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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라이프/문화/취미

까막눈 칠곡 할머니의 <시가 뭐고?> 시집 완판 스토리





여러분은 '노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전성기의 육체가 아닌, 사회의 일선에서 은퇴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곤 하지요. 많은 분야에서 노인은 소외와 고독을 상징하는 사회적 약자로 표현되곤 한답니다. 우리나라의 고령 인구 비율은 날이 가면 높아지고 있는데, 그에 비해서 고령 인구에 대한 인식은 그대로예요.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어쩐지 낯설고 다르게 생각되는 이들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옛말에 늙은 고목에도 꽃이 핀다는 말이 있든 늘그막에 찾아온 문학에 흠뻑 취해 사는 할머니들이 계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우리나라의 문맹률이 0%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문맹률은 절반에 가깝고 그중에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해 완전히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사람은 30%에 달한답니다. 특히나 여성노인의 경우, 대부분이 문맹에 가까울 정도로 교육의 기회를 받아보지 못한 분들이 많아요.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이러한 고령화 사회에 맞춰서 어르신들을 위한 한글 인문학 수업들을 늘려가고 있고요. 노인종합복지관은 물론 경로당, 그리고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하여 펼쳐지는 이 사업 중에서 최근 열매를 맺은 곳이 있는데요. 바로 칠곡 할머니들의 두 번째 시집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 출간이 바로 그것이랍니다.






경북 칠곡군. 대구와 구미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이 고장은 경상북도 지방 사람들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곳이지요. 유명한 농산물도, 명승지도 없는 이 도시의 작은 마을이 약간 소란스러워지게 된 이유는 바로 첫 번째 시집의 성공을 발판으로 하여 두 번째 시집까지도 출간되었기 때문인데요. 더욱 놀라운 점은 그것이 이제 막 한글을 깨우친 마을의 70~80대 할머니들이 쓴 시들로 묶인 책이라는 사실!



2013년, 칠곡군에서 지원하는 문해 교육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22개의 마을 할머니들은 처음으로 한글을 배우며 자신의 이름을 써볼 수 있게 되셨답니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당신들의 일상을 '시'라는 작품을 통해 기록하기 시작하셨어요. 서툰 맞춤법에, 이곳저곳 사투리가 보이지만 농촌 할머니들의 생활이 그대로 묻어 있는 작품들이 나왔습니다. 그들이 살아온 삶에 있어서 아픔, 고난, 즐거움, 행복, 보람 등을 이야기 한 시가 몇 백여 편. 그중에서 추려낸 89편을 모아서 2015년에 첫 번째 시집 <시가 뭐고?>를 출판하였지요. 시집은 아주 성공적이어서 보름 여 만에 2천 권이 완판 되었고 여러 번 다시 재인쇄를 해야 했을 정도로 인기였답니다.



▲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책]




시가 뭐고 (지은이. 소화자)


논에 들에

할 일도 많은데

공부시간이라고

일도 놓고

헛둥지둥 나왔는데

시를 쓰라하네

시가 뭐고

나는 시금치씨

배추씨만 아는데


그리고 1년 뒤 다시 두 번째 시집인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를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문해 교실을 통해 한글을 깨친 할머니 119명의 시를 모아서 낸 시집인데요. 할머니들의 소박한 일상과 지나간 세월이 드러난 시들이랍니다. 유쾌하고 즐거운 시도 있는 반면, 가슴이 저리도록 절절한 시도 있어서 할머니들의 시간이 차곡차곡 또박또박 글자로 새겨져 있지요.



 ▲ 위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책]



느티나무 (지은이. 노선자)


아침에

일어나 느티나무를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가만히 보면

인물이 잘생긴 사람같습니다

나이 하루하루가

느티나무 그림자를 따라

즐겁게 돌아갑니다





이렇듯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 중인 노인 한글 인문학교들은 단순하게 한글을 깨우치기 위한 교육에서 더 나아간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글을 깨우치고 그것을 공부한 고령자들이 거기에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가 실제적인 활용과 응용 그리고 문화예술을 만들어내는 창작자로의 길까지 열어주는 바람직한 형태의 발전을 이루어나가고 있답니다. 잘 배우고 다듬어진 시는 아니지만, 오랜 시간 농사를 지어 투박해진 할머니들의 손끝에서 지어져 나온 시. 궁금하지 않으세요? 추운 겨울, 이불을 두르고 따뜻한 차로 몸을 데우며 시 한 구절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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