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비 생활 #12 서촌 헌책방보다 따뜻한 동네 서점

영화 ‘유브 갓 메일(You’ve got mail)’을 기억하시나요? 조금 오래된 영화긴 하지만 갑자기 들어선 대형서점 때문에 오랫동안 사랑받던 동네 서점이 문 닫을 위기에 처하는 이야기를 다운 영화입니다. 물론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어쨌든 요즘 문득 떠오르는 영화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왜냐고요? 최근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변화해 가는 혹은 사라져 가는 동네 서점이 많기 때문이죠!

2015년 10월 현재 독립서점의 성격을 갖춘 동네서점은 서울에만 30여 곳! 부산, 대구, 제주 등 서울을 제외한 전국에 20여 곳이 있습니다. 사실 동네서점이야 초・중・고・대학교 앞에도 있지만, 교재나 문제집을 파는 서점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자신만의 색깔로 뚝심과 의미가 있는 아담한 공간을 꾸리는 동네 서점을 말하는 것인데요, 오늘은 책 속 이야기를 통해 소통을 꿈꾸는 작은 책방, 동네 서점을 소개해 드리려고 하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일부러 발걸음 할 가치가 차고 넘치는 곳이랍니다. ^^

샛노랗고 새파란 외관부터 웃음이 나는 책방 피노키오! 이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은 마치 동화책의 첫 장을 여는 듯한 느낌인데요, 이곳은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 그림 소설이란 뜻으로 깊이 있는 만화를 통칭) 전문 서점입니다. 찾아가기가 만만치 않은 곳에 있지만, 오픈 한지 2년이 넘는 동안 연남동의 숨은 보석으로 자리 잡았을 정도로 일부러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토요일 늦은 오후, 바람이 심하게 불고 빗방울이 드는 날이었는데도 이 책방 골목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여기 한 번 들어가 볼까?”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이곳으로 기우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길고양이에게 일용할 양식을 나누어주는 아름다운 마음이 책방에 스몄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집 마냥 편안하게 누워 밥을 먹는 길고양이 한 마리를 보았는데, 책방 구경 다 하고 나와서 사진 좀 찍으려고 했더니 사려져 버렸네요.

책방 피노키오는 가게의 디자인도 예쁘지만, 가게 곳곳에 오밀조밀 놓여 있는 그래픽 노블 또한 예쁘고 수준급입니다. 동네서점이라 부르기가 외려 미안할 만큼 ‘전문 서적’이 가득한데요. 한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해외 출판사의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보통 서점에 가면 비싸고 귀한 책은 비닐로 래핑이 되어 있어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데 반해, 이곳에서 판매하는 책들은 모두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러니 그림을 사랑하고 관심 있는 이들에겐 천국이나 다름없겠죠?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책 소식을 업데이트하고 있으니, 수시로 들여다보고 필요할 때 찾아갈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입니다. ^^

■ 책방 피노키오

- 위치 :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227-17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도보 5-7분)

- 전회번호 : 070-4025-9186

- 블로그 : 바로가기(클릭)

- 운영 시간 : 월-목 16:00-23:00 / 금-일 14:00-21:00

‘책방 피노키오’와 사이좋게 이웃하고 있는 ‘헬로 인디북스’. 오래된 단짝처럼 꼭 붙어 있는 ‘헬로 인디북스’는 원래 창전동에 있었는데, 2014년 11월 지금의 자리로 옮겼고 서점 오픈 두 돌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동네서점 중 독립출판물을 제법 많이 소개하는 곳 중 하나일 텐데요, 일단 서점에 들어서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는 책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제목부터 디자인, 내용 등 개성 넘치는 독립출판물이 가득하기 때문이죠! 그냥 스윽 둘러볼 요량으로 들어갔다가 나도 모르게 책 한두 권 집어 들고 지갑을 여는 순간을 만나게 되는데요, 책 속에 파묻혀 있다가 문득 시간을 보니 1시간을 훌쩍 넘긴 후였습니다.

이곳을 직접 꾸민 주인은 ‘헬로 인디북스’가 독립출판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공간이 되길 소망한다고하는데요, 서점 본연의 역할 뿐만 아니라 소규모 전시, 워크숍, 파티 등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이 서로 교감하는 곳이 되길 바란다는 그녀의 꿈이 그리 먼 미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로 서점 입구의 작은 벽에는 사진과 글로 꾸민 전시가 이미 진행 중! 이렇듯 재미있는 발상과 흥미로운 소재는 이 개성 넘치는 동네서점의 가장 큰 자양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

■ 헬로 인디북스

- 위치 :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227-16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도보 5-7분)

- 전화번호 : 010-4563-7830

- 홈페이지 : 바로가기(클릭)

- 운영 시간 : 월-일 15:00-21:00

염리동 동네의 작은 사거리 모퉁이에서 만난 이 서점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일단멈춤’. “이런 곳에 서점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뜻밖의 만남이었습니다. 밝은 블루 톤의 입구가 동네를 환하게 밝혀주는 것만 같은 서점 ‘일단멈춤’은 여행서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인데요, 기성 잡지나 여행서는 물론, 여행과 관련된 독립출판물도 만날 수 있습니다. 문을 연 지 1년 남짓 되는 이곳은 입소문이 잔잔하게 번지는 중!  바람결에 날아든 이야기를 듣고 일부러 찾는 사람이 많은데요, 그도 그럴 것이 이대역에서 200m쯤 위치했다지만, 찾고 보면 좀 엉뚱하다 싶은 곳에 서점이 있거든요! 그래서 더 마음에 와 닿는 곳이기도 하고요. 

출판사의 편집자였던 주인의 안목이 공간 곳곳에 스며있는 ‘일단멈춤’. 이곳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인 공간은 콘크리트 침대인데요. 누구라도 이곳에 앉아 책을 읽으며 일단 멈출 수 있습니다. 마치 친구 집에 놀러 간 느낌이랄까요? 매월 열리는 책 만들기 워크숍은 이미 인기 만점입니다.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전 과정 및 실용 디자인 수업 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때때로 여행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도 열리고 있는데요, 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공지 하니, 미리 살펴보고 이곳을 찾는 것도 좋겠죠? ^^

■  일단멈춤

- 위치 :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 9-30 (이대역 5번 출구에서 도보 5분)

- 전화번호 : 010-2686-2906

- 블로그 : 바로가기 (클릭)

- 운영 시간 : 월-토 13:00-20:00

‘일단멈춤’에서 멀지 않은 곳에 또 하나의 동네서점이 있다는 사실! 이름부터 시선을 끄는 ‘퇴근길 책한잔’. 비탈길에 비스듬히 위치한 이곳은 유독 주인의 취향이 진하게 밴 서점입니다. 꽤 넓은 공간을 채우고 있는 책들은 주인이 좋아하는 책과 기성 잡지, 독립출판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주인장이 쓴 책, 사도 싸인 안 해줌’이라는 문구가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저서(카우치 서핑으로 여행하기)를 비롯해 그가 좋아해서 고른 책들이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습니다. 

문을 연지 6개월 남짓 되었지만, 이곳은 이미 아지트가 되고 있다고 해요! 때때로 영화 상영회나 독서 모임, 콘서트 등을 열어 진중한 문화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대안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른 동네서점과는 달리 커피, 맥주, 와인 등 간단한 음료도 제공된다는 점~ 공간을 살짝 빌려 소규모 모임을 하기에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책도 책이지만, 문화 공간으로서의 성격이 더 진한 ‘퇴근길 책한잔’. 주인이 서점을 비울 일이 생기면 손님들이 주인을 대신하곤 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이곳에 있는 책을 보려고 일부러 찾는 손님이 대부분이고, 취향이 같은 사람들이 모이니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은 다반사!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이 공간을 사랑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죠. 이쯤 되면 서점의 위치가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

■ 퇴근길 책한잔

- 위치 :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 9-60번지 (이대역 5번 출구에서 도보 5분)

- 전화번호 : 010-9454-7964

- 블로그 : 바로가기 (클릭)

- 운영 시간 : 월-일 15:00-21:00 (매주 화요일 휴무)

이야기가 있는 서점, 어쩌면 책방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은 따뜻한 동네 서점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어떠셨나요? 당장에라도 모든 걸 내려놓고, 책방으로 향하고 싶지 않나요? ^^ 아 참, 오늘 소개해 드린 곳 외에도 서울, 경기, 제주 등 대한민국 구석구석 위치한 ‘동네 서점’ 위치를 확인하고 싶다면 ‘동네서점 지도 사이트(클릭)’을 참고해주세요. 이번 주말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동네 서점을 방문해 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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