집

38번 국도 따라 홀로 떠나는 겨울 감성 여행






새해가 되면 한 해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여행으로 리프레시 하며 마음을 다잡기도 합니다. 1월 1일 세웠던 여러분의 계획과 다짐들, 잘 지켜지고 있으신가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실천으로 옮기지 못한 일이 있다면 설날을 맞이하여 여유롭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다시 계획을 짜보는건 어떠세요?  겨울은 한해의 끝이 아니라 한해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아직은 추위에 온몸이 움츠러드는 겨울, 혹독한 바람과 지독한 눈발에 도시가 얼어붙었는데요. 퇴근길 옹송그린 어깨가 뻐근할 즈음 차라리 바람 한복판으로 걸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 그곳에는 찬연하게 펼쳐진 겨울의 다른 얼굴이 있습니다.





경기도와 강원도를 잇는 38번 국도를 짚어 동쪽으로 내달립니다. 경기도를 벗어나 충주에 접어들때 쯤이면 듣고 있던 노래의 볼륨을 좀 낮춰주세요. 쩍하고 갈라질 것만 같이 얼어붙은 하늘 아래에서 소리를 내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생명을 다한 것들뿐일 것입니다. 땅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구르거나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만이 당신이 들을 수 있는 전부죠. 살아있는 것들은 살기 위한 마지막 에너지만 남겨두고 모두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아주 조그맣게 속살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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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거미가 구비마다 집을 짓는’ ‘울고 넘는 박달재’는 그곳에 없습니다. 이곳을 넘어 시집을 가면 다시는 친정집을 볼 수도 없었다는 아흔아홉 고갯길은 가뿐하게 10분이면 자동차로 지나갈 수 있게 포장된 지 오래입니다. 박달도령과 금봉낭자의 로맨스를 담은 목각공원만이 왕년의 엄혹했던 위용을 간신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달재가 이어놓은 제천의 ‘제’는 방죽을 뜻하는 ‘堤’를 쓴다. 치수농경의 시작을 알린 의림지 덕분에 붙여진 이름이죠. 


봄에는 상춘객으로, 여름에는 뱃놀이객들로, 가을이면 단풍놀이로 부산스러웠던 호수는 이 계절 방어를 낚는 열두엇의 낚시꾼들만을 맞이할 뿐입니다. 얼어붙은 호수 위로 쌓인 눈이 창백하게 빛나면 1.8킬로미터에 이르는 주변을 고요 속에서 걸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겨울 한철 휴식을 취하던 ‘로맨스’라는 이름의 오리배들이 뜸했던 사람의 온기가 반가워 주책 없이 자신이 태웠던 수만 가지의 ‘로맨스’를 전해줄지도 모를 일입니다.







길을 따라 흐르는 여행길 내내 동강과 서강이 엎치락뒤치락 쫓아옵니다. 평창에서 시작해 영월의 서쪽을 굽이쳐 흐르는 서강과 영월의 남쪽을 에워싸는 동강이 남한강에 이르기 전 수많은 절경을 만들어 냅니다. 어라연계곡, 황새여울, 선돌 같은 기암절벽과 비경들을 짚어가다 한반도 지형을 찾아 오르기로 합니다. 단단히 얼어 있는 강기슭 저 너머로 저 한가운데 어디선가 물안개가 피어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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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다 얼어붙은 줄로만 알았던 여행객의 마음 한구석에 벅찬 감격 한자락이 밀려 들어옵니다. 멈추지 않았노라, 얼지 않았노라, 흐르고 있노라. 조용히 제 길을 가고 있는 물줄기의 생명력이 고마워 한참을 마을 어귀를 서성이게 될는지도 모르죠. 무엇도 들리지 않는 고요 속에서 희미하게 울리는 먼 물의 소리만 온전히 마음에 담깁니다. 뺨이 꽁꽁 얼고 귀가 시려와도 저 강이 견뎌내고 있는 겨울에 비할 바가 아니겠죠? 한반도 지형 전망대에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고되지 않습니다. 절벽과 강과 산이 해내고 있는 고귀한 성실함이 여행객의 발걸음에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내친 김에 태백까지 달려봅니다. 영월과 정선에서 계절의 선비 같은 얼굴을 마주했으니 날 것 그대로의 거친 겨울의 맨살을 만져보기로 합니다. 정선에서 태백으로 넘어가는 두문동재 고갯길에 이르러 자작나무가 펼쳐지는 산책에 나서봅니다. 우리나라에서 해발고도가 두 번째로 높다는 고갯길에서 다시 한 30여 분 걸어 들어가야 하는 만만치않은 선택이지만, 성성한 백발의 숲이 만들어 내는 비경 앞에서 망설일 이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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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허리에 펼쳐진 자작나무 숲에 서면 저 너머 어디에선가 숲의 정령이 나타나 말이라도 걸어올 것만 같습니다. 이곳을 다스리는 여왕의 순결한 외투를 함께 어깨에 걸친 듯, 조심스럽게 풍경들을 눈에 담습니다. 산그늘이 지기 시작하니 마지막으로 태백의 절정을 마주해야겠죠. 매봉산 바람의 언덕. 한여름에도 서늘하기로 유명한 태백의 해발 1,300미터에 이르면 이곳에는 오로지 바람만이 주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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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시리게 펼쳐지는 눈밭 위로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풍광이 시간이라도 멈춘 듯 시야에 맺힙니다. 장대한 풍력발전기만의 움직임만이 시간의 흐름을 증명할 뿐이죠. 하늘에 걸린 눈썹달이 오늘 하루 우리가 본 풍광들에 대해 들어줄 것이다. 달을 벗삼아 긴 여행길의 여독을 내려놓을 시간이 왔습니다.




취재 / 박경화 더서드에이지

사진 / 이원재 / Bomb 스튜디오

 

* 이 컨텐츠는 한화그룹 사보 한화한화인 '리게 걷기' 내용을 재구성 했습니다.

* 이 컨텐츠의 모든 저작권은 한화그룹 공식 블로그 한화데이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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