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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라이프/문화/취미

산악인 엄홍길의 신년 메시지 “고난은 위대해지기 위한 기회”

하늘과 맞닿은 자연의 끝자락에서 마음을 비우고 또 비운다.
동료 없이 나만 살아 돌아가려는 사람을 산은 받아주지 않는다.
나를 버리고 남을 살릴 때 비로소 산은 모두에게 다음 생을 허락한다.
그렇게까지 죽음 가까이에서 살아온 것은 그만큼 생을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신년입니다.
일출을 보러 떠나거나, 새해의 결심을 다지기 위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지요? ‘산’하면 떠오르는 인물, 엄.홍.길. 히말라야 16좌를 등정하고 그 스스로 큰 산이 되어 버린 그를 만나 ‘산’과 ‘사람’이야기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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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8000m의 동료의 시신을 거두러 가는 길

   “장갑도 없잖아요. 장갑도 모자도 없이 왜 이러고 있는 건데요”
   “엄마, 아빠 핸드폰 번호가 뭐야?”

죽음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5살 남짓 되어보이는 사내아이를 품고 한 여인이 통곡을 합니다. 엄홍길 대장은 마치 죄인이라도 된 양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2005년, 모 방송국은 1년 전 히말라야 초모랑마에서 숨진 산악인 박무택과의 약속을 지키러 떠나는 엄홍길 대장과 동행했습니다. 2004년, 박무택은 초모랑마(티베트어로 에베레스트를 뜻함)로 떠났고 정상에서 내려오던 중 사고로 8,000m 고봉에서 생을 마감했죠. 엄홍길 대장은 자신과 함께한 등정이 아니었다 할지라도 오랫동안 힘이 되던 동료가 장갑도 없이 눈 속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박무택이 숨진 곳은 정상에 오르는 골목 직전이어서 세계 산악인의 안전에도 큰 위협이 되는 자리였죠.

그래, 불가능하다. 그래도 시도는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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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박무택과 약속했습니다.  ‘1년은 넘기지 않겠다고. 따뜻한 곳에서 잠들게 하겠다고’ 초모랑마는 5월이 지나면 오를 수 없기 때문에 휴먼원정대를 결성하고 박무택을 만나러 가기 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1년 뒤, 눈 속에서 잠들어간 아들이 사무쳐 겨울에도 이불을 덮을 수 없다는 박무택의 어머니가 짠 털옷을 가슴에 품고 초모랑마의 깎아지른 절벽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어요. 내 몸 하나 가누기 힘든 사투에서 시신을 옮긴다는 것은 불가능하죠. 맞아요. 나도 의지만으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래도 포기하는 것이 나한테는 더 힘든 일이었어요. 그래, 불가능하다. 나도 안다. 불가능하다는 거. 그래도 시도는 해보자. 죽을 만큼 해보고 진짜 죽는다 싶을 만큼 해보고, 안 되면 그때 포기하자….”

기적이라 느껴질 만큼 일이 풀려나갔습니다. 위기의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히말라야는 두 팔을 열어 엄홍길 대장을 품어주었다고 해요. 엄홍길 대장은 약속대로 히말라야 산들이 펼쳐지는 양지 바른 곳에 그를 묻을 수 있었습니다.

히말라야 산과 엄홍길이 나눈 거래는?

그는 3살 무렵 도봉산 골짜기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청년기까지 도봉산과 함께 자랐지요.  국내 산들을 오르며 그는 마음속에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느새 그는 히말라야를 오르고 있었습니다. 오를 때마다 히말라야 산은 그에게 삶의 해답을 주었습니다. 해발 7,000m까지는 인간이 가진 의지만으로 오를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신의 영역이라는 히말라야 산. 엄홍길 대장의 진심을 아는 것이었을까요? 히말라야는 매번 그를 다시 세상에 돌려보냈습니다. 

“난 죽었어도 벌써 죽었을 사람이에요. 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못 느끼는 순간도 여러 번이었으니까. 그때마다 산과 약속을 했지요. 살아 돌아간다면 아니, 날 살려서 보내준다면 또 다른 히말라야를 내 속에 만들겠다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는 것이 내 인생 제2의 히말라야니 내 다음 도전을 이룰 수 있게 기회를 달라고.”

고난은 위대해지기 위해 얻은 기회!

지금 엄홍길 대장은 새로운 16좌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와 뜻을 함께 하는 동료들과 함께 ‘엄홍길 휴먼재단’을 만들고 청소년들에게 도전정신을 심어주기 위한 여러 활동도 하고 있죠. 먼저 떠난 동료들의 유가족을 돌보겠다는 히말라야와의 약속 또한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산악인 엄홍길은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합니다.

“고난을 통해야지만 위대해질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고난은 위대해지기 위해 얻은 기회라는 말이지요. 고난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습니다.”

위대한 일에 대해 꿈꾸는 신년, 이를 위한 고난도 함께 계획하고 준비하는 건 어떨까요?


글> 한윤정 Mbinc   사진>  김동율 1839 스튜디오

*이 내용은 한화그룹 사보 <한화한화인>의 희망인터뷰 내용을 각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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