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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듯 따뜻한 위로 한마디 같은 영화 2편




진짜 위로는 공감에서 시작합니다. 나 이러저러해서 힘들어... 하고 하소연했는데 꼭 컨설팅을 해주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내가 들어보니 그건 니가 잘못했다는 둥. 세상이 그리 녹녹한 줄 아느냐, 다 너만큼 힘들다는 충고까지!!!! 그냥 들어주면, 위로해주면 안되나요? ㅠㅠ 많은 말도 필요없습니다. 이런 저런 다양한 주제로 수다를 떨다 한마디만 해주세요.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여기 무심한듯 따뜻한 이 한마디같은 영화 2편이 있습니다. 바로 <아워 이디엇 브라더>와 <엔딩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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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기타노 다케시 감독은 ‘가족’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아무도 보는 사람만 없다면 슬쩍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들. 오지랖이 태평양 같은 동생을 둔 <아워 이디엇 브라더>의 세 자매는 이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릅니다. 눈치껏 야무지게 제 것 챙기며 사는 것도 버거운데, <아워 이디엇 브라더>의 남동생 네드(폴 러드)는 속없이 남의 삶에 끼어드느라 바쁩니다. 남의 가족이라면 “애가 착해서 그렇다”고 치켜세우겠지만, 내 가족이라면 속이 터지겠죠. 우울해 보이는 경찰관을 위로하겠다고 수줍게 대마초를 건넸다가 전과자가 된 동생이라니 말 다했습니다. 



[출처-아워 이디엇 브라더 공식 사이트]




똑 부러진 세 자매 눈에는 네드는 ‘보는 사람만 없으면 내다버리고픈 짐짝’처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굴레를 벗어버릴 수 없는 그녀들은 모범수로 풀려난 네드를 사랑으로 품으려 노력합니다. 네드의 선행이 그녀들의 삶을 휘젓기 전까지는요. 네드 덕분에 큰 누나 리즈(에밀리 모티머)는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아버렸고, 둘째 누나 미란다(엘리자베스 뱅크스)는 회사 사람들에게 망신을 당했고, 막내 나탈리(주이 드 샤넬)는 애인에게 차이기 직전입니다. 세 자매의 단정했던 삶이 헝클어진 건 네드의 출현 때문이지만, 사실 네드는 악의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진실’만을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조금 덜 영악했을 뿐이죠.


자세히 보면 드는 사람들의 가식을 한 꺼풀 벗겨내어 직시하고 싶지 않은 진실을 바라보게 하는 인물입니다. 세상을 다 아는 척, 관계를 모두 이해하는 척, 상처 받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고 사는 까닭은 내 삶의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네드가 저지르는 사고들은, ‘삶의 실패가 꼭 네 잘못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만듭니다. 새롭거나 거창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는 아니지만, 사랑스러운 바보가 벌이는 소동극을 즐기며 피식피식 웃다 보면, 자연스럽게 세상사 ‘척’ 하고 사는 나를 한번쯤 돌아볼 여유가 생긴답니다.





일본의 중년 남성 도모아키 스나다 씨는 다큐멘터리 <엔딩노트>의 주인공입니다.(영화 <엔딩노트>로 살펴본 좋은 은퇴에 필요한 5F)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가족과 평온한 한 때를 보내는 그는 사실, 여섯 달 전 위암 4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날이 머지않았다는 사실을 안 스나다 씨는 ‘엔딩노트’라는 제목으로, 죽기 전까지 자신이 해야 할 일과 가족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작성합니다. 영화 역시 그 형식을 빌려, ‘신부님 만나기’, ‘손녀들과 힘껏 놀아주기’, ‘장례식 예행 연습’과 같은 제목을 붙여가며 주인공의 지난 삶을 돌아보고, 그가 여생을 돌보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출처-엔딩노트 공식 사이트]




<엔딩노트>의 분위기는 놀랍습니다. 죽기 전까지 자신의 삶을 직접 챙기는 도모아키 스나다씨는 물론,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들 역시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이런 스나다씨 태도의 밑바탕에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돌보려는 굳은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한 가지 찡한 비밀! 이 다큐멘터리를 찍은 마미 스나다 감독은 주인공의 딸입니다.) 감독을 비롯한 가족들은 아버지의 선택을 존중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죽음에 다가가는 주인공에게 연민이 아닌 위대함이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인가 봅니다.


그 역시 우리네 평범한 아버지들과 같습니다. 평생을 일에 파묻혀 살아 온, 그래서 가정을 돌보는 데 소홀하기도 한 중년 가장이죠. 그러나 눈 감는 순간까지 자기 신념과 여유를 잃지 않는 도모아키 스나다의 모습은 인간이 죽음 앞에서 무너지는 약한 존재가 아니라, 죽음도 껴안을 수 있는 위대하고 행복한 존재라고 이야기합니다. 억지 신파 없이 한 가족의 추억을 조용히 카메라에 담은 <엔딩노트>는 언젠가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우리 모두를 한 방울의 눈물로 따뜻하게 위로하는 영화입니다.



글 / 박혜은 <무비위크> 편집장 

 

* 이 컨텐츠는 한화그룹 사보 한화한화인 '힐링씨어터' 내용을 재구성 했습니다.

* 이 컨텐츠의 모든 저작권은 한화그룹 공식 블로그 한화데이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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