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서 혼났습니다. 저는 살짝 고소공포증이 있어요. 높은 데에 잘 못 올라가는데, 이 날만큼은 예외였습니다. 눈을 꾹, 감지도 못하고 부릅뜬 채로, 사다리를 타고 올랐습니다. 꼭대기까지 오르니 저녁 햇살을 받은 찬란한 바다가 보였습니다. 기분이 좋더군요. 하지만 다리는 여전히 후들거렸습니다. 제가 서 있는 곳은 바다 위에 서 있는 해발 33m 크레인 위였습니다.
얼마 전 아직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시화호 조력발전소에 가서 겪은 일입니다.
오늘은 이곳 조력발전소 현장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태양광 발전에 대한 글을 쓰다 말고 왜 라이벌(?)인 조력발전소냐고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오늘 주제와 연관이 있답니다.
제가 찾아간 경기도 안산의 시화 조력발전소는 우리나라 유일의 조력발전소예요. 올해 말 첫 상업 전기 생산을 목표로 열심히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지요. 제가 찾은 5월 13일에 공정률이 96%였다고 합니다. 보니까 중요한 설비는 거의 다 자리를 잡았고, 마무리 작업과 주변 공원이 남아 있더군요. 완공이 다 되면 한 해에 5억 5200만kWh의 전력을 만들 수 있다고 하네요. 소양강 댐의 1.56배에 해당하는 양이고, 인구 20만 명 정도의 도시에 한 해 동안 전기를 공급할 수 있어요. 세계적으로도 규모가 큰 편이지요.
세계에 실제로 운영 중인 조력발전소는 별로 없어요. 프랑스의 랑스 조력발전소가 가장 규모가 큰 상업 조력발전소였는데 시화호 조력발전소보다 작습니다. 그러니까 완공되면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세계 최대 조력발전소가 되는 거예요.
태양광과 달리 비판 많은 조력발전, 이유는?
조력발전소는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재생에너지로 꼽혀요. 그래서 태양광 발전의 라이벌로 꼽힙니다. 그런데 태양광과 달리 많은 비판을 받는 에너지기도 해요. 왜 그럴까요?
조력발전을 하려면 파도를 가로막는 설비, 즉 방조제가 필요해요. 물이 달의 인력으로 오르락 내리락 할 때 그 높이 차이를 이용해 수차발전기(터빈)을 돌리는 게 조력발전소의 원리예요. 강에 설치한 댐에 물을 가뒀다가 방류하며 터빈을 돌리는 것과 똑같아요. 그러자면 강의 댐에 해당하는 방조제가 있어야지요. 그런데 방조제는 바닷가, 특히 서해안과 같은 갯벌을 파괴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1987년부터 1994년까지 만들어진, 근처의 공단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인공호수예요. 이미 방조제를 지어 놓은 상태였지요. 그래서 이런 문제가 없었지만 다른 계획지는 어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답니다.
<이미지 출처:flickr/K Mick>
현재 우리나라에서 조력발전소를 추진하고 있는 지역은 인천 강화, 서해 가로림만, 인천만 이렇게 세 곳이 있어요. 하지만 모두 서해안에 갯벌을 막는 방조제를 새로 지어야 해서 반발이 심하죠. 아무리 재생에너지라도 바다를 파괴하면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없지요.
문제는 또 있어요. 서해안이 세계적인 조력발전소 건설지라는 말이 과장이라는 사실이에요. 서해는 밀물과 썰물 사이의 물 높이 차가 큰 지역이긴 해요. 시화호 지역이 약 5.8m, 가로림만이 4.7m, 인천만이 7.2m예요. 미국 에너지부가 2009년 펴낸 ‘해양에너지기술개요’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조력발전을 하려면 조수 차이가 5m는 돼야 경제성이 있대요. 그러니까 세 곳 모두 이 조건은 대략 만족하는 지역이지요.
하지만 세계에는 서해안보다 높이 차가 큰 지역이 수두룩해요. 러시아의 펜진스크라는 지역은 11.4m, 캐나다 코베크 지역은 12.4m나 돼요. 프랑스 랑스도 13.5m나 된답니다. 게다가 이들 지역은 넓이도 서해안의 수 배~200배 이상 돼 발전 가능 용량도 훨씬 커요. 서해안이 세계에서도 꼽히는 조력발전 최적지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지요.
‘조력발전’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말도 과장이에요. 프랑스 랑스 조력발전소가 1967년 상업운영을 시작했는데, 그 이후 40년 넘게 제대로 된 상업 조력발전소가 없었을 정도로 흔치 않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조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태양광 발전에 불리한 제도 때문이랍니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보급 위한 지원책
우리나라에서는 재생에너지를 보급하기 위해 몇 가지 지원책을 쓰고 있었어요. 대표적인 예가 2002년부터 시작한 ‘발전차액지원제도’예요. 지난 시간에도 잠깐 나왔지만, 소규모 발전 사업자, 그러니까 예를 들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가정이나 건물, 공장 등에서 전기를 생산하면 그 전기를 사는 방식으로 비용을 보조해 주는 제도예요. 태양광 보급을 늘리는 데 이보다 좋은 제도가 없어서 세계적으로 60개국 이상이 시행하고 있지요. 그런데 이 제도로 지원을 받을 신규 사업자를 이미 지난 2010년부터 받지 않고 있어요. 올해 말에는 제도 자체가 완전히 사라질 예정이고요.
재생에너지를 촉진하는 좋은 제도라면서 왜 없앴을까요? 대신 ‘의무할달량제도’를 시행하거든요. 의무할당량제도는 원래 전기를 분배(배전)하는 사업자가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도록 ‘의무할당’하는 제도입니다. 화력이나 원자력 등 기존 발전소의 전기만 사서 공급하지 말고, 재생에너지도 공급하도록 강제하는 제도죠. 그래야 조금 재생에너지가 자립할 힘을 얻지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제도를 발전사업자들에게 적용해요. 우리나라는 배전하는 회사가 하나뿐이라 강제할 의미가 없거든요. 그래서 발전사업자, 예를 들어 화력발전소라면, 화력으로 얻는 전기 양의 일부(매년 비율이 늘어요)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게 되는거죠.
<이미지출처:flickr/Pure3d>
‘의무할당량제도’는 아직 국내에서 시행하지는 않았지만, 한화와는 꽤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어요. 작년 개최된 G20 비즈니스 서밋의 금융분과 ‘인프라, 자원개발 투자’ 소위에 참석한 김승연 회장님이 G20 공동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 도입을 가속화하기 위해 G20 참가국 모두가 신재생에너지 생산 전력을 2015년에 10%, 2020년에는 20%까지 의무적으로 구입할 것을 제안했었기 때문이죠.
이 제도의 문제는 무엇일까요. 귀찮게 소규모 태양광 발전으로 만든 전기를 사서(이 전기를 돈 주고 사 주면 태양광 발전소를 지은 집에 돈을 지원하는 효과가 나죠) 할당량을 채우느니 큰 조력발전소 하나 지어서 ‘한 큐에’ 해결하고 싶어 하는 발전소가 많다는 거예요. 실제로 그래서 지금 계획 중인 조력발전소들은 다 발전소에서 추진하고 있답니다.
조력발전소는 거대한 조력발전소 건설이 전제이기 때문에 바다 생태계와 환경에 부담을 줘요. 또 그 자체가 태양광 발전의 보급을 방해하는 부작용이 있어서 재생에너지 전체로 보면 손해가 적지 않지요. 물론 큰 조력발전소 덕분에 한꺼번에 많은 전기를 생산한다는 장점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 시화호 조력발전소처럼 이미 있는 방조제를 쓴 경우에는 환경 추가 파괴 우려도 없지요.
하지만 환경 선진국이 환경 파괴가 없다고 손에 꼽는 ‘진짜 재생에너지’는 태양광이에요. 우리 한화 가족부터 ‘재생에너지라고 다 똑같은 재생에너지가 아니’라는 점, 알고 있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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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신영 ㅣ 과학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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